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증성 장질환 치료가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장 점막과 조직의 회복을 목표로 바뀌고 있다. 설사와 복통, 혈변과 같은 증상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내시경으로 확인되는 염증까지 조절해 재발과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 옵션 인터루킨(IL)-23 억제제가 한국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한국얀센은 인터루킨-23 억제제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의 염증성 장질환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치료 환경에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증상 줄어도 장 속 염증은 남을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대장 점막에 염증이 생겨 혈변, 설사, 복통 등을 일으킨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장 협착이나 누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질환 모두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건선 치료제로 출발한 트렘피어, 장질환으로 적응증 확대
트렘피어는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23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다. 인터루킨-23은 면역세포 사이에서 염증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 중 하나로,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장 점막의 염증이 지속될 수 있다. 트렘피어는 인터루킨-23의 p19 서브유닛에 결합해 염증 신호를 차단하도록 설계된 완전 인간 단일클론항체다.
트렘피어는 장질환 치료제로 출발한 약은 아니다. 성분명 구셀쿠맙은 2017년 미국에서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 치료제로 먼저 승인됐고, 이후 건선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피부와 관절, 장은 서로 다른 장기지만, 일부 만성 염증질환에서는 인터루킨-23 신호가 공통으로 관여한다. 트렘피어의 적응증 확대는 이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 전략이 피부질환을 넘어 염증성 장질환 영역으로 넓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트렘피어는 국내에서 판상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건선성 관절염 등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왔다. 올해 6월 1일부터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중등도·중증 활동성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까지 급여 범위가 넓어졌다. 기존 피부·관절 염증질환 중심의 급여 범위가 염증성 장질환 영역으로 확대된 셈이다.
이에 따라 트렘피어는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중등도·중증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 치료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 6-메르캅토퓨린, 아자티오프린 등 보편적인 치료 약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는 환자가 대상이다. 크론병에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 등 2가지 이상의 보편적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내약성이 없는 중등도·중증 활성 환자에서 급여가 인정된다. 크론병의 경우 크론병활성도지수(CDAI) 220 이상 기준도 적용된다.
치료 목표는 ‘깊은 관해’…내시경·조직 지표까지 본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서 최근 강조되는 개념은 ‘깊은 관해’다. 관해는 증상이 가라앉고 질환이 안정된 상태를 뜻한다. 과거에는 환자가 느끼는 복통, 설사, 혈변 같은 증상이 줄어드는지가 중요한 치료 목표였다. 하지만 증상이 좋아져도 장 안쪽 염증이 남아 있으면 재발이나 합병증 위험이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임상 증상 개선뿐 아니라 내시경으로 확인되는 장 점막 치유, 조직 검사에서 확인되는 염증 개선까지 함께 보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가 넓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인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대한장연구학회 IBD연구회위원장인 홍성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연자로 참석했다.
정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 목표가 과거 증상 개선 중심에서 내시경적 치유와 조직학적 치유를 포함한 깊은 관해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치료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상당수 환자가 충분한 질병 조절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작용의 치료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홍 교수는 트렘피어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임상에서 임상적 관해, 내시경적 관해, 조직학적 관해 등 여러 지표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치료 선택은 환자의 질환 위치와 중증도, 이전 치료 경험, 동반질환, 투여 방식, 안전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임상 연구서 내시경 반응·조직 관해 개선 확인
크론병 적응증의 주요 근거는 GALAXI 2·3 임상연구다. GALAXI-2와 GALAXI-3 통합 분석에서 트렘피어는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와 비교해 내시경 반응, 내시경 관해, 깊은 관해 등 주요 내시경 기반 지표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다.
48주 시점 내시경 반응률은 트렘피어 200mg 4주 간격 투여군에서 53%, 100mg 8주 간격 투여군에서 48%였다. 스텔라라 투여군은 37%였다. 임상적 관해와 내시경적 관해를 모두 충족하는 깊은 관해 달성률은 트렘피어 200mg 4주 간격 투여군 34%, 100mg 8주 간격 투여군 30%로, 스텔라라 투여군 22%보다 높게 나타났다.
궤양성 대장염 적응증은 QUASAR 3상 임상연구를 근거로 한다. 12주차 임상적 관해율은 트렘피어 투여군 23%, 위약군 8%였다. 유지요법 44주차에는 200mg 4주 간격 투여군에서 약 50%, 100mg 8주 간격 투여군에서 약 45%가 임상적 관해를 달성했다.
내시경과 조직학적 지표에서도 개선이 관찰됐다. 44주차 내시경 관해율은 트렘피어 각 투여군에서 34%와 35%, 조직학적 관해율은 61%와 59%로 나타났다. 조직학적 관해는 현미경으로 장 조직을 봤을 때 염증이 줄어든 상태를 뜻한다.
장기 데이터도 제시됐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QUASAR 장기연장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92주까지 치료를 유지했다. 92주 시점 임상적 관해율은 200mg 4주 간격 투여군 74%, 100mg 8주 간격 투여군 71%였다. 내시경 관해율은 각각 44%와 42%, 조직학적 관해율은 66%와 67%로 보고됐다.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GALAXI-1 5년 장기 연구에서도 기존 승인 적응증과 일관된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급여 확대의 의미는 특정 치료제 하나가 추가됐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야 하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 적용은 환자가 새로운 작용을 하는 표적 치료제를 보다 이른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 다만 생물학적 제제는 감염 위험 등 안전성 관리가 필요한 만큼, 실제 처방에서는 환자 상태와 치료 목표를 고려한 전문의 판단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