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꺼내든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문제가 제약업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현대약품이 허가를 추진 중인 ‘미프지미소’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입법 미비로 허가를 미뤄왔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 중지 약물과 관련해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고, 사고가 나는데 이를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며 “법으로 ‘몇 주’라고 정하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닌 것 같고 의사의 양심과 전문적 재량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주문했다. 이에 한성숙 국무총리는 “워낙 예민한 사안이니 관련 부처와 함께 안건을 준비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주권정부는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해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과 약물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품목허가와 관리체계 마련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여성·인권단체는 공식적인 임신중지약 도입 논의가 재개된 것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산부인과계 일부와 생명권 단체에서는 명확한 허용 주수와 처방·사후관리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을 서두르면 의료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산업계에서는 임신중지약물 미프지미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약품으로 눈길이 모인다. 미프지미소는 임신 유지에 관여하는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로 구성된 제품이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첫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의 자료보완 요구를 받은 뒤 2022년 12월 자진 취하했다. 2023년 3월 재신청했지만 식약처가 법률 개정 전에는 일부 심사요건의 설정과 평가가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절차가 지연돼 신청을 취하했고, 2024년 12월 세 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품목허가는 짧으면 수개월씩 걸리지만,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다보니 식약처도 허가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당장 허가가 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주가는 요동쳤다. 현대약품은 지난 14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연일 상승 기조를 이어왔고, 이날 오전 한때 8470원까지 치솟았다. 앞서 지난 13일 4675원에 거래를 마쳤던 주가와 비교하면 81.2% 상승한 수치다.
핵심은 후속 입법에 앞서 식약처가 미프지미소의 실질적인 품목허가 심사에 착수할 수 있을지다. 식약처는 그동안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의 허용 여부와 사용 주수가 법률로 정해져야 효능·효과와 용법·용량, 위해성관리계획 등 핵심 항목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앞서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 제1항의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중 의사가 임신부의 동의를 받아 시행한 낙태를 처벌하는 부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지만 국회는 후속 입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사실상 법률 정비를 실질적인 허가심사의 선제조건으로 제시해 왔던 것인데,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받은 외부 법률자문 중 상당수가 현행법에서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22대 국회에는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와 건강보험 적용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남인순 의원안) 등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멈춘 상태다. 해당 법안은 지난 3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가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복지부는 당시 처벌 조항을 어느 법에 둘지와 형법·모자보건법을 동시에 개정할지 등을 포함해 정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국회 후반기 원 구성 갈등도 변수다. 여야의 합의로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데다, 임신중지의 처벌 범위와 허용 주수, 형법·모자보건법의 동시 개정 여부에 대한 정부 대안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국회 입법보다 대통령 주문에 따른 관계부처의 행정적 해법 검토가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