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간 앉아서 지내는 습관은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앉아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치매에 미치는 위험이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단순한 TV 시청처럼 정신적으로 ‘수동적인’ 행동은 치매에 나쁜 영향을 주는 반면, 뜨개질·독서· 업무·회의 등 정신적으로 ‘능동적인’ 행동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수동적·능동적인 행동이 모두 포함되는 컴퓨터 사용은 치매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롤린스카연구소 마츠 할그렌 박사 연구팀은 35~64세 2만811명을 1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앉아서 지내는 습관을 단순한 TV 시청, 음악 감상, 욕조에 앉아 있기 등 ‘정신적으로 수동적인 좌식 행동’과 사무 업무, 회의, 뜨개질·바느질 등 ‘정신적으로 능동적인 좌식 행동’으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동적인 좌식 행동과 신체 활동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정신적으로 능동적인 좌식 행동을 하루 1시간 늘리면 치매 위험이 11%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동적인 좌식 행동을 하루 1시간만큼 정신적으로 능동적인 좌식 행동으로 바꾸면 치매 위험이 7%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능동적인 좌식 행동을 하루 1시간 늘릴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4%씩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정신 보호 효과는 35~49세보다 50~64세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능동적인 행동이 뇌 혈류를 개선하고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구축해 치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반면 단순한 TV 시청 등 수동적인 활동은 뇌 혈류를 감소시키고 혈당 조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모든 좌식 생활이 같은 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활동을 늘리고, 앉아 있는 시간에도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Mentally Active Versus Passive Sedentary Behavior and Risk of Dementia: 19-Year Cohort Study)는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 예방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실렸다.
연구팀이 앉아 지내는 습관을 ‘수동적’ 행동과 ‘능동적’ 행동의 두 가지 유형으로 엄격히 분류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인지적 출력(Cognitive Output)’의 유무다. 단순한 TV 시청, 음악 감상, 목욕 중 멍하게 욕조에 앉아 있는 등 정신적으로 수동적인 좌식 행동을 하면, 뇌는 외부 자극을 일방향으로 받아들이는 ‘수용’ 상태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사무 업무나 회의, 뜨개질, 바느질 등 정신적으로 능동적인 좌식 행동은 ‘판단-결정-실행’으로 이어지는 피드백 루프를 작동하며 뇌가 끊임없이 다음 수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새로운 신경 연결을 자극해 뇌의 저항력인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회적 관계와 신체적 패턴의 차이에도 주목해야 한다. 능동적인 좌식 행동은 타인과 소통하는 ‘사회적 연결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상호작용 자체가 뇌 세포를 보호하는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 또한 수동적인 좌식 행동은 긴 시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앉아 있게 하지만, 업무나 회의는 자료를 찾거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작은 움직임이 자주 섞인다. 이런 잦은 미세 행동이 뇌 혈류를 개선하고 혈당 대사를 원활하게 해,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짧은 영상 스트리밍이나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스크롤링은 주의력을 맡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수동적인 좌식 행동의 현대적 변형이기 때문이다. 앉아 있는 시간 동안, 뇌를 얼마나 능동적인 생산 모드로 유지하느냐가 노년기 인지 건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어떤 활동이 ‘정신적으로 능동적인 좌식 행동’에 해당하나요?
A1.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뇌를 써서 무언가를 처리하는 활동입니다. 사무 업무, 회의 참여, 뜨개질이나 바느질, 독서, 글쓰기, 퍼즐 맞추기, 카드 게임 등 인지적 자극이 필요한 활동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Q2. 운동을 열심히 하면 TV를 오래 봐도 괜찮은가요?
A2.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수동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능동적인 행동을 늘리는 것(치매 위험 4% 감소)보다는, TV 시청 등 수동적인 행동을 독서 등 능동적인 행동으로 바꾸는 것(치매 위험 7% 감소)이 더 큰 치매 예방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신체 운동과 정신적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Q3. 왜 젊은 층보다 장노년층에서 효과가 더 큰가요?
A3. 중장년기에 쌓은 정신적 활동이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노년기에 나타날 인지 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인지 예비능’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령일수록 치매 발병 시점과 가까워지므로 생활 습관 변화에 따른 위험 감소 폭이 더 민감하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