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3일 (월)

등 크게 째지 않고 척추에 나사못을?…‘구멍 하나’ 내시경 유합술

1㎝ 안팎 통로로 신경 압박 풀고 척추 고정…심한 변형·광범위 수술은 제한

척추뼈가 내려 앉거나 전후좌우로 밀려났다면, 척추뼈들에 나사못을 박아 고정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수술이
커지는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허리에 대형 나사못을 박아 고정해야 한다는데, 무서워서 도저히 수술대 위에 못 올라가겠습니다."

부산에 사는 이 씨(65)는 몇 년 전부터 다리가 터질 듯 저리고, 조금만 걸어도 주저앉아야 했다. 원인은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 어긋나는 '척추전방전위증'(Spondylolisthesis)이었다.

'꼬부랑 할머니'처럼 굽은 외형도 문제였지만, 위아래 척추뼈가 어긋나 흔들리는 탓에 허리가 쉬지 않고 아픈 게 더 컸다. 흔들리는 척추뼈를 단단히 묶는 '척추유합술(나사 고정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등을 크게 째야 한다는 두려움에 주사와 약물로 버텼다.

결국 통증은 만성으로 굳었고, 마비까지 왔다. 수술 후에도 허리에 힘을 못 쓰거나 묵직한 통증이 오래가는 주변 사례를 봐온 탓에 선뜻 결정을 못 한 사이 병은 더 악화됐다.

이처럼 치료 시기를 자꾸 늦추려는 것은 척추 환자들 사이의 공통적인 패턴이다. 이에 부산큰병원 윤명수 병원장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경 세포가 영구 손상되어 수술 후에도 마비감이나 저린 느낌이 오래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명수 병원장이 아시아에서 온 해외 의사들 앞에서 단일공 내시경 척추유합술 시연을 보이고 있다. 사진=부산큰병원

절개하면 허리 근육도 '마블링' 된다⋯수술 후 만성 요통의 또 다른 원인

사실 척추 수술은 쉽지 않다. 특히 척추유합술은 척추 수술 가운데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흔들리는 뼈 정렬을 맞추고 디스크를 드러낸 뒤 인공 뼈를 삽입하고 나사못을 고정한다. 등 쪽을 광범위하게 절개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 과정에서 허리를 지탱하는 등 쪽 근육과 신경 조직이 불가피하게 찢어지고 벌어진다.

윤 병원장은 이를 한우의 '마블링'에 비유한다. 절개 수술 후에도 허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와 연결시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마블링 많은 소고기는 근육 사이에 지방이 낀 것입니다. 맛은 좋을지 몰라도 살아서 힘을 쓰기엔 최악인 상태죠. 사람의 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절개를 크게 해서 수술하면, 한 번 잘려 나간 등 근육은 제 기능을 잃고 회복 과정에서 흉터 조직이나 지방으로 변해버립니다."

실제로 뼈는 단단하게 잘 묶었는데도 허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 과정에서 생긴 근육 손상 때문이기도 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부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cm 구멍 하나로 나사까지 박아⋯불가능’이 세계 표준 되기까지

이런 절개 수술의 한계를 넘은 것이 '단일공 척추내시경 요추 유합술'이다. 피부에 1㎝ 안팎의 구멍 하나만 뚫은 뒤 초고화질 내시경 카메라와 특수 수술 도구를 함께 넣어 병변을 치료하는 최소침습 방식이다. 근육 결을 따라 미세하게 진입하기 때문에 근육 손상도, 출혈도 거의 없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이 수술을 오랫동안 해온 부산큰병원 윤명수 병원장(정형외과)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의심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작은 구멍으로 어떻게 나사까지 박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하지만 작은 구멍만 뚫어 내시경으로 나사를 완벽하게 고정하는 방식(MIS-TLIF)은 이제 글로벌 표준"이라 했다.

