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낯선 얼굴도 모두 친구처럼 느껴...편두통 뒤 찾아온 희귀 증상의 정체는?

낯선 얼굴 봐도 ‘이미 아는 사람’이라는 강한 신호 발생…뇌 연결 이상과 관련

영국의 한 여성이 극심한 편두통을 경험한 뒤, 처음 보는 사람조차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느껴지는 희귀 신경질환을 앓게 된 사연이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한 여성이 극심한 편두통을 경험한 뒤, 처음 보는 사람조차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느껴지는 희귀 신경질환을 앓게 된 사연이 알려졌다. 연구진은 최근 뇌 분석을 통해 얼굴을 인식하는 시각 체계와 기억 체계 사이의 비정상적 연결이 이러한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매체 더선에 의하면, 노스요크셔 스카버러에 거주하는 제니 패리(54)는 길거리나 카페, 상점, 영화관 등 어디를 가든 마주치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강한 친숙함을 느낀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제니가 경험하고 있는 증상은 ‘얼굴 과친숙성 증후군(hyperfamiliarity for faces, HFF)’으로 불린다. 매우 드문 신경학적 증상으로, 낯선 얼굴에 대해 비정상적인 친숙함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편두통 이후 갑자기 시작된 증상

증상은 2019년 가을 시작됐다. 제니는 딸과 함께 산책을 하던 중 평소보다 훨씬 심한 편두통을 경험했다. 그 직후 처음 마주친 사람을 보며 오랫동안 알던 사람처럼 느꼈고, 그 뒤로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증상은 그의 일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의 얼굴을 보더라도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이거나 함께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친구, 혹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지인이라는 식의 ‘가짜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갑게 말을 걸었다가 상대가 당황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는 이제 사람 얼굴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제니는 얼굴 대신 반지나 머리 모양, 옷차림, 반려견 같은 주변 단서를 통해 사람을 구별하려 노력하고 있다. 친구들과 만날 때도 눈에 띄는 색상의 옷을 입거나 먼저 손을 흔들어 달라고 미리 부탁한다.

그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반대로 상대는 나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위축되는 순간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이제는 증상을 스스로 조절하며 가능한 한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숙함이라는 잘못된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

의료진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이에 제니는 직접 관련 연구를 찾아보다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HFF에 대해 연구하는 브래드 듀셰인 교수를 알게 됐고, 영국 요크대와 다트머스대 공동 연구진은 그의 뇌 활동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제니에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영상을 보여주며 뇌 활동을 측정한 뒤, 결과를 해당 드라마의 열성 팬 그룹과 등장인물을 전혀 모르는 그룹의 뇌 활동과 비교했다.

그 결과 제니는 드라마를 처음 보는데도 불구하고,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의 활동 패턴이 드라마의 팬들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또한 얼굴 정보를 처리하는 핵심 영역과 내측 측두엽 사이의 기능적 연결 패턴 역시 친숙한 인물을 보는 사람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얼굴을 처리하는 시각 시스템과 기억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두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망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실제 기억이 없는 얼굴에도 ‘친숙하다’는 잘못된 신호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요크대 심리학과 팀 앤드루스 교수는 “제니의 기본적인 얼굴 인식 기능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문제는 시각 체계와 기억 체계 사이의 연결이 과도하게 증폭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뇌는 원래 아무 반응이 없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 사람을 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연구 결과는 올해 2월 온라인 공개된 사례 연구 논문에도 실렸다. 연구진은 HFF가 얼굴 인식 네트워크와 기억 관련 영역 사이의 비정상적 기능적 연결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얼굴 과친숙성 증후군(HFF)은 어떤 질환인가요?
HFF(Hyperfamiliarity for Faces)는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에서도 강한 친숙함을 느끼는 매우 드문 신경학적 증상이다. 실제 기억이 없음에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Q2.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건가요?
연구진은 얼굴을 처리하는 시각 체계와 기억 관련 영역인 내측 측두엽(MTL) 사이의 기능적 연결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낯선 얼굴에도 ‘친숙하다’는 잘못된 신호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Q3. 편두통이 직접 원인인가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극심한 편두통 이후 증상이 시작됐으며, 연구진은 편두통과 뇌 기능 변화 사이의 연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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