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20년 동안 툭하면 대상포진 걸리던 50대女⋯알고보니 ‘이 병’ 때문?

특정 수막염 진단 후, 선천성면역결핍증으로 뒤늦게 밝혀져/중이염, 대상포진과 램지헌트증후군, 악성 외이염, 폐렴, 설사병 등 ‘기회감염’에 끊임없이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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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을 느낀 여성이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다. 툭하면 중이염 대상포진 폐렴 설사 등 각종 감염병에 시달리던 50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특정 수막염 진단을 받고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앓고 있음을 알았다. 최근 이 같은 사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성그룹 자우림의 가수 겸 싱어송라이터인 자우림(52)은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병 환자는 평소 건강관리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20년 동안 각종 세균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통받던 50대 멕시코 여성이 특정 수막염으로 진단받은 뒤에야 비로소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35세에 중이염, 43세에 대상포진과 램지헌트증후군, 44세에 악성 외이염, 47세에 폐렴, 51세에 원인 모를 반복적인 설사병 등으로 끊임없이 고통받았다.

이들 병은 모두 면역력이 정상일 때는 괜찮다가 면역력이 뚝 떨어지면 쉽게 감염되는 ‘기회감염’에 해당한다. 램지헌트증후군은 수두 바이러스가 귀 근처의 안면 신경에 재활성화해 생기는 병이다. 한쪽 얼굴이 마비되고 귀 주변에 물집이 생긴다. 청력이 떨어지고 이명, 어지럼증도 나타날 수 있다.   

멕시코 마사틀란 제3지역 종합병원 등 연구팀에 의하면 2024년 8월 당시 53세였던 이 여성 환자는 3주 동안 극심한 두통과 구토, 시야 흐림 증상을 보였다. 이어 심한 졸음과 함께 최근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인지 장애 상태에 빠져 병원을 찾았다.

연구팀은 이 환자의 뇌척수액을 뽑아 정밀 배양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치명적인 곰팡이균인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르만스(Cryptococcus neoformans)’를 검출했다. 연구팀은 에이즈(HIV) 환자처럼 면역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만 발생하는 기회감염성 병인 ‘크립토코쿠스 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치료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강력한 항진균제를 투여하던 중 병원내 감염으로 폐렴과 호흡부전까지 발생했다. 환자는 5일간 인공호흡기를 꽂고 지내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연구팀은 표준 항진균 치료를 이어가며 급성기 감염을 잡아냈다. 이어 플루코나졸 성분의 약으로 수개월간 유지 치료를 진행해 고비를 넘겼다.

연구팀은 무너진 면역계를 보완하기 위해 부족한 항체를 외부에서 채워주는 정맥내 면역글로불린(IVIG) 대체 요법을 시작했다. 또한 부족한 백혈구 수치를 올리기 위해 면역조절제(필그라스팀)를 투여했다.

의료진은 표준 항진균 요법과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병행하며 4주마다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12개월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환자의 백혈구와 호중구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감염은 단 한 번도 재발하지 않았다. 20년 만에 찾아온 평온이었다.

연구팀은 근본적인 의문을 품었다. 에이즈 환자도 아니고, 면역억제제를 맞은 적도 없는 성인 여성에게 면역결핍성 뇌수막염이 발생한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정밀 면역학적 평가에 착수했다. 에이즈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고, 면역력을 떨어뜨릴 만한 대사질환이나 골수암도 없었다.

하지만 혈액을 정밀 분석한 결과에서 의문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환자는 인체의 항체를 구성하는 핵심 면역글로불린인 IgG 수치가 4g/L(정상 7~16g/L)로 정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저감마글로불린혈증’ 상태였다.

특히 면역 최전선에서 세균·바이러스·곰팡이(진균) 등과 싸우는 핵심 세포인 CD4+ T세포(보조 T림프구) 수가 188세포/µL에 그쳤다. 통상 성인의 정상 수치는 500~1500세포/µL다. 이 수치가 200세포/µL에 못 미치면 면역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는 뜻이다.

