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하얀 손수건’ 나나 무스쿠리가 보여준 ‘삶의 행복’ 

[이성주의 건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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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3일ㆍ1691번째 편지
1966년의 나나 무스쿠리. 사진=위키피디아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에 / 곱게 접어 함께 부친 하얀 손수건 / 고향을 떠나올 때 언덕에 홀로 서서 / 눈물로 흔들어주던 하얀 손수건 / 그때의 눈물 자욱 사라져 버리고 / 흐르는 내 눈물이 그 위를 적시네…” 

요즘에도 이런 사랑이 이해될까요? 1969년 ‘악보(樂譜)의 마주 보는 두 면’이란 뜻의 듀엣 ‘트윈폴리오’가 발표한 ‘하얀 손수건’ 가사이죠? 이 노래의 원곡 ‘Me T'Aspro Mou Mantili’의 가사는 이별 후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연인이 되돌아오길 기도하겠다는 내용인데 왜 이렇게 가사가 바뀌었을까요? 

1934년 오늘 원곡을 부른 가수 나나 무스쿠리가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동네 극장 영사기사인 아버지와 안내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나와 언니 유제니아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음악적 자질도 키웠습니다. 경제 사정 탓에 둘을 한꺼번에 교육시킬 수 없었던 부모는 음악강사에게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묻습니다. 강사는 “언니가 가창력은 더 뛰어나고 자질도 더 있지만, 둘째는 정말로 노래를 하고 싶은 욕구를 가졌다”고 대답합니다. 나나는 건강검진에서 성대의 2개 점막 중 하나만 기능한다는 진단을 받았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래를 부릅니다. 

결국 나나는 16세 때 아테네 음악학교에 입학하지만, 생활비도 벌 겸 친구의 간청에 따라 재즈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다 교수에게 들킵니다. 졸업시험을 금지당하고 그리스 전통음악 ‘렘베티카’를 부르며 대중음악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지요. 나나는 그리스 음악계의 ‘별’로 떠오르지만, 정치적 혼란 때문에 고민합니다. 

나나는 1960년 파리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그는 그리스 대표가 아니라 룩셈부르크 대표로 참가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8등을 하지만, 작곡가 미셀 르그랑의 눈에 띄어 영화 ‘쉘브르의 우산’ 주제곡을 비롯한 히트곡을 부릅니다. 나나의 빅 히트곡 ‘아테네의 백장미(The White Rose of Athens)’는 처음 독일어로 녹음했고 영어, 프랑스어 등 각국 언어로 발표되며 유럽을 뒤흔듭니다. 1968~76년 영국 BBC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쇼를 진행했지요. 나나는 은퇴까지 무려 13개 국어로 450장의 앨범을 발표합니다. 앨범은 그리스어, 불어, 영어, 독어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로도 제작됩니다. 

그는 1984년 그리스 군정 종식 10년 째에 고국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 공연에서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 대통령을 비롯한 청중의 뜨거운 반응에 감동받고는 모국으로 되돌아옵니다. 1993년 유니세프 대변인을 거쳐 1994~99년 신민주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으로도 활약합니다. 

나나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 뿔테 안경과 단발머리이죠? 1957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서 미 해군 항공모함 선상에서 초청받아 갔을 때에도 책임자는 외모를 보고 실망했지요. 그때 나나는 “안경에 신경 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일단 노래를 들으면 안경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시킵니다. 1966년 미국 가수 해리 벨라폰테와 공동앨범을 내고 공연을 할 때에도 해리로부터 “공연 때 검은뿔테 안경은 벗는 게 어떨까”는 제안을 받습니다. 나나가 불쾌해져서 그럴 바엔 공연을 안 하겠다고 하자, 해리가 후회하고 사죄합니다. 

나나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죠? 1988년, 2005년 내한공연에 이어 2008년에는 은퇴 선언 후 고별공연도 합니다. 이때 태안 기름 유출사고 소식을 듣고 공연수익금 1만 달러를 기부합니다. 그는 2010년 그리스 경제위기 때엔 연금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패션에서부터 삶의 방향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서 성공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돈이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훨씬 뛰어넘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요? 그런 뜻에서 나나 무스쿠리는 진정 행복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무엇인가 해야 할지 명확한 사람에겐 삶의 곳곳 암초와 바위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죠? 여러분은 아시나요,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오늘은 나나 무스쿠리의 하얀 손수건(Me T'Aspro Mou Mantili)을 듣지 않을 수 없겠죠? 포기하는 절제된 사랑이 아니라, 꼭 이뤄지길 기도하는 사랑, 눈을 감고 들어보세요, 성당에서 기도하며 부르는 듯한, 사랑의 노래를. 

Me T'Aspro Mou Mantili 듣기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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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y*** 2025-10-19 22:46:30

    젊었을 적, 참 많이 듣던 고운 곡이었지요. 나나 무스쿠리가 이렇듯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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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5-10-13 09:07:15

    하얀손수건 추억이 아련히 생각 나네요.고등학교시절 참 많이들었죠.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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