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미국 의료계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타이레놀이라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녀의 자폐증 발병에 매우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열 진통제다. 임산부에게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져 흔하게 사용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내용을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FDA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고열이 난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겠지만 필요하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피하라”고 했다.
백악관도 같은 날 공개한 팩트시트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의 만성 사용이 자녀의 신경 발달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근거로는 앞서 진행됐던 ‘간호사 건강 연구 II’와 ‘보스턴 출생 코호트’를 포함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제시됐다. 이들 연구는 자궁 내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이후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 사이의 연관성을 보고했다.
다만 상충되는 연구도 언급됐다. 노출된 형제자매와 노출되지 않은 형제자매를 비교한 스칸디나비아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통계적 조정이 실제 효과를 희석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현재까지의 증거가 인과관계를 확실히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연관성은 공중보건 차원에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며 “만성적 사용이나 임신 후기 노출과 관련해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미국 의학계 반발도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스티븐 플레이슈만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회장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관련해 20년 넘게 연구가 이어져 왔지만 임신 중기 복용이 아이의 신경 발달 장애를 일으킨다는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는 단 한 건도 없다”며 “오히려 이 주제를 다룬 최고 수준의 연구 두 건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ADHD·지적 장애 위험 사이에서 유의미한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산부가 통증과 발열을 치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옵션 중 하나로, 치료하지 않으면 임산부에게 해로울 수 있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 중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임상의들에게 우려를 줄 뿐 아니라 실제로 이 약에 의존해야 할 수 있는 임신부들에게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앨리슨 싱어 자폐과학재단 회장도 “오늘 발표가 왜 나왔는지, 어떤 결론 과정을 거쳤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새로운 데이터나 연구 결과가 공개된 것도 아니고, 학술지나 학회에서 발표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 없이 개인적 생각과 감정을 말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힘들게 해(fight like hell)’라는 표현으로 임신부에게 타이레놀을 복용하거나 아이에게 주지 말라고 한 것은 과거 자폐증을 앓는 아이의 책임을 부모 탓으로 돌리던 시절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