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0~3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대한노인병학회 '제77차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첫해에 학회장 한성호 교수(동아대병원)와 이사장 조영중 교수(국립중앙의료원)가 이끄는 집행부는 이번 대회에서 “노인의학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학술대회 전면에 내세웠다.

첫 번째 질문: 노쇠 연구, 이제 외래로 내려올 때가 됐는가?
둘째 날 오전, 노쇠(frailty) 세션 두 개가 연달아 편성됐다. 이례적인 구성이었다.
그중 원장원(경희대)·임재영(서울대) 교수는 노쇠와 근감소증을 테마로 잡아 그 평가와 중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첫 발표가 '외래에서의 CGA 기반 접근'(임정선)이었다. 노인포괄평가(CGA)는 원래 입원 환경에서 쓰던 정밀 도구다. 이제 그것을 외래로 끌어내리자는 것이다. 여기에 '중재 치료'(최정연)와 '낙상 예방'(신명준)이 뒤를 이으며 선별 이후의 치료와 예방이란 실천 경로에까지 이어졌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로 한국 노인병 연구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던 원장원 교수 같은 이들에겐 "코호트 연구는 충분히 쌓였다. 선별 도구도 있다. 그런데 동네 의원에서 노쇠를 측정하는 의사는 지금 얼마나 되는가"라고 묻고 있는지 모른다.
앞서 열린 '근골격계 노쇠' 세션(좌장 김대열, 허연)은 일본에서 먼저 체계화된 ‘로코모티브 증후군’(Locomotive Syndrome)을 독립적으로 다뤘다. 나이가 들며 떨어지는 운동 능력 문제를 조기에 잡아내는 근골격계 노쇠의 실천형 개념.
이번 심포지엄에선 이 개념의 역사와 역학(김미지), 진단과 치료(유준일), 여기에 더해 디지털 기술 기반 중재(박현태)까지를 패키지로 편성해 주목을 받았다. 학회가 '노쇠 선별 도구의 디지털화'를 차기 과제로 내다보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두 번째 질문: 통합돌봄 원년, 의사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이번 대회의 첫 세션과 마지막 세션이 모두 정책과 재택의료였다. 개막 세션(좌장 한성호 학회장)은 재택의료-돌봄 연계 모델(유창근·한국재택의료협회), 부산시 통합돌봄 현황(김태석·부산시청), 1차의료 현장 경험(강헌대·민들레돌봄의원)을 한 무대에 세웠다. 협회, 지자체, 현장 의사가 나란히 섰다는 것 자체가 메시지다.
마지막 세션(좌장 조비룡 서울대 교수)은 암 치료 현장의 재택의료 경험(황인규), 병원 기반 재택의료 운영 모형(이선영)에 이어 ‘노인 주치의’(박승국)-‘완화의료 주치의’(강정훈)-‘1차의료 주치의’(강헌대)라는 세 관점의 패널 토론으로 대회를 닫았다.
이는 재택의료 정착이 학회 전체가 공유하는 '미완의 과제'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법(돌봄통합지원법)은 생겼다. 그런데 의사는 재택으로 나갈 준비가 됐는가? 수가는 현실적인가? 지역사회 인프라는 있는가?"란 화두를 용광로에 넣어 본 셈이다.
세 번째 질문: 다약제 복용, 치료인가 위해(危害)인가?
다약제(Polypharmacy) 문제는 이번 대회에서 독립 세션이 아니라 여러 세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신장, 소화기, 심혈관, 호흡기 세션들 모두 이 문제를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한 환자가 동시에 5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상태에서 생기는 부작용, 더 나아가 치료 효과를 상쇄하는 구조는 노인병 다루는 의사들에겐 오랜 골칫거리다. 단일 장기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을 가로지르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부 병원에서 ‘약물조화클리닉’(서울아산병원)이란 이름을 내걸고,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긴 하지만 대한민국 임상 전반적으로 보면 아직 역부족인 상황. 각각의 전문과 의사들이 자기 영역에서 '최선의 약'을 처방하면, 노인 환자 손에는 10개가 넘는 약 봉지가 쥐어지는 상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예를 들어 콩팥(신장) 건강 문제다. 신장은 약물 배설의 주요 경로이자 다약제 피해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 '노인 맞춤형 변비 치료'도 비슷한 맥락. 변비는 노인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호흡기 감염 세션에서의 폐렴 문제(최하영), 항생제 사용전략(노태훈), 바이러스와 백신 전략(박혜랑)도 연관성이 작지 않다. 좌장을 맡은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교수(노년내과)는 “노인에게 폐렴은 폐에 생긴 감염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입원~근력 저하~노쇠 악화~퇴원 실패~요양 시설 입소~사망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의 출발점”이라 했다. 대표적인 ‘급성 노인병증후군’(acute geriatric syndrome)이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여러 기능 저하가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
이어 조영중 학회 이사장(국립중앙의료원 내분비대사내과)이 좌장을 맡은 심혈관 세션에서도 '심혈관 스텐트 환자에서 동반질환 발생 시 항혈전제, 항응고제 사용 원칙'(천대영)이 다뤄졌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노인에 항혈전제와 항응고제를 함께 써야 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의사의 고민이다.

네 번째 질문: '노인 65세' 기준, 아직도 유효한가?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세션은 없었다. 그러나 대회 전반에 암묵적으로 깔린 전제다. 치매 예방 세션이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의 조기 개입에 집중하고, '노인의 영양과 운동' 세션이 노인을 수동적 돌봄 대상이 아닌 능동적 존재로 상정한 것도 그런 때문. 영양-운동-수면-건강기능식품까지 생활 현장으로 노인의학 영역을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 노인 기준 만 65세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때 국제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45년이 지난 지금, 기대수명은 83.7세(2024년 생명표), 실제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유병기간 제외 건강수명)은 65.5년이다. 이렇게 엄청난 18년의 격차를 어떻게 볼 것인가? 세션 구성은 이미 답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섯 번째 질문: AI가 노쇠를 예측하는 시대, 의사의 자리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AI나 디지털을 명시적으로 다룬 발표는 드물었다. 하지만 학술대회 바깥의 신호는 다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K-ARPA-H 과제 'DEF-H'(사업비 175억 원)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노쇠 예방 AI를 개발 중이고, 고려대 의대 'Frailty Zero' 연구는 이미 킥오프됐다.
여기에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교수팀이 업그레이드해온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입원 첫날 데이터만으로 위험도를 83.7% 정확도로 예측한다고 한다. 사실상 임상 AI 모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노인의학에서 AI는 아직 변방이다. 그러나 한국 노인의학이 일본의 앞선 경험을 참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내려면, AI와 디지털 기술을 임상 현장에 더 과감히 끌어들이는 것이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1~2년 뒤 프로그램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 변화의 욕구를 학회가 어떻게 담아낼 지가 다음 학술대회를 기대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