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특히 병원에서의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결정권 문제는 여전히 풀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뜨거워질 이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은 이미 23%를 웃돌고, 전체 홀몸노인 수는 약 210만 명에 달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치매나 중증 질환으로 판단력이 떨어진 노인이 병원에 누워 있을 때, 누가 수술 동의나 치료 방향을 결정할까? 게다가 가족도, 미리 정한 대리인도 없는 경우라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게 바로 미국노인병학회(AGS)의 최근 지침이다. 2024년 말 업데이트된 공식 입장문(Position Statement)은 ‘대리인 없는 노인(Unrepresented Older Adults)’에 대해 의료진이 공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단순히 치료를 미루지 말고, 미리 주변 사람을 찾아 대리인을 물색하거나 사전 계획을 장려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AGS는 지난해 5월 시카고에서 개최한 연례회의에서도 윤리 의사결정 세션을 열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만 392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7% 이상 늘어난 수치로, 대부분 50, 60대 중장년 남성이었다.
병원에서도 비슷한 딜레마가 벌어진다. 치매 노인이 응급수술이 필요할 때 가족 연락이 안 되면, 결국 병원 윤리위원회가 대신 결정한다. 하지만 이게 정말 환자의 뜻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나라엔 2013년부터 ‘성년후견(成年後見)제도’가 있다. 법원이 후견인을 정해 의료 동의나 재산 관리를 대행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이용률이 너무 낮다. 치매 등 판단력 장애가 있는 노인 100만 명 가운데 실제 후견인을 쓴 경우는 1% 남짓에 불과하다. 홍보가 부족하고 절차가 복잡한 탓이다.
미국 AGS 지침은 여기서 배울 점이 많다. 입원할 때부터 이웃이나 친구까지 광범위하게 대리인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또 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료계획서’를 쓰거나 믿을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걸 강조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임의후견’(任意後見)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더 활성화하라는 뜻이다. 실제로 병원 입원 시 ‘사회적 고립 위험’을 체크하는 걸 의무화하면, 이런 문제를 조기에 잡아낼 수 있다.

후견인 지정 절차도 간소화하고 전문 인력을 늘리면 좋을 테다. 치매 노인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재산만 150조 원 규모인데, 사기 피해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비자발적) 침묵’을 지켜주는 건 결국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AGS 지침처럼 미리 대비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초고령사회 한국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사전 계획을 장려하고 제도를 손질할 때다. 우리 부모님, 그리고 우리 자신의 노후를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