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쭉쭉 빠진다. 근육량은 30~40대부터 매년 약 1%씩 줄어들기 시작하며, 특히 60세 이후부터는 감소 속도가 이전보다 2배 이상 빨라진다. 70대가 되면 근육량이 청년기에 비해 약 30~40% 줄어든다. 최근 국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근육의 급격한 변화가 체력 저하 외에 뇌 건강과 치매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호주 커틴대 보건대학원 등 공동 연구팀의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적 수준의 근감소증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발병 위험을 42%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은 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혈관성치매 위험을 70%나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65세 미만의 중년 성인에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위험을 48%까지, 65세 이상에서는 혈관성치매 위험을 74%까지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세 미만 중년기의 비만은 치매 위험을 9% 높이는 데 비해, 65세 이상 노년기의 비만은 치매 위험을 오히려 17%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나이가 들수록 살을 찌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체중과 노화, 치매의 관계가 복잡함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이 근육 감소와 체지방 과다가 겹친 ‘근감소성 비만’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두 요인의 복합 작용과 치매 위험 사이의 관련성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Sarcopenia, obesity, sarcopenic obesity and dementia ris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ohort studies)는 최근 국제 학술지 《국제 식품 과학 및 영양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Sciences and Nutrition)》에 실렸고 호주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ScienceAlert)이 소개했다.
그런데 왜 근감소증이 치매 위험을 높일까?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뇌와 전신 대사를 조율하는 중요한 내분비·대사 기관이다. 근육이 줄어들 때 치매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데는 다섯 가지 의학적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첫째, 근육 감소는 활동량을 낮춰 뇌 혈류를 떨어뜨린다. 충분한 양의 근육은 걷기 등 일상 움직임을 통해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을 활발하게 한다. 하지만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져 뇌 혈류가 감소한다. 장기간 혈류 부족이 이어지면 미세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뇌의 백질과 회백질이 손상돼 혈관성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둘째, 근육 감소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뇌 에너지 대사를 교란한다. 근육은 온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이다. 근육량이 줄면 혈중 포도당과 인슐린이 높게 유지되는 저항성 상태가 된다. 뇌세포도 인슐린 신호로 포도당을 이용해 시냅스 기능과 기억을 유지하므로, 저항성이 심해지면 에너지 부족과 신호전달 장애를 겪는다. 알츠하이머병을 '제3형 당뇨병'으로 부를 정도로, 이 대사 장애가 치매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근육 감소는 온몸의 염증을 늘리고, 특히 뇌 신경의 염증을 크게 높인다. 건강한 근육은 운동 때 항염증성 마이오카인을 분비해 전신 염증을 조절한다. 반면 근육이 줄면 이 신호가 약해지고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TNF-α, IL-6 등)이 늘어난다. 만성 염증은 뇌혈관 장벽을 약화해 뇌 안으로 염증성 물질의 유입량을 늘린다. 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촉진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가속화한다.
넷째, 근육 감소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직결돼 있고 뇌세포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떨어뜨린다. 근육 내 미토콘드리아의 숫자가 줄고 질이 떨어지면, 전신 에너지 대사 효율이 감소하고 활성산소와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뇌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에 매우 취약해진다. 이는 인지 기능과 기억력 저하, 신경퇴행성 변화로 이어진다.
다섯째, 근육 감소는 뇌 백질 손상 위험을 증가시켜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 보행 속도 저하와 근감소증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상의 ‘백질 고신호 병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인 백질이 만성 혈류 저하, 염증, 대사 장애로 손상되면 처리 속도 저하, 주의력 감소, 실행기능 장애 등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약 7.9%가 근감소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근감소증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한다. 80세 이상에서는 20%를 웃도는 것으로 보고됐다. 65세 이상의 전반적인 악력(손아귀 힘) 저하율은 15% 내외이며, 악력이 떨어진 고령층은 근감소증 위험 외에 대사질환 및 전반적인 신체기능 저하 위험까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지만, 지방이 그 자리를 채우는 바람에 체중 변화는 적다. 이 때문에 본인 스스로 근손실을 자각하기란 쉽지 않다. 근감소증에 걸리면 전반적으로 힘이 빠질 뿐만 아니라 뼈 건강, 당 조절, 심혈관 및 뇌 신경계 질환 전반에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위험을 막고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 근육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첫째,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다. 노인은 근육 합성 능력이 떨어지므로 하루 체중 kg당 1.0~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며,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을 매 끼니 골고루 챙기는 것이 좋다. 둘째, 심폐력을 기르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을 유지하는 저항성운동(아령 밴드 등)을 병행해야 하며 몸의 균형을 잡는 운동(한 발로 서기, 일직선 걷기 등)에도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셋째, 근육량을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낙상을 되풀이하거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보행 속도가 떨어지면 병원을 찾아 악력 검사, 보행 속도 측정 및 체성분 평가 등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체중은 그대로인데 근육이 줄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뭔가요?
A1.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빠지는 자리를 지방이 채우기 때문에 체중은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 ‘마른 비만’이나 ‘근감소성 비만’이라고 부릅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실제 체내 근육량과 근력이 심각하게 떨어졌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Q2. 굳이 헬스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근육 유지법에는 뭐가 있나요?
A2. 중장년층 이상에는 무리한 고강도 운동보다는 저항성 운동(근력강화운동)이 좋습니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벽 짚고 팔굽혀펴기, 가벼운 탄성 밴드 당기기 등을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여기에 주 3회 이상 30분 정도의 빠르게 걷기나 계단 오르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함께 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Q3.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근육이 저절로 늘어나나요?
A3. 단백질만 섭취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단백질이 근육으로 바뀌지 않고 체지방으로 쌓이거나 대사 과정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체중 kg당 1.0~1.2g의 좋은 단백질을 매 끼니 나눠 먹으면서, 반드시 근육에 자극을 주는 저항성 운동을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 근육량 증가와 뇌 건강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