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자신의 체중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면 혹시 지금 내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진 않은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 비만의 이유로 섭취 칼로리만큼이나 노동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퀸즐랜드대 프라디파 코랄레 게다라 박사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2년까지 OECD 33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간 노동시간 감소와 비만율 하락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1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유럽비만연구학회(ECO 2026)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연간 노동시간이 1% 감소할 경우 전체 인구의 비만율은 0.16%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남성(0.23% 감소)에게서 여성(0.11% 감소)보다 더 두드러졌다.
시기별로는 1990~2010년 노동시간이 1% 감소할 때 전체 비만율은 0.17%(남성 0.24%, 여성 0.17%) 낮아졌다. 반면 2000~2022년에는 노동시간 1% 감소 시 전체 비만율 감소 폭이 0.13%(남성 0.12%, 여성 0.17%)로 줄었다.
국가별 비만 유병률(BMI 30 이상. 2022년 기준) 분석 대상 OECD 국가 중에서는 미국 성인 비만율이 41.99%로 가장 높았고 일본이 5.54%로 가장 낮았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별 평균 칼로리나 지방 섭취량은 비만율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칠레와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은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비해 평균 에너지 섭취량이 적었음에도 비만율은 30%를 웃돌아, 20% 미만인 서·북유럽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오히려 비만율이 높은 이들 국가의 특징은 장시간 근로에서 두드러졌다. 2022년 기준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긴 5개국은 콜롬비아(2282시간), 멕시코(2226시간), 코스타리카(2149시간), 칠레(1966시간), 이스라엘(1891시간) 순으로 집계돼 멕시코와 칠레 등이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는 독일(1340시간)로 집계됐다. 한편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52시간)을 149시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비만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인당 GDP가 1% 증가할 때마다 비만율은 0.112% 감소했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만의 원인은 흔히 과도한 칼로리 섭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원인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칼로리라도 과자보다 야채나 단백질을, 패스트푸드보다 집밥을 먹으면 살이 덜 찐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식사뿐만 아니라 수면이 부족해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비만이 생길 수 있다. 비만은 단순한 먹는 것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생활병에 가깝다.
연구팀은 “장시간 노동은 신체활동 감소와 불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져 비만 위험을 높인다”며 “노동시간과 비만의 관계는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경제적·문화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개인의 행동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비만에서 근무 시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비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구조, 도시 설계, 식품 시스템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