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4개월 전 당뇨 진단 49세男…혈압도 정상인데 ‘간 쇼크’로 죽을 뻔, 왜?

급성 췌장염이 부른 미세혈관 ‘혈전(피떡)’…간 수치, 기준치의 200배로 ‘간세포 대량 괴사’ 충격

중년 남성이 소파에 앉아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당뇨병 진단을 받은 49세 미국인 남성이 급성 췌장염에 걸려, 간 수치가 정상치의 200배로 치솟는 바람에 큰일을 당할 뻔했다. 이 환자는 이런저런 핑계로 술을 계속 마셔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개월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40대 미국 남성이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미국 조지아주 피드몬트 애선스 리저널 병원 연구팀에 의하면 이 49세 남성은 만성 췌장염도 앓고 있었지만, 술을 끊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정량만 계속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급성 췌장염을 일으킨 이 환자에게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처방하고 귀가시켰다.

그러나 이 환자는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더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첫 진료 때만 해도 정상이었던 간 수치(AST)는 하루 만에 1만U/L를 웃돌며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상 기준치(12~50U/L) 상한의 약 200배가 넘는 치명적인 수치다. 또한 피를 굳게 만드는 혈소판 수치는 정상 기준치(130~400×10⁹/L) 하한의 약 30분의 1 수준(최저 4×10⁹/L)까지 곤두박질쳤고, 자반증과 결막하 출혈 등 심각한 혈액 응고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환자는 입원 기간 내내 혈압이 안정적이었고 의식도 뚜렷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급성 간 손상을 우려해 환자를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 치료했다. 환자는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 중독, 바이러스성 간염, 자가면역 간염 등 가능성에 대비해 각종 정밀 검사를 받았다.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간 도플러 초음파 검사 결과, 간으로 가는 큰 혈관은 막히지 않고 깨끗했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간 관류를 돕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주사(N-아세틸시스테인 정맥 주사) 등 적극적인 지지 요법을 시행했다. 치료 시작 후 환자의 간 효소 수치는 빠르게 낮아졌고, 혈소판과 혈액 응고 지표도 10일 만에 정상을 회복했다. 무사히 큰 고비를 넘기고 계속 치료를 받았다.

이 사례 연구 결과(Ischemic Hepatopathy Without Shock: A Complication of Pancreatiti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는 혈압이 정상인데도 간세포가 대량 괴사한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검사 결과를 종합해 급성 췌장염이 일으킨 ‘파종성 혈관 내 응고증’ 즉 전신의 미세혈관에 혈전(피떡)이 생기는 병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췌장에 심한 염증이 생기면 몸 안에 응고 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통제되지 않는 트롬빈(혈액 응고 효소)이 생긴다. 이 때문에 간 내부의 아주 미세한 소동맥에 혈전이 촘촘하게 박히게 된다.

환자의 전체 혈압은 정상이었지만, 간 내부의 미세 혈관이 막히면서 간세포로 가는 산소 공급이 완전히 차단돼 ‘쇼크 간’과 같은 허혈성 간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인 허혈성 간병증 기준(정상치의 15~20배 상승)을 10배도 더 넘은 간 수치를 보인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특히 간은 문맥 순환을 통해 췌장에서 흘러나온 염증 매개 물질을 가장 먼저 정면으로 받아내는 장기여서 이런 미세혈관 손상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사례 연구 결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전신 혈압이 정상적이라고 해도 내부 장기에서는 미세혈관 폐색과 허혈이 독자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증 염증성 질환을 앓는 환자의 간 수치가 이유 없이 급등한다면, 정상 혈압이더라도 허혈성 간병증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서둘러 원인 질환을 치료하고 지지 요법을 시작해야 장기 부전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혈압이 정상인데도 간에 쇼크가 올 수 있나요?

A1. 네,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허혈성 간병증’(쇼크 간)은 심장 기능 저하나 저혈압 쇼크로 간에 피가 안 통할 때 생깁니다. 하지만 이 사례 연구 결과처럼 몸 안에 심한 염증이 생기면 혈압이 정상이어도 간 내부의 미세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산소가 차단되면서 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Q2. 아세트아미노펜(상품명은 타이레놀 등)을 오래 먹으면 이런 증상이 생기나요?

A2.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 복용할 때에도 간 수치가 10,000U/L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환자는 이 약을 계속 복용하긴 했으나 정량 이상을 먹지 않았고 혈중 약물 농도도 정상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약물 중독이 아닌 췌장염 합병증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평소 진통제를 복용할 때는 정해진 하루 최대 용량을 꼭 지켜야 합니다.

Q3. 이 병을 앓는 환자는 꼭 간 이식을 받아야 하나요?

A3. 허혈성 간병증 환자는 원인 질환인 췌장염과 미세 혈전을 빠르게 치료하고 수액 투여 등 지지 요법을 잘 시행하면 간 기능이 스스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치료 중에도 간성 뇌병증(의식 저하 증상)이 발생하거나 혈액 응고 이상이 계속 악화되는 등 급성 간부전 징후가 보인다면 조기에 간 이식을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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