20년간의 잦은 감염과 이번의 치명적인 뇌수막염은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이 함께 망가진 선천성면역결핍증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례 연구 결과(Cryptococcal Meningitis Revealing Late-Onset Combined Immunodeficiency After Two Decades of Recurrent Infections: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선천성면역결핍증은 어린이에만 발생하는 병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의 종류나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면역 기능이 아주 느리게 떨어지는 경우도 꽤 많다. 소아기나 청년기에는 별 문제없이 지내다가, 30~50대에 비로소 정체가 드러나는 선천성면역결핍증 환자의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성인에게 가장 흔한 선천성면역결핍증(원발성면역결핍증)은 항체인 면역글로불린이 몸 안에서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일반 가변성 면역결핍증(CVID)’이다.

이 사례 속 환자가 진단받은 ‘후기 발병 복합 면역결핍증(LOCID)’은 이 CVID의 스펙트럼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이고 위험한 증상을 보인다. 환자는 항체만 부족한 게 아니었다. 바이러스나 진균류 등의 감염을 물리치는 세포성 면역의 핵심인 CD4+ T세포까지 기준치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 상태가 되면 평범한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 약한 곰팡이나 바이러스까지 몸속에 침투해 생명을 위협하는 기회감염을 일으킨다.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앓는 사람은 진단 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중이염, 대상포진, 폐렴, 만성 설사 등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감염병에 시달리기 일쑤다. 근본 원인을 모른 채 눈앞의 감염만 치료하다 보면 몸속 장기가 서서히 손상된다. 결국 크립토코쿠스 수막염 같이 치명적인 감염을 발견한 뒤에야 비로소 병명을 알게 된다. 이 병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진단 지연'이 꼽히는 까닭이다.

크립토코쿠스 수막염은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의 호흡기로 침투한 크립토코쿠스 곰팡이(진균)가 혈액을 타고 뇌와 척수막으로 퍼져 염증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두통과 발열로 시작해 의식 저하, 경련, 목 뻣뻣함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 곰팡이는 주로 비둘기 배설물로 오염된 토양 등에서 서식한다. 면역력이 많이 약해진 사람이 이를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감염된다. 이 병은 면역억제제나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한 사람, 장기 이식 수혜자 등 면역 기능이 뚝 떨어진 환자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의학계 및 학술 자료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면역계의 유전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는 선천성면역결핍증의 전 세계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11.8명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실태조사에서 유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1.13명(소아·청소년 대상 조사 기준) 인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환자의 80% 이상이 소아 시기에 첫 증상을 나타내지만, 이번 사례처럼 유전자 변이 양상에 따라 성인 이후에 뒤늦게 발견되는 환자도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다. 환자와 의사의 경각심이 필요한 까닭이다.

평소 다른 병을 앓지 않고,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건강한 성인도 조심해야 한다. 툭하면 중이염, 외이염, 대상포진, 폐렴 등의 감염병이 재발하거나 크립토코쿠스 수막염 같은 기회감염이 발생하면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의심해야 한다. 단순히 허약 체질로 여겨 방치하면 안 된다. 지체 없이 종합병원을 찾아 종합적인 면역 기능 검사를 받아야만 치명적인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어릴 때는 멀쩡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선천성면역결핍증이 나타날 수도 있나요?

A1.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선천성면역결핍증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모든 환자가 태어나자마자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 변이의 특성에 따라 면역 기능이 수십 년에 걸쳐 아주 서서히 나빠지는 유형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소아기나 청년기에는 면역계가 어느 정도 버텨주다가, 30~50대에야 잦은 감염 증상과 함께 병이 본격적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Q2. 일반적인 만성 피로나 면역력 저하와 이 병을 어떻게 구별하나요?

A2. 단순히 피로감을 자주 느끼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는 수준을 넘어, 명확한 경고 징후가 있습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중이염과 같은 귀 감염이 2회 이상 발생하거나, 1년에 1회 이상 폐렴을 앓거나, 대상포진 등 바이러스성 감염이 과도하게 재발하고, 감염 치료를 위해 매번 먹는 약이 아닌 정맥주사 항생제를 반복해 맞아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단순한 면역력 저하가 아닌 체내 면역계 자체의 결함을 강하게 의심해야 합니다.

Q3. 이 병으로 진단받으면 평생 격리되거나 치료가 불가능한가요?

A3. 그렇지 않습니다. 완치 개념의 유전자 치료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부족한 면역 성분을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보충해 주는 정밀한 유지 요법으로 충분히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의 환자가 진단받은 LOCID의 경우, 통상 3~4주 간격으로 정맥을 통해 면역글로불린(IVIG) 주사를 맞아 부족한 항체를 채워주고 필요에 따라 면역 세포 생성을 돕는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이 병은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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