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목 틀어졌던 70대 중국 ‘사경’(斜頸)환자, 부산까지 와야 했던 이유가

보톡스, 한방치료에도 낫지 않던 ‘연축성 사경’…정밀 신경 평가와 수술로 마침내 호전

목이 조금씩 오른쪽으로 끌려갔다. 힘을 줘도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엔 자세가 나빠진 탓인가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목은 더 심하게 기울었다. 통증도 따라왔다.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묘한 눈길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중국 동포 오춘화(70) 씨. 평생 교육 사업에 몸담았던 그는 은퇴 뒤 조용한 일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기울어지는 증상이 시작됐다. 중국 현지에서 한방 치료도 받아보고, 보톡스 치료도 받아봤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았다.

목 틀어졌던 70대 중국 ‘사경’(斜頸)환자, 부산까지 와야 했던 이유가
목이 틀어지며 얼굴이 정면을 바라보기 어려워졌던 중국 동포 오춘화씨(70). 정밀 진단 결과, 그는 '연축성 사경'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부산 온병원

사경(斜頸, torticollis)은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돌아가는 상태. 목 근육 문제로 생기기도 하고, 신경계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성인에게 갑자기 생기거나 점점 심해지는 사경은 단순 근육통으로만 넘기면 안 된다.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비자발적 경련이 반복되고, 통증이나 두통까지 동반되면 ‘경부 근긴장이상증’을 의심해야 한다. 흔히 연축성 사경, 또는 경련성 사경으로도 부른다.

이 병은 목 근육이 비자발적으로 수축하면서 머리 위치를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턱이 어깨 쪽으로 돌아가거나, 귀가 어깨 쪽으로 기울어지는 식이다. 고개를 바로 세우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문제는 이 병이 눈에 잘 보인다는 점이다. 손 떨림이나 통증처럼 숨길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 목의 기울어짐, 얼굴 비대칭, 어깨 높이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환자는 통증뿐 아니라 힐끗힐끗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 시선의 부담까지 견뎌야 한다.

왜 치료가 쉽지 않을까?

게다가 성인 사경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원인이 하나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목 근육만 문제인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중추신경계의 운동 조절 이상, 경추 구조, 신경·근육 작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진단은 어떤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는지, 어떤 신경 분지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경추와 신경 구조에 다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면 근전도 검사와 영상검사로 원인과 표적 근육을 더 정밀하게 확인한다.

치료는 보통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보톡스 주사 치료가 먼저다. 보톡스는 과도하게 수축하는 목 근육에 주입해 경련을 줄이는 치료. 많은 환자에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표적 근육이 정확히 잡히지 않거나, 병의 양상이 복잡하거나, 이미 변형과 통증이 오래 지속된 경우엔 반응이 제한적일 수 있다.

그다음 단계에서 수술적 치료가 검토된다. 선택적 말초신경 차단술, 경추 신경근 절단술, 심부뇌자극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방법은 아니다. 증상 양상, 검사 결과, 기존 치료 반응, 환자의 전신 상태를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 일부 난치성 환자에 맞다.

보톡스도 듣지 않던 환자, 수술대에 오르다

부산을 찾은 오 씨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포괄2차’ 온병원 이명기 부원장(신경외과)은 정밀 진단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목을 잡아당기는 신경 경로를 확인했다.

이후 전신마취 아래 ‘선택적 말초신경 차단술’(Selective Denervation)과 ‘경추 신경근 절단술’을 병행했다. 수술은 3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신경외과 이명기 부원장. 사진=부산 온병원

핵심은 ‘목을 억지로 펴는 것’이 아니었다. 목을 비정상적으로 잡아당기는 신경 신호를 찾아 조절하는 일이었다. 성인 사경 수술이 고난도 치료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한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만드는 신경·근육 회로를 해부학적으로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 직후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졌던 목이 중앙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고개를 바로 세우는 시간이 늘었다. 통증과 불편감도 줄었다.

3시간 30분에 걸친 수술 끝에 얼굴이 정면으로 다시 돌아왔다. 환자 오춘화씨가 기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였다. 사진=부산 온병원

오 씨는 어버이날인 5월 8일 퇴원하며 의료진에 장문의 감사 편지를 남겼다. “많은 의사가 내 병을 못 고쳤고 희망을 버리게 했다”며 다시 목을 세우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물론 한 번의 수술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 성인 사경은 수술 뒤에도 재활과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목 근육의 균형을 다시 잡고, 통증을 관리하고, 일상 자세를 회복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오 씨에게 이번 수술은 분명한 전환점. 병이 삶을 끌고 가던 시간에서, 다시 삶이 병을 관리하는 시간으로 넘어선 것이다.

아이 사경과 성인 사경은 다르다

한편, 사경은 영유아에게도 생긴다. 오히려 더 흔하다. 하지만 영유아 사경과 성인 사경은 접근법이 다르다.

영유아 선천성 사경은 대개 목 앞쪽의 흉쇄유돌근이 짧아지거나 긴장해 생긴다. 치료가 늦어지면 얼굴 비대칭, 두상 변형, 척추 정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한쪽만 보려 하거나, 고개가 계속 한 방향으로 기울어 있거나, 수유할 때 한쪽 방향을 유난히 싫어하면 소아청소년과나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만 생후 몇 개월 안에 발견하면 스트레칭, 자세 교정, 집중적인 물리 치료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의 고개 방향, 수유 자세, 누워 있을 때 머리 방향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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