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경주 한미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임기 중 두 번 국빈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한국과 이재명 대통령의 환대는 철저했다.
금값만 1억 원 이상이 들었다는 무궁화 대훈장은 한국 역사상 한국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50여 명에게 수여된 것으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최초다. 만찬에선 주로 트럼프 대통령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와이너리 술인 트럼프 샤르도네와 트럼프 카베르네 소비뇽이 등장했다.
핵심 의제인 관세 협상이 상호 15% 관세와 매년 200억 달러 이하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에 투자 될 1500억 달러에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즉석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 조선소에서 만들자”고 화답했다. 물론 이것이 미국의 셈법에 말려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경주 회담은 성공적인 협상이었다는 것이 국내외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주의 신라 금관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럼프가 왕이 되기를 반대하는 미국 야권과 언론에서는 금관 선물을 조롱하고 있지만, 신라 금관의 아름다움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성공적 한미 정상회담장에서 두 가지가 빠진 듯하다.
먼저 만찬 술의 선정이다. 이제까지 우리 대통령의 주최 주요 행사 건배 술 또는 만찬 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혹은 상징 술을 선정했다. 이번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국가 정상급 행사에 자주 사용해온 경북 문경의 오미로제 결이 고려됐지만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아들 와이너리 술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다. 경주법주, 교동법주, 신라주, 두산명주 등 경주 특산 술이 있다.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소주도 있고 세계적인 수준의 품평을 받아 온 문경의 특산 오미자 관련 술들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데는 ‘트럼프 와이너리 와인’이 주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술이 만찬 장의 품격을 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다음은 신라의 대표적인 상징인 화랑도가 수련한 무예의 맥을 잇는 우리 국기 태권도를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전세계 2억 명의 수련 생에 215개 회원국을 거느린 올림픽 종목 태권도와 경주는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경주 인근의 고찰 개골사는 우리 전통 무예의 맥을 이어 오고 있는 사찰로 유명한 절이다. 그 같은 인연으로 경주는 경쟁 끝에 무주로 간 태권도원의 예정지이기도 했다. 2011년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다룬 영국 BBC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태권도 명예 9단 소유자다. 태권도의 최고 단이 9단이다. 평생을 수련해야 이르는 위치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1500여 명의 9단이 있다. 명예 9단은 통상 국가 수반에게 수여된다.
그동안 22명의 각국 대통령에게 태권도 최고 단인 명예 9단이 수여됐다. 그 중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4명이다. 1984년 레이건, 1998년 클린턴, 2009년 오바마 대통령 등이 국기원으로부터 명예 9단증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권도 명예 9단증 수여는 그가 재선에 실패하고 야인으로 있던 2021년 11월 19일 당시 이동섭 국기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이뤄졌다. 자신의 아들이 트럼프 아들과 친구인 워싱턴 DC 태권도 사범 최모 씨가 주선한 자리였다.
태권도 명예 9단을 수여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태권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뒤 “다시 대통령이 되면 의회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연설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약속했다.
이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국빈 방문 때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이 공항에서 그를 맞이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제 며칠 뒤면 이·취임식을 갖는 신구 국기원장이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하고 태권도가 대한민국의 국기로 경주의 화랑도에서 그 뿌리를 둔 전통 무예라고 소개했다면 태권도 명예 9단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래오래 간직할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특별히 미국은 태권도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번 부산에서 열린 전국체전의 태권도 종합우승팀도 미국이다. 이 팀을 이끌고 온 김유진 관장은 워싱턴 DC 한인 체육회장이기도 하다. 작고한 준 리 태권도 사범은 미국 의회 내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쳐 수많은 미국의 유명 정치 지도자들을 제자로 뒀다.
최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일부 한인 태권도인들은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연맹’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시범 공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한미 경주 정상회담과 APEC에서 2017년 무주와 2018년 평창과 평양에서처럼 남북 합동 ITF-WT 태권도 시범 공연을 개최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를 계기로 그렇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망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도 좀 더 쉽게 성사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 경주 2025 APEC에는 중국과 일본, 캐나다와 베트남, 호주, 필리핀 등 24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 태권도 명예 9단증을 받은 적이 없다. 이들 국가 수반에게 태권도 명예 9단증을 수여하고 이번 2025 APEC 개최 도시 경주가 갖는 상징으로서 지역 전통주와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소개했다면 문화의 도시 경주, 역사의 도시 경주와 아울러 5000년 전통의 대한민국을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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