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도중 얼마나 빠르고 부드럽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간단한 행동 테스트로 파킨슨병을 공식 진단 약 9년 전부터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사멸하며 발생하는 퇴행성질환으로, 발병 자체는 수년 전 시작되지만 초기 증상이 모호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대부분은 떨림, 경직, 보행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진단이 이뤄진다.
독일 튀빙겐대 연구팀은 파킨슨병을 진단 전 단계에서 포착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 50세 이상 성인 924명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친 종단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허리에 착용형 센서를 부착한 뒤, 20m 길이의 복도를 1분간 편한 속도로 걷다 회전하는 동작을 총 5차례에 걸쳐 반복했다.
9년 전부터 나타난 ‘느린 회전’
이 동작을 측정·분석한 연구진은 기준 시점에서 회전 속도가 느릴수록 이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연구 종료 시점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23명은 공식 진단 8.8년 전부터 회전 시 속도가 느려졌고, 더 넓은 각도로 조심스럽게 방향을 트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보행 속도 감소가 아니라, 자세 안정성과 균형 기능이 이미 저하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자세가 불안한 사람일수록 회전할 때 무의식적으로 더 큰 원을 그리면서 천천히 돌게 되며, 이는 기초적인 보행 변화를 통해 질환을 미리 감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머신러닝으로 초기 환자 60% 식별
나이, 성별, 최대 회전 속도 등을 반영한 머신러닝 분석 결과, 연구진은 파킨슨병 초기 단계에서 60%의 환자를 성공적으로 식별해낼 수 있었다. 또한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위험이 4배 높고, 나이가 1세 많아질 때마다 진단 위험이 15% 높아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단일 웨어러블 센서와 검증된 알고리즘만으로도 대규모 식별 검사가 가능하다”며 “기존 진단법이 증상 발현 이후에야 가능했다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진 많은 질환…조기 발견이 관건
현재 파킨슨병은 확정적인 검사가 없어 떨림, 경직, 후각 저하 등 뚜렷한 증상이 발생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 관련 단체에 따르면, 정확한 진단 전 환자 4명 중 1명이 오진을 경험한다.
영국에서는 약 15만 명, 미국에는 5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연구에서는 영국 내 2만 명 이상이 본인도 모르게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보행, 균형감각 데이터가 결합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더 큰 표본을 활용한 연구를 통해 이번 연구 결과를 보다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학연보(Annals of Neurology)》에 ‘Turning Slowly Predicts Future Diagnosis of Parkinson's Disease: A Decade-Long Longitudinal Analysi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국내서도 증가 추세…조기 검진 체계 필요성 제기
국내에서도 파킨슨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0년 약 12만5000명에서 2024년 약 14만3000명으로 4년 간 약 14%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이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해 고령층에서의 발병 위험이 두드러졌다.
앞서 수행된 역학 연구에서도 인구 고령화와 진단 기술 향상으로 인해 국내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진단 전 단계에서의 선별 기술 개발이 의료 부담을 낮추고 환자의 운동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핵심적이라며, 조기 검진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파킨슨병을 왜 조기 진단하기 어려운가?
A.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사라지지만, 초기에 두드러지는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 떨림·경직·보행 장애가 나타난 뒤에야 진단된다. 현재 확정적인 단일 검사가 없는 것도 이유다.
Q2. 이번 연구가 기존 진단 방식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의학적 장비나 영상검사 대신 ‘걷다 방향을 트는 속도’라는 일상 행동을 분석해 위험 신호를 포착했다. 웨어러블 센서와 알고리즘 기반으로 대규모 선별검사도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Q3. 국내에서도 파킨슨병 환자가 늘고 있나?
A.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0년 약 12만5000명에서 2024년 약 14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환자의 90%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고령사회에서 조기검진과 선별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