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살 빠진다고 끝 아니다… 면역세포에 남는 ‘비만 기억’이 문제?

살 빼도 면역세포에 비만의 흔적 최대 10년 남아…비만 관련 질환 위험 이어질 수 있어

체중을 감량해도, 비만 상태에서 만들어진 흔적이 최대 10년간 면역세포에 기억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중을 감량했다고 해서 비만의 영향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상태에서 형성된 흔적이 면역세포에 ‘기억’처럼 남아, 체중 감량 이후에도 수년간 질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버밍엄대 클라우디오 마우로 교수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보조 T 세포(CD4+ T 림프구)라는 면역세포가 비만 상태를 장기간 ‘기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현상의 핵심에는 ‘DNA 메틸화’라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있다. 이는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로, DNA에 메틸기라는 작은 화학 물질이 붙으면 해당 유전자의 활동이 약해지거나 억제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비만 상태에서는 면역세포 DNA에 특정 ‘표지’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면역계의 주요 기능인 노폐물 제거와 면역 노화 조절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데, 이런 변화는 체중을 성공적으로 감량한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5년에서 10년까지 유지될 수 있다. 그 결과 체중을 정상 수준으로 감량한 뒤에도 제2형 당뇨병이나 일부 암 등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면역세포를 분석해 이러한 영향을 확인했다. 체중 감량 주사를 맞은 비만 환자, 아동기부터 비만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인 알스트롬 증후군 환자 및 건강한 대조군, 10주간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단, 고관절이나 무릎 관절 치환술을 받은 정상 체중 및 비만환자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고지방식을 먹인 실험용 쥐와 건강한 성인의 혈액 샘플까지 분석해, 비만이 면역 기능에 미치는 세포 수준의 기전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마우로 교수는 “단기간의 체중 감량만으로 비만과 관련된 질환 위험이 즉각적으로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체중을 꾸준히 관리해야 ‘비만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며, 이 과정은 5~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GLT2 억제제 같은 기존 약물을 활용해 이러한 과정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약물은 염증을 줄이고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GLT2는 신장에 많이 있는 막단백질로 포도당을 회수하는 역할을 하고, 이를 억제하면 당분이 배출되면서 혈당이 낮아진다.

연구진은 특히 이 ‘비만 기억’이 면역세포의 자가포식과 면역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손상된 물질을 스스로 분해하고 제거하는 과정이며, 면역 노화는 면역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염증이 증가하고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면역 기능 회복을 돕는 표적 치료법 개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치료법을 기존 체중 감량 치료와 병행할 경우, 대사질환이나 암 등 비만으로 인해 악화되는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연구자인 영국 퀸메리런던대 벨린다 네자이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비만이 면역세포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지속적인 후성유전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면역계가 과거의 대사 상태를 분자 수준에서 기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 앤디 호건 교수는 “비만은 만성적이고 재발하기 쉬운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는 재발 위험을 높이는 분자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동시에, 체중 관리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MBO 리포트(EMBO Reports)》에 ‘DNA methylation-mediated memory of obesity in CD4 T lymphocytes perpetuates immune dysregulat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체중을 줄였는데도 왜 비만 관련 질병 위험이 남아 있나요?
A. 비만 상태에서 형성된 ‘DNA 메틸화’라는 변화가 면역세포에 남아 일종의 기억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체중을 줄인 이후에도 면역 기능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Q2. 이 ‘비만 기억’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나요?
A. 연구에 따르면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장기적인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Q3. 비만 기억을 더 빨리 없앨 방법은 있나요?
A. 현재로서는 꾸준한 체중 유지가 가장 중요하며, 연구진은 SGLT2 inhibitors 같은 약물을 활용해 면역 회복을 앞당길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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