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관리자로 일하면서 17년 동안 병가를 한 번도 내지 않을 만큼 건강했던 60대 남성이 은퇴한 지 몇 달 만에 혈액암을 진단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몸이 보낸 첫 번째 이상 신호는 통증이나 피로가 아닌, 평소 즐겨 마시던 맥주가 갑자기 싫어진 것이었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하트퍼드셔주 하펜던에 사는 앤디 영(62)은 주말이면 맥주를 즐기고 직접 만들어 마실 정도로 맥주를 좋아했다. 60세에 받은 정기 건강검진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2025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갑자기 맥주 맛이 싫어졌다. 맥주 한 잔을 마시는 데 3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였다. 가벼운 메스꺼움과 피로, 가슴 통증도 나타났지만 당시에는 독감이라고 생각했다.
3주가 지나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자 지난 1월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에서 신장 기능 이상이 발견됐고 물을 많이 마셔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혈액·소변검사와 엑스레이, 심전도, 초음파, 골수검사 등을 받은 끝에 지난 3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지난 4월 받은 전신 검사에서는 암으로 인해 척추 윗부분 두 곳에 골절이 생긴 사실도 확인됐다. 척추뼈가 척수를 압박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앤디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현재 그는 척추 보조기를 착용한 채 매주 피하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며, 몇 주간의 항암치료를 더 받은 뒤 오는 10월 줄기세포 이식을 받을 예정이다.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다시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앤디는 “암이라고 하면 통증이나 덩어리를 떠올리지만 나는 둘 다 없었다”며 “맥주가 싫어진 것 외에는 모두 애매한 증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평소와 다르거나 무언가 변했다고 느껴진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앤디는 골수종 UK(Myeloma UK)의 '경고 신호를 알아두세요(Know the Warning Signs)’ 캠페인을 지지하며 다발골수종의 증상과 조기 검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완치 어렵지만 생존율 높아진 ‘다발골수종’…국내 환자 80% 이상이 60대 이상
다발골수종은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형질세포는 정상적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맞서는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발골수종이 생기면 비정상 형질세포인 골수종세포가 골수에서 늘어나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고 뼈와 신장 등 여러 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는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늘고 있다. 2026년 1월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의 최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다발골수종 환자 2010명이 새로 발생해 전체 암 발생의 0.7%를 차지했다. 남성이 1087명, 여성이 923명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2.2%로 가장 많았고 70대 31.8%, 80대 이상 18.1% 순이었다. 신규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60대 이상인 셈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뼈 통증과 빈혈에 따른 피로, 반복적인 감염 등이다. 뼈가 약해지면서 골절이 생길 수 있으며 혈액 속 칼슘 수치가 높아지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피로, 허약감 등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시작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앤디처럼 신장 기능 이상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질환이 발견되기도 한다.
다발골수종은 혈액과 소변검사, 골수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혈액과 소변에서는 골수종세포가 만드는 비정상 단백질 등을 확인하고, 골수검사로 비정상 형질세포의 비율과 특성을 살핀다.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은 뼈 손상이나 골수종이 침범한 부위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치료에는 항암제와 스테로이드제, 표적치료제, 면역조절제 등이 사용된다.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9~2023년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51%로, 1993~1995년 24%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