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걷다가 다리 풀리더니…두 다리 절단한 70세男, ‘이 곰팡이’ 온몸으로 퍼져서?

심장 판막 수술 부위에 침투한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 혈전 확산시켜 양다리 절단

70세의 릭 바이너는 런던에서 길을 걷던 중 불과 몇 시간 만에 걷지 못하게 됐고, 결국 양쪽 다리를 잃었다. 사진=SNS/희귀 진균 감염 연구재단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70세의 릭 바이너는 건강한 은퇴 생활을 준비하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하지만 런던에서 길을 걷던 중 불과 몇 시간 만에 걷지 못하게 됐고, 결국 양쪽 다리를 잃었다.

의료진은 그의 다리 혈관을 가득 메운 혈전의 원인이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 대동맥염(Aspergillus fumigatus aortitis)’이라는 극히 드문 감염 질환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릭의 딸 제마 브룩스는 영국 매체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평소 매우 건강하고 활동적인 분이었다”며 “걷는 걸 즐기고, 은퇴 후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다리에 통증을 느꼈던 그는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했음에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2021년 여름, 런던 시내를 걷던 중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일시적으로 감각이 돌아왔지만, 몇 시간 뒤 다시 통증이 악화되면서 의료진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추가 검사 결과 양쪽 다리 모두 혈전으로 막혀 있었고, 결국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해야 했다.

의료진은 혈전 용해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사타구니 부위에서도 혈전이 발견돼 긴급 수술이 이뤄졌으며, 조직검사 결과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 대동맥염’이 진단됐다. 심장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진균 감염으로, 곰팡이가 대동맥 벽에 침착돼 혈류를 따라 전신으로 퍼지며 혈전을 형성하는 질환이다.

릭은 몇 년 전 심장 판막 치환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고, 이 부위에 곰팡이가 붙어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제마는 “심장이 피를 돌리는 과정에서 곰팡이도 함께 온몸으로 퍼졌고, 결국 다리 혈관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현재로서는 항진균제를 통해 감염을 ‘억제’하는 것 외에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릭은 하루 약 33정의 약을 복용하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딸 제마는 “욕실 곰팡이처럼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는 것과 같다”며 “약은 단지 곰팡이를 눌러놓을 뿐, 다시 번식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말했다.

절단 수술 이후 릭은 의족으로 걷기 훈련을 했으나, 최근에는 왼쪽 다리에 뼈 감염이 발생해 무릎 위까지 추가 절단을 받았다. 또한,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이 두 차례 발생해 언어와 기억력에도 손상이 남았다. 현재 아내 지나가 그를 전담으로 간호하고 있으며, 일상생활 대부분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아스페르길루스 감염, 면역 저하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곰팡이 질환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감염은 공기 중 흔히 존재하는 곰팡이균이 인체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진균성 질환이다.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자연 방어 기능으로 제거하지만,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나 장기이식·암 치료·심장 수술 등을 받은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주된 원인균은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로, 폐를 비롯해 부비동·심장·신장·뇌 등 주요 장기에 침착한다. 대표적인 형태는 △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 △알레르기성 기관지폐 아스페르길루스증 △만성 괴사성 아스페르길루스증 △아스페르길루스 구균종 등이다. 이 중 침습성 감염은 가장 위험하며, 면역억제제 치료 중이거나 이식 환자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심장 수술 후 환자에게 드물게 나타나는 ‘아스페르길루스 대동맥염’은 균이 인공 판막이나 절개 부위에 침투해 감염이 시작되는 경우로, 감염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며 혈전, 뇌졸중, 괴사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

초기 증상은 기침, 미열, 피로감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해 진단이 어렵다. 혈관성 감염일 경우 다리 통증, 저림, 피부색 변화 등 말초 순환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확진에는 CT, 항원 검사, 조직검사 등이 필요하다.

치료는 항진균제(보리코나졸, 암포테리신 B 등) 투여가 기본이며, 중증 감염 시 감염 조직 제거 수술이 병행된다. 하지만 심장·대동맥 감염은 완치가 어렵고 약물로 억제하는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면역 저하 환자에서 원인 불명의 염증이나 혈전이 발견될 경우 진균 감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조기 진단과 신속한 항진균 치료만이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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