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1일 (토)

또 추석날 집에 못 간 응급실 의사…“피부미용으로 바꿔야 하나?”

[김용의 헬스앤]

응급실 의사는 명절에도 집에 못 가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학병원 의사 A씨는 또 추석(6일)에 집에 가질 못했다. 지난해 추석, 설날에도 형제들이 모두 모인 차례에 유일하게 빠졌다. 가족들은 이제 체념하는 눈치다. 전화로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인사드리자 어머니는 “건강이나 조심하라”며 오히려 의사 아들을 걱정하셨다. 그는 응급의학과 의사다. 응급실을 책임지고 있어 명절에는 더욱 바쁘다.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거의 받지 않으니 그의 응급실로 환자들이 몰린다.

‘번아웃’의 상징…피부과는 90% 이상 복귀,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은?

응급실 의사의 일상은 참 고단하다. 이제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지난 의대 증원 사태 때 번아웃(심신이 몹시 지친 상태)의 상징처럼 됐다. 지난달 전공의들이 일부 복귀했어도 응급실 상황은 나아진 게 거의 없다. 피부과 전공의는 90% 이상 돌아왔지만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은 낮은 편이다. 일부는 응급의학과 전공을 아예 버리고 피부미용 일반의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응급실에서 맞는 명절은 언제나 악몽…“경증 환자들은 오지 마세요”

이번 추석연휴는 유난히 길다. 최장 열흘간 쉴 수 있다. 응급실 의사들은 “연휴 기간 경증 환자들은 응급실에 오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025 추석 명절 응급의료체계 과밀화, 붕괴 예방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응급실에서 맞이하는 명절은 언제나 악몽이었다. 이번 명절도 큰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매년 명절만 되면 병원 응급실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동네병원 상당수가 연휴 동안 문을 닫으면서 가벼운 증상으로도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사가 힘들게 응급환자를 돌봐도 그 이후가 문제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급하게 응급처치를 한 후 세부 전공 의사에게 환자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이런 2차 진료(배후진료)를 담당하는 다른 과 의사들이 명절로 인해 평소보다 크게 줄어 난감하다.

응급의학 전공의 미달 갈수록 심해져…이러다간 대 끊길 수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응급실 의사를 돕는 전공의는 의정갈등 이전보다 줄었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 따르면 응급의학과는 전공의 656명 모집에 276명(42.1%)만 충원됐다. 미달 사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응급의학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방 응급의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역을 지켜온 응급의학과 전문의 상당수가 최근 서울·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정부도 경증 환자는 연휴 동안 동네 병의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비수도권 일부 응급의료기관은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로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전국 응급의료기관 413곳과 권역외상센터 17곳은 24시간 운영된다. 연휴에도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에 대한 정보는 응급의료포털(e-gen), 응급똑똑앱, 콜센터(12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연휴에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및 배후진료 수가(건강보험에서 받는 돈) 가산을 유지할 계획이다. 권역·거점 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250% 가산, 중증·응급 수술 가산 200% 등 재정적 지원이 유지된다. 연휴에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응급실은 우리 가족의 생명 살리는 곳…누가 필수의료 선택할 것인가

최근 필수의료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상대적으로 의료분쟁이 적은 분야로 젊은 의사들이 몰려가고 있다. 피부미용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반의로 피부미용 의원을 차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에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는 전공의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명절에 밤을 새우면서 환자를 치료해도 피부미용 분야보다 보상이 적다면 누가 필수의료를 선택할 것인가. 마음과 몸을 괴롭히는 의료분쟁도 기다리고 있다.

응급실은 우리 가족의 생명을 살리는 곳이다. 병원이 문을 닫는 명절에 사고라도 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바로 추석 당일에도 집에 못 가고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가 있는 곳이다. 이들이 제대로 ‘대접’ 받아야 한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대가 끊기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나? 지난 의정갈등 과정에서 필수의료의 수가를 크게 올리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이제 실천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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