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을 마실 때만 귀 뒤와 목이 아팠다는 한 여성이 결국 혈액암인 호지킨 림프종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와인이 통증을 유발한 이유는 뭘까?
영국 일간 더선의 보도에 따르면 선덜랜드에 거주하는 홀리 서즈비(28)는 2024년 12월 둘째 출산 이후,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실 때마다 왼쪽 귀 뒤와 목 옆으로 통증이 퍼지는 증상을 경험했다. 라거 맥주를 마셨을 땐 아무 문제없었고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은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레드 와인은 마실 때 마다 매번 정말 아플 정도로 통증을 유발했다.
2025년 1월 산후 6주 검진에서 그는 이 같은 증상과 함께 밤에 심해지는 다리 가려움을 호소했지만 당시 의료진은 호르몬 변화에 따른 산후 증상으로 판단했다. 이후에도 극심한 피로가 지속됐으나, 두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오는 피로로 여겼다.
그러다 같은 해 7월, 홀리는 목 왼쪽에서 멍울을 발견했고 CT 검사 결과 해당 부위에 림프절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추가 검사 끝에 그는 10월, 2기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진단 이후 의료진은 그가 술을 마실 때 발생했던 통증이 질환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알코올 섭취 시 통증은 호지킨 림프종에서 드물게 보고되는 증상으로, 특히 와인의 산성 성분과 연관돼 다른 주류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홀리는 “이상하다고 느꼈던 증상들을 너무 쉽게 넘겼다”며,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가 지속될 경우 반드시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지킨 림프종, 목, 겨드랑이 등에 혹 나타나고, 피로, 가려움증 동반하기도
홀리가 진단받은 호지킨 림프종은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에서 발생하는 악성 혈액암으로, 림프계 조직을 따라 병변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림프종 중에서는 비교적 드문 편이지만, 젊은 성인층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은 대표적인 혈액암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호지킨 림프종은 전체 악성 림프종 중 약 5% 내외를 차지하며, 인구 10만 명당 약 2.6명 수준으로 비호지킨 림프종에 비해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 20~30대 젊은 층과 65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며, 치료 시 5년 생존율은 86% 이상으로 예후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호지킨 림프종의 초기 증상은 대체로 비특이적이다. 통증 없이 커지는 목·겨드랑이·사타구니 림프절 종대가 가장 흔하며, 설명되지 않는 피로, 야간 발한, 체중 감소, 전신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증상들이 감염, 스트레스, 산후 호르몬 변화 등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와인에만 반응? 호지킨 림프종에서 보고된 ‘알코올 유발 통증’
위 사연에서 처럼 알코올 섭취 후 통증은 호지킨 림프종에서 매우 드물지만, 오래전부터 의학 문헌에 반복적으로 보고돼 온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다. 1970~1980년대 발표된 의료 사례 연구들에 따르면, 호지킨 림프종 환자 중 약 1.5~5%에서 술을 마신 직후 통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통증은 대개 암이 침범한 림프절 부위에서 나타났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해당 림프절이 붓거나 국소적으로 열감을 동반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알코올-유발 통증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과학적 설명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혈관 확장 효과다. 알코올은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며, 이로 인해 이미 종양 침윤이나 염증 반응이 존재하는 림프절 내부의 혈류와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 림프절 피막이 팽창하면서 주변 신경을 자극하면 통증으로 인지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는 염증 매개물질에 대한 반응성 증가다. 호지킨 림프종은 암세포 자체보다 종양 주변에 형성되는 염증성 미세환경이 매우 발달한 암이다. 알코올 섭취가 히스타민이나 프로스타글란딘과 같은 염증 매개물질의 분비 또는 감수성을 높이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통증 신호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다.
마지막으로 주목되는 요소는 와인의 특성이다. 모든 알코올이 동일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와인은 맥주나 증류주에 비해 산도가 높고, 타닌·폴리페놀·유기산 등 생리활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이 맥주나 증류주에서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반면, 와인 섭취 시에만 통증을 경험했다고 보고한 이유도 이러한 성분들이 혈관 반응성과 신경 말단 자극을 더 강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이들 메커니즘은 주로 임상 관찰과 사례 보고에 근거한 가설적 설명이며, 특정 분자 경로나 생화학적 메커니즘이 명확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알코올 섭취 후 특정 림프절 부위에 반복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은 호지킨 림프종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단서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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