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셜네트워크(SNS)에 프로야구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바라보는 한 여성의 짧은 영상이 조회수 8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됐었다. ‘야구장 여신’이란 이름으로 퍼진 해당 영상 속 여성은 다름 아닌 AI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이었다. 실제인 줄 착각하고 처음 영상을 시청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AI 생성 이미지는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젠 광고와 화보에도 AI 모델이 등장하고, 영화에도 AI 배우가 등장하는 시대가 왔다.
앞으로 AI가 만든 얼굴을 실제와 잘 구분해낼 수 있을까. 혹시 AI로 생성된 얼굴을 실제 사람보다 더 ‘믿음직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게 될까.
이 질문을 확인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의 심리학 연구진은 AI가 만든 얼굴과 실제 사람의 얼굴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현실감과 신뢰도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비전(Journal of Vision)》에 실렸다.
연구진은 실제 사람 얼굴 32장과 AI로 만든 얼굴 64장 등 총 96장의 얼굴 사진을 준비했다. 이미지는 인종과 성별, 연령을 최대한 균형 있게 맞춰 특정 집단의 특성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정했다. AI로 만든 얼굴 64장 중 절반은 이전에 얼굴 생성 AI의 표준으로 사용됐던 인공지능모델 GAN, 나머지 절반은 이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바탕으로 사람 얼굴이나 그림을 생성하는 최신 이미지 생성 기술인 확산모델 DM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해당 사진들은 연구 참가자 169명에게 무작위로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사진이 진짜인지 가상 이미지인지 분별하도록 지시받았다. 조사 결과 평균 정답률은 58.4%. 사람들은 진짜 얼굴과 가짜 이미지를 제대로 구분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가상 얼굴을 더 신뢰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새로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1점(매우 신뢰하지 않음)부터 7점(매우 신뢰함)까지 신뢰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제 사람 얼굴의 평균 점수는 4.03점으로 가장 낮았다. 반면 GAN 얼굴은 4.36점, DM이 만든 얼굴은 4.70점으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얼굴을 본 지 약 0.1초 만에 상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얼마나 호감이 가는지 등 첫인상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유능함이나 지배성 같은 특성에 대한 판단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된다.
그렇다면 왜 AI 얼굴이 더 높은 신뢰도를 얻었을까.
이번 연구에선 그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진 못했다. 연구진은 “다만 기존 얼굴 인지 연구에서는 좌우 대칭이 잘 맞고 평균적인 얼굴일수록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준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며 “향후 AI 얼굴의 어떤 특성이 신뢰도를 높였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이미지의 현실감과 신뢰도를 판단하는 과정은 서로 다른 심리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즉, ‘어떤 얼굴이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지’와 ‘그 얼굴이 얼마나 믿음직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최신 AI 모델(DM)이 만든 얼굴이 기존 AI 모델(GAN)로 생성한 얼굴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았음에도, DM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가장 믿음직한 얼굴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AI가 생성한 얼굴 이미지는 정치적 허위 정보 확산이나 신원 도용, 금융 사기, 로맨스 스캠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위험을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