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CT·MRI 공유 안 되는 ‘포괄2차종합병원’들…환자가 직접 CD 운반해야 하나

부울경 포괄2차 상당수 CT, MRI 의료영상 ‘미연결’...지역의료체계 구조적 약점으로

환자는 병원을 옮긴다. 그런데 정보는 따라가지 못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CT나 MRI를 찍은 환자가 집 근처 종합병원으로 옮길 때, 여전히 CD를 발급 받아 들고 다닌다. 이미 찍은 영상을 다시 제출하고, 때로는 같은 검사를 다시 받는다. 의료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섰지만, 환자는 아직 오프라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이 문제는 단순한 전산 불편이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포괄2차종합병원 지원 사업이 본격화한 지금, 지역의료 체계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는 신호다.

지역의료 전달체계를 구성하는 상급종합병원~포괄2차종합병원~동네 병의원 사이에서 CT, MRI 등 의료정보를 디지털로 교류하는 연결망은 중요하다. 환자들은 이를 통해 각급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시스템을 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픽=ChatGPT

정부는 상급종합병원(부울경 8곳)을 고난도 중증 진료 중심으로 바꾸려 한다. 그 대신 일반적인 중등도 수술 환자는 지역 종합병원으로 내려 보낸다. 그런 역할을 맡을 주체로 특별히 지정한 것이 ‘포괄2차종합병원’이다. 지난해 7월 175곳을 지정했다.

부울경은 그중 30곳이다. 부산 19곳, 울산 4곳, 경남 7곳. 상급종합병원과 동네 병·의원 사이에서 환자를 이어주고, 이어받는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맡을 ‘지역 거점’ 병원들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를, 동네 병·의원이 경증과 만성병 관리를 맡는다면, 그 사이에 있는 가장 큰 범주의 환자군을 포괄2차가 맡는 것이다.

한편으론 의료전달체계를 복원하려는 시도이고, 또 다른 한편으론 지역의료, 필수의료, 응급의료, 공공의료 공백의 상당 부분을 여기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생긴다. 정부가 이를 위해 올해부터 매년 7000억 원씩, 2028년 말까지 3년간 2조 1000억 원이란 거대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괄2차가 지역의료 ‘허리’라면, 영상 공유는 지역의료 ‘신경망’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환자 이동이 부드러워야 한다. 그 기본이 정보다. 어떤 진단을 받았는지, 어떤 영상을 찍었는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공유되지 않으면 협력은 말뿐인 허울만 남는다. 특히 CT·MRI 영상은 수술과 입원 진료의 핵심 자료다. 영상이 막히면 진료 판단도 늦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메디닷컴이 보건복지부 진료정보교류시스템(마이차트, mychart.kr)을 확인한 결과, 부울경 포괄2차종합병원 30곳 중 상급종합병원과 CT, MRI 등 의료영상 정보 교류가 제대로 연결된 병원은 13곳에 그쳤다.

절반을 넘는 17곳이 아직 등록조차 하지 않았거나, 등록은 했어도 실제로는 연결망이 끊겨 있는 셈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내려오는 환자를 받아야 할 포괄2차 상당수가 국가 진료정보교류망에서는 아직 충분히 연결돼 있지 않다.

심지어 대학병원 계열(해운대백병원, 창원경상국립대병원 등)은 물론 종교재단 계열(삼육부산병원 등), 지역 중견 종합병원(좋은강안병원, (울산)동강병원, 창원한마음병원 등), 그리고 일부 공공병원들도 그렇다.

물론 이들 병원 중 일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의 ‘진료 의뢰-회송 중계시스템’(e-Form 포털, ef.hira.or.kr)이나 별도의 개별 영상공유망을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HIRA e-Form 포털은 폐쇄형인 사내 업무망처럼 운영된다. 환자가 상종에서 회송받기 전에는 자신이 갈 병원이 CT·MRI 영상을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지역 병·의원, 환자, 언론이 포괄2차 병원의 디지털 연결성을 외부에서 비교·검증하기 어렵게 돼 있다는 얘기다.

환자 불편과 병원 경영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도

의료영상 공유가 안 되면 가장 먼저 불편을 겪는 쪽은 환자다. 고령 환자나 보호자가 CD를 발급받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영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새 병원에서 다시 촬영을 해야 할 때도 많다.

물론 재촬영이 모두 불필요하다고 할 순 없다. 환자의 몸 상태가 바뀌어 치료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면 추가 검사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정보 공유망이 차단돼 반복 촬영이 생기는 경우다. 이는 환자 부담, 대기 시간 증가, 의료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CT를 또 찍어야 한다면 방사선 노출 문제도 추가로 따라붙는다.

병원들이 연결을 주저하는 이유도 있다. 전산 연동 비용, 보안 책임, 개인정보 관리 부담, PACS와 EMR 연동 문제, 전산 인력 부족이 현실적 장애물이다. 포괄2차종합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의료정보 교류시스템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최근에야 완료된 정도”라며 “현재 구조상 보완해야 할 점이 아직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CT와 MRI는 병원 경영에서 중요한 수익원이다. 환자는 불편해도 병원 입장에서는 추가 검사를 부추길 요인이 충분하다. 환자 편의와 병원 경영 논리가 충돌한다.

성과평가 시대, ‘연결성’이 병원 역량인데

당장 올해 하반기에 포괄2차종합병원 대상으로 제1차년도 성과 평가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7월 지정 이후 1년이 되는 시점에 맞춰 이들이 정책 방향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성과가 나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중환자실과 응급수술에 대한 추가 수가 인정, 24시간 응급진료 인건비 지원은 물론 성과평가 등급에 따라 성과지원금도 병원별로 차등 지원하게 된다. 일종의 보상책이다.

그 핵심의 하나가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다. 중등도(DRG-B군) 수술 환자를 얼마나 맡고 있는지, 응급환자를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지, 상급종합병원 및 지역 병·의원과 의뢰·회송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지역 의료기관들 사이의 진료 협력, 즉 의뢰와 회송 성과가 평가의 중요한 축이라면, 정보 교류 기반이 약한 병원은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내려오는 환자를 안정적으로 받으려면 검사 자료와 영상 정보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지역 병·의원도 회신이 빠르고 정보가 명확한 병원에 환자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연결성은 더는 부가적 기능이 아니다. 병원의 실력이다.

디지털 고립으로는 지역완결 의료 어렵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부울경 포괄2차종합병원에겐 절호의 기회다. 서울 빅5와 상급종합병원으로만 쏠리던 중등도 환자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받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병원에 먼저 간다. 상급종합병원은 회송 환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병원을 원한다. 동네 병의원도 믿고 의뢰할 병원을 원한다. 그 조건은 하나로 모인다. 끊김 없는 연결이다.

부울경 포괄2차종합병원 30곳 중 상당수가 아직 CT·MRI 의료영상 교류망에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경고음이다. 지역의료의 허리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디지털 연결망 없이 지역완결 의료는 작동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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