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그룹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부당한 경영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임직원을 향해 호소했다.
박 대표는 4일 서울 한미약품 본사에서 임직원 100여명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대주주가 성추행 임원 비호 발언으로 상처받은 구성원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대주주 이익을 위한 부당한 경영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표는 얼마 전부터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의 대주주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신 회장이 최근 한미약품 팔탄공장에서 발생한 성추행 가해 임원을 비호하고, 그동안 부당한 경영 간섭을 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날 “대주주 측이 나를 연임이나 청탁하러 온 사람이라고 운운하며 모욕해 분노를 느꼈다”며 “녹취를 했던 그날 난 연임을 부탁하러 대주주를 만난 게 아니라 부당한 경영간섭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구성원 전체를 비리나 일삼는 조직으로 취급하는 대주주를 향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된다. 모욕감을 느낀다’는 대화를 나눴다”며 “대화의 맥락 가운데 연임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연임을 하든, 하지 못하든 개의치 않겠다”며 “한미를 비리나 일삼는 조직으로 매도하는 대주주에게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을 향해 △성비위 조사 전 가해자에게 정보를 누설한 경위 △전문경영 체제 간섭 여부 △로수젯의 원료 절감 시 안전성 문제에 대한 입장 등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로수젯의 원료를 미검증 중국산 원료로 바꾸면 정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미 로수젯 복용과 처방을 지속해도 되는 지에 대한 문의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의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은 연간 원외 처방 2000억원을 돌파한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성추행 임원의 징계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고,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선 넘은 경영간섭도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현재 양측이 기자회견과 입장문 발표를 통해 공방을 주고 받고 있지만, 승부처는 정기주총이 될 전망이다. 박 대표를 포함해 한미약품 이사진 10명 중 5명의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된다. 대주주인 신 회장의 입장에 따라 이사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 연합체인 4자 연합의 지분은 송영숙 회장 3.84%, 임주현 부회장 9.15%, 킬링턴 유한회사 9.81%, 신동국 회장 22.88%으로 구성돼 있다. 임성기 재단(3.07%), 가현문화재단(3.02%) 등을 포함하면 송 회장 측 우호지분은 28.89% 이상이고, 신 회장은 한양정밀이 지닌 6.95%를 포함해 29.83%를 쥐고 있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41.42%)이며 5% 이상 주주로는 국민연금(11.04%)과 신 회장(7.72%)이 있다. 신 회장은 한양정밀 보유 지분(1.14%)을 합쳐 총 8.86%를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