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백사장서 바늘 찾던” 신약개발, AI+양자컴퓨팅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팜캐드, '파뮬레이터'를 하이브리드 SaaS 플랫폼으로 상용화

"해운대나 광안리 백사장에서 바늘 하나를 찾겠다 해보세요. 암담하죠? 신약 개발 과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수천만 개 화합물 중에서 딱 하나를 찾아야 해요. 거기에 평균 15년, 비용 3조원이 들고…. 그래도 90%는 실패합니다."

그만큼 신약개발 길은 멀고 험하다. 하지만 금맥(金脈)이나 다이아몬드광산 찾아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때론 일확천금을 노리는 몽상가, 때론 무모한 도전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팜캐드의 하이브리드 신약 개발 플랫폼 파뮬레이터. 사진=팜캐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테크 ㈜팜캐드(PharmCADD, 대표 우상욱)도 이 도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접근방식이 다르다. 인공지능(AI)과 양자(量子)컴퓨팅을 결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기존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것.

"AI 드론으로 백사장을 빠르게 스캔하고, 가능성이 큰 지점만 골라 양자 센서로 정밀 측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AI가 후보 찾고, 양자 계산이 검증한다

팜캐드가 내놓은 ‘파뮬레이터’(Pharmulator)는 3단계로 작동한다. 먼저 AI가 1억 개 이상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초고속으로 스크리닝한다. 하루 최대 1,200만 개를 분석해 100여 개 후보를 추린다.

두 번째가 핵심이다. 양자컴퓨팅으로 정밀 계산한다. AI는 빠르지만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약물과 약물-타겟 결합 단백질의 물리/화학적 성질은 양자화학과 분자 동역학 계산은 상대적으로 정밀해요. 분자의 전자 구조를 슈레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여 계산한다.

셋째, AI 머신러닝 기반으로 약물의 독성(毒性, Toxicity)을 예측한다. 간독성, 심장독성 등을 30초 만에 검증한다.

AI에 양자컴퓨팅을 결합해 하이브리드 신약 개발 SasS 플랫폼 '파뮬레이터'가 나왔다. 사진=팜캐드

그런 3단계 과정을 거쳐 사람 몸에 사용해도 될 신약 후보물질을 10개 내외로 추린다. 여기까지 1주일이면 충분하다. 기존에는 빨라야 6개월 넘게 걸리던 작업이었다.

팜캐드는 지난 2023년 한국연구재단 양자이득 과제에 선정되어 항암제 타겟인 비정형 단백질의 구조를 양자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CPU/GPU 기반의 파뮬레이터에 양자 컴퓨터를 하이브리드로 사용하는 연구도 병행했다.

또한 올해 초엔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 등은 양자컴퓨팅과 기존 AI(LSTM) 하이브리드를 통해 KRAS 억제제를 발굴한 결과도 내놨다.

한 때 “도저히 약으로는 만들 수 없다”(Undruggable)던 ‘신약 개발의 무덤’,  암(癌) 유전자 KRAS에 도전해 KRAS를 잡아낼 15개 화합물을 1차 설계·합성한 후 끝내 2개의 유효 물질을 확보한 것. 그에 앞서 팜캐드는 2021년도엔 AI(LSTM) 방법을 통해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후보물질 'PCW-A1001'도 설계했었다.

"더 많은 환자에게, 더 빠르게"

우 대표는 “신약 개발은 양자컴퓨팅이 가장 빛을 발할 분야”라고 했다.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KRAS 저해제 논문의 영감을 통해, 양자 컴퓨팅 기반의 신약 설계에 차곡차곡 진전을 이뤄가고 있는 것.

한 발 더 나아가 팜캐드는 신약 개발 플랫폼 ‘파뮬레이터’에 공유형 모델도 새로 접목했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 클라우드에 기반한 SaaS 모델이다. "넷플릭스(Netflix)가 영화를 누구나 만들고 즐길 수 있게 민주화했듯, 우리는 신약 개발을 민주화하고 싶다”는 것.

올해 한국 시장부터 시작해 내년부턴 일본.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 우 대표는 "희귀병 환자들은 신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우리가 1년이라도 앞당긴다면, 그만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팜캐드의 존재 이유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 그 무모해 보이는 일이 조금씩 가능한 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바늘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신약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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