2026년 07월 21일 (화)

“우리 아기 수술할 의사 있나요?”…60대 할머니가 밤잠 설치는 이유?

[김용의 헬스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아기의 심장 혈관을 수술할 수 있는 소아흉부외과 의사가 갈수록 줄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자꾸 사라진다는 기사를 몇 번 쓴 적이 있다. 폐업한 소아과 의사는 어디로 갔을까? 놀랍게도 상당수가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소아과 전문의가 80대 노인을 돌보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아기, 아이가 좋아 소아과를 선택한 의사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진료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임종을 앞둔 노인 환자를 돌보는 것도 훌륭한 의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렵고 힘든 전공의 과정을 이겨낸 소아과 전문 인력이 아닌가... 왜 좋아하던 아기 대신에 80대 노인을 돌봐야 하는가?

60대 '예비 할머니'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늦게 결혼한 딸이 시험관 시술 끝에 낳은 아기가 심장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를 일일이 세 보며 안심했는데, 심장 혈관 이상이라니... 그보다 아기의 심장 수술을 하는 전문의가 너무 적다는 소식에 걱정이 태산이다. 제 때 수술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힘든 임신-출산 과정을 겪은 딸은 60대 엄마만 보면 눈물을 흘린다. "엄마, 내가 태교를 잘 못 했을까?" "또 쓸 데 없는 소리..." 속이 상한 60대 엄마는 창문으로 먼 산을 바라본다.

아기의 심장병 진단... 의사 없는데, 누가 수술하나?

소아과 중 소아흉부외과 등 세부 전공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아흉부외과는 일반 병원에서 수술하기 어려운 선천성 심장기형 아기들을 돌보는 곳이다. 최근 늦은 임신이 많아 심장 이상을 보이는 아기들이 늘고 있다. 반면에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소아흉부외과 전문의는 27명. 특히 혼자서 고난도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15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1년 내내 퇴근 후에도 대기해야 한다. 응급콜이 오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2026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역시 심장혈관흉부외과는 14명에 그쳤다.

그런데도 의료사고가 나면 다른 과에 비해 많은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아기 환자는 기대수명이 길어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성인보다 배상액도 훨씬 크다. 10억 원이 넘는 배상금 얘기를 할 때마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의사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의료분쟁 한 번에 가정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이다. 의사 아버지는 자녀가 유학을 희망하면 말릴 수밖에 없다. 아기가 좋아서 무작정 소아과를 선택한 젊은 날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차라리 미용 의사나 할 걸"... 젊은 날의 선택, 후회?

아기를 수술하는 것은 성인 환자보다 몇 배나 어렵다. 미세한 혈관을 찾아야 하고 돌발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5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을 마치면 몸은 녹초가 된다. 당연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내일도 고난도 수술이 예정돼 있다. 이런 선배 의사들을 지켜보는 젊은 후배들은 "차라리 마음 편하게 미용 의사나 하는 게 낫다"는 고민을 한다. 무엇보다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두렵다. 다른 전공 의사들은 주말에는 골프 여행을 하는데, 그들은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 워라벨은커녕 기본적인 삶의 질조차 누릴 수 없다.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수가(건강보험에서 주는 돈) 인상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 돈이 병원 운영비로 흡수되고 실제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교수와 전임의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전공의 미달로 교수와 전임의가 직접 뛰는 분야에 대해선 과거 선택진료비와 비슷한 직접 보상 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 재원이 문제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몸을 갈아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제대로 보상이 돌아가야 전공의 미달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도 의사를 형사처벌하고 거액의 배상액을 물리는 기존의 제도는 손질해야 한다. 필수의료의 위기는 돈보다는 소송 부담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번의 분쟁으로 평생 쌓아 올린 평판과 가정 경제가 무너지는 데 누가 전공하겠는가. 의사가 중증-난치-응급 환자를 진료할 때 항상 배상 책임, 형사 책임을 떠올린다면 최소한의 방어진료에만 머물 수 있다. 이는 환자에게도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건강보험료 일부와 정부-지자체의 재정으로 환자안전기금 등을 만들어 대비할 수도 있다.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출산율 vs 소아과 의사는 크게 감소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반등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2024년보다 1만 6100명(6.8%) 증가했다.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우리 아기를 돌보는 소아과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아기의 심장 수술을 할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빨리 제도를 마련하고 정비해야 한다. 축 처진 소아과 의사의 어깨를 다독여야 한다. 언젠가 나의 아기, 우리 손주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댓글 1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