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60대 남성 A 씨. 어느 날 갑자기 말이 어눌해졌다. 물을 계속 찾더니 소변도 잦았다. 가족들은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날 아침엔 더 달랐다. 가족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횡설수설했다. 가족들은 뇌졸중을 의심해 큰 병원 응급실로 달렸다.

검사 결과, 문제는 뇌가 아니었다. 일단 혈당이 800mg/dL을 넘었다고 나왔다. 심한 탈수와 의식 혼탁까지 동반한 상태.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피가 농축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응급실에서는 즉시 수액 공급과 정맥 인슐린 투여를 시작했다. 동맥혈가스분석과 전해질 교정도 함께 진행했다. 그런 다음 중환자실에서 사흘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에야 겨우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일반병동으로 옮겨 인슐린 주사법과 식사 교육을 받고 퇴원했다.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신호는?
당뇨병은 오래 관리해야 하는 만성병이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응급질환이 된다. 혈당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몇 시간 안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당뇨병 케톤산증(DKA), 고(高)삼투압성 고혈당 상태(HHS), 중증 저혈당(severe hypoglycemia)이 대표적이다. 가족들이 가장 흔히 놓치는 것은 환자의 탈수와 의식 변화다.
특히 HHS는 감염이나 약물 복용 등의 이유로 혈당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높아진 혈당 때문에 혈액의 삼투압이 증가하고, 넘치는 당을 배출하려고 소변을 과도하게 보게 되면서 몸 전체에 심각한 탈수가 온다. 의식도 혼탁해진다.
A 씨처럼 고령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주로 발생한다. 며칠 동안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고,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말이 느려지거나 이상한 말을 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비만 인구가 늘면서 20, 30대 젊은 층이나 소아에서도 HHS 발생이 늘고 있다. 특히 음료수를 과하게 마셔 갈증을 해소하려다 혈당이 폭주할 때가 위험하다. 심지어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지도 모른 채 고혈당 상태를 방치하다가 HHS 상태에서 처음 진단받을 때도 있다.
DKA도 증상이 급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인슐린 부족으로 몸 안에 케톤이 쌓이고 혈액이 산성화되는 상태다. 제1형 당뇨병에서 흔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생길 수 있다.
구토, 복통, 심한 갈증, 체중 감소, 빠르고 깊은 호흡, 의식 변화가 함께 나타나면 위험 신호다. 감기, 폐렴, 요로감염이 있거나, 인슐린을 끊었을 때, 식사를 거의 못 한 뒤 생기기도 한다.
그에 비해 ‘중증 저혈당’은 반대 방향의 응급이다. 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져 혼자 대처하기 어려운 상태다. 식은땀, 손 떨림, 두근거림, 심한 허기, 어지럼증으로 시작해 경련이나 의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의식이 분명하고 음식을 삼킬 수 있는 상태라면 당분 섭취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의식이 흐리거나 경련이 있다면 음식을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된다. 목에 걸려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호자가 봐야 할 핵심은 하나다. 환자가 스스로 먹고 마시고 말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다. 이 능력이 흔들리면 즉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왜 포괄2차종합병원이 중요한가?
급성 당뇨 합병증은 혈당만 낮추면 끝나는 병이 아니다. 수액을 얼마나 빠르게 넣을지, 인슐린을 어떻게 조절할지, 칼륨 등 전해질을 어떻게 보정할지, 감염·심근경색·뇌졸중 같은 방아쇠 질환이 숨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응급의학과,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신경과, 호흡기내과 등 여러 진료과 협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래서 DKA, HHS, 중증 저혈당 등은 포괄2차종합병원이 맡아야 할 대표적인 ‘중등도(中等度) 응급질환’이다. 모든 환자가 처음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바로 가야 하는 범주가 아니라는 얘기다. 바로 이 지점에 포괄2차종합병원의 역할이 있다.
포괄2차종합병원은 1차 동네 병·의원과 3차 상급종합병원 사이에서 입원, 응급, 수술, 협진이 필요한 환자를 맡는 지역 의료 전달 체계의 허리다. 정부 지침도 포괄2차종합병원은 중등도 일반진료질병군(DRG-B) 수술·입원환자와 응급환자, 그리고 상급종합병원(3차)에서 내려온 회송 환자, 동네 병·의원(1차)에서 올라온 의뢰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하고, 여기엔 매년 7000억 원의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물론 이 말은 포괄2차가 DRG-B군만 봐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병원별 전문 역량과 환자 상태에 따라 일부 전문질환군(DRG-A군)이나 복합 환자를 안정화하거나 치료할 수도 있다. 다만, 포괄2차종합병원에서 안전하게 치료할 환자와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야 할 환자를 구분하는 기준을 분명히 갖고, 그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
봉생기념병원 응급실에선 무엇부터 보나?