윤 병원장이 2018년, 유럽척추학회지(European Spine Journal)에 ‘단일공 척추 내시경 유합술’ 기법을 소개하는 논문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단순 디스크 수술은 몰라도 나사를 박는 유합술을 구멍 하나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회의적 반응도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도 수술이 더 진화했다. 내시경 진입 후, 몸 안에서 스스로 펼쳐지는 '확장형 유합용 인공 케이지(Expandable Cage)'와 초정밀 드릴, 4K 모니터링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운영된다.

그래서 좁은 통로에서도 훨씬 더 정밀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나사 고정력과 척추 유합의 안정성 역시 더 확보됐다. 기존 절개 수술 이상이다. 한때 '도전적 시도'로 여겨지던 내시경 유합술이 이젠 세계 척추학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심하게 굽은 허리도 바로 세운다⋯꼬부랑 할머니’도 회복 가능할까?

그래서 단일공 척추 내시경 유합술은 단순히 '흉터가 적은 수술'에 그치지 않는다. 윤 병원장은 큰 절개 수술로도 교정하기 쉽지 않았던 척추변형 환자까지 내시경만으로 척추 전방 각도를 34도까지 회복하는 임상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큰병원 윤명수 병원장 단일공 척추 내시경 유합술 집도 실적]
총 시행 건수: 381건
척추내시경 유합술 재수술률: 0.6%
통증 경감 효과: 수술 전 VAS 8 → 수술 후 VAS 2

초고화질 모니터로 척추 신경 바로 옆의 두꺼워진 뼈와 황색인대를 정밀하게 깎아내기 때문에, 신경 손상이나 감염 위험이 낮다. 최소침습 척추 고정술(MIS-TLIF)이다.

회복 속도도 빠르다. 기존 절개 수술 환자들이 마약성 진통제를 맞으며 3~4일 이상 누워야 하는 반면, 내시경 수술 환자들은 보통 이틀 정도 통증이 있지만 이후로는 훨씬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

특히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으로 체력이 떨어진 환자, 수혈을 꺼리는 이들에겐 좋은 대안이 된다. 다만 척추 변형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척추뼈 3분절이 넘는 광범위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엔 기존의 절개 방식이 아직은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1㎝ 구멍으로 나사못이 어떻게 들어갑니까? 제대로 안 박히거나 흔들리지 않나요?

[FAQ] 환자들이 많이 묻는 질문들

가장 흔한 오해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수술 구멍은 1㎝ 안팎이지만, 내시경 내부로 진입하는 특수 기구와 '인공 뼈’(케이지) 덕분에 안에서 충분한 고정력을 확보합니다. 정밀 내시경 화면으로 척추 구조물을 수십 배 확대해 보며 고정하기 때문에, 맨눈으로 진행하는 절개 수술보다 오히려 정확도가 높습니다. 허리가 흔들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뼈가 어긋나면 유합술만 해야 하나요? 내시경 감압술은 안 되나요?

척추뼈의 '불안정성(유격)' 유무에 따라 치료법이 갈립니다. 허리를 구부렸다 펼 때 뼈가 심하게 덜컹거리는 '불안정성'이 있는 환자는 유합술로 묶어줘야 재발을 막습니다. 반면, 뼈가 밀려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굳어진 경우라면, 좁아진 신경 통로만 넓혀주는 '감압술'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습니다.

단일공 내시경 유합술은 언제 나온 기술인가요? 지금 받아도 최신 수술이 맞나요?

이 수술의 원천 기법은 2018년 국내에서 처음 학계에 보고됐습니다. 이후 10년 가까이 내시경 카메라는 4K 초고화질로, 수술 장비는 더 정밀하게 발전해왔습니다. 2026년 현재는 세계 척추 학계가 인정하는 최소 침습 표준 기법의 하나가 됐습니다.

도움말=부산큰병원 윤명수 병원장(정형외과). 부산대 의대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를 마쳤다. 척추 내시경, 특히 단일공 수술 경험이 풍부하다. 국제 학술교재 스프링거(Springer) 교과서 저자로 참여했고, SCI 국제학술지에 논문도 여럿 발표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의사들에 단일공 척추내시경 수술을 가르친다.

윤명수 병원장. 사진=부산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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