예를 들어 부산의 19곳 포괄2차종합병원들 중 봉생기념병원(병원장 장재원)이 보는 급성 당뇨 합병증은 크게 다섯 갈래다. DKA, HHS, 중증 저혈당 등 3가지는 기본이다. 내분비내과를 중심으로 응급의학과 협진을 통해 이들의 위기 스펙트럼을 빠르게 진료한다.
여기에 DKA와 HHS가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 고혈당 위기, 감염이나 심근경색, 뇌졸중이 방아쇠가 된 고혈당 위기도 응급실에서 중요하게 다룬다. 그중 혼합형은 더 까다롭다. 케톤산증과 심한 탈수가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수액, 인슐린, 전해질 교정이 복잡하다. 혈당만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산-염기 균형과 순환 상태를 함께 봐야 하기 때문.
그래서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혈당과 케토산증의 정도, 전해질과 신장 기능을 확인한다. 혈당을 재고, 동맥혈가스분석(ABGA)으로 산성도(pH)를 확인한다. 전해질, 혈청 케톤, BUN/Cr 등 신장 수치도 함께 본다.
흉통이 있으면 심전도와 트로포닌 검사로 심근경색을 감별한다. 의식 저하가 있으면 뇌졸중 가능성을 보기 위해 CT나 MRI 촬영을 병행할 수 있다.
입원 기준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의식은 비교적 명료하지만 정맥 인슐린 주입과 시간당 수액 조절이 필요한 때는 일반병동에 입원할 수 있다.
반면 pH 7.1 미만의 심한 산혈증, 의식 불명, 심한 고칼륨혈증 등 전해질 이상, 혈압 저하가 동반되면 중환자실로 넘어간다. 이땐, 신장내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신경과 등 배후 진료과와도 협진한다.
CT와 MRI도 24시간 가동된다. 응급실에서 고혈당 위기를 인지하면 내분비내과 당직의 호출과 인슐린 프로토콜이 가동된다. 인공신장센터가 있어 신장 기능 문제를 동반한 환자 평가와 치료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당뇨 응급은 검사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혈당, 수액량, 소변량, 의식 상태, 칼륨 수치가 시간 단위로 바뀐다. 치료는 속도만큼이나 조절이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과의 환자 의뢰, 회송 시스템은 언제 작동하나?
만일 더 높은 단계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적절한 시점에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낸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의 가르마 타는 역할을 ‘포괄2차종합병원’이 맡는 것이다.
손성표 의무이사는 “에크모(ECMO) 같은 초고난도 심폐 보조 장치가 필요한 복합 장기부전, 대동맥 박리처럼 즉각적인 초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초급성기 뇌혈관 수술이 필요한 경우엔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전원을 고려한다”고 했다.
소아 DKA도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 중환자 진료 인프라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성 당뇨 합병증에서 포괄2차의 핵심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골든타임 안에 안정화하는 능력, 다른 하나는 상급병원 전원이 필요한 환자 상태를 분류하는 판단력이다.
[FAQ] 환자와 보호자가 많이 묻는 질문들
Q. 혈당이 높으면 무조건 응급실에 가야 하나요?
A. 혈당 수치만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혈당과 함께 구토, 복통과 흉통, 가뿐 호흡, 심한 갈증, 탈수, 의식 변화가 있으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Q. 포괄2차종합병원에서도 당뇨 응급을 볼 수 있나요?
A. 성인 DKA, HHS, 중증 저혈당, 혼합형 고혈당 위기처럼 입원과 집중 모니터링이 필요한 당뇨 응급은 지역 포괄2차종합병원이 잘 하는, 중요한 진료 영역입니다.
Q. 퇴원 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재발 원인 확인입니다. 약을 빠뜨렸는지, 감염이 있었는지, 식사를 못 했는지, 인슐린 사용법이 맞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퇴원 교육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재발 예방의 시작입니다. 병원에서 ‘당뇨 교실’을 운영하는 것은 그런 때문입니다. 교육을 통해 환자 스스로 급격한 혈당 변화 징후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무척 중요합니다.
도움말: 봉생기념병원 손성표 의무이사(내분비내과). 부산대 의대 출신의 의학박사로 부산대병원에서 수련했다. 당뇨병, 갑상선, 골다공증 등 내분비·대사 질환 진료와 병원 내 응급 및 입원 진료 체계 조율을 맡고 있다. 핵의학 전문의, 노인병 인정의 자격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