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치료 기술(모달리티)로 떠오른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 뛰어든 셀트리온은 기존 항체의약품을 개선하거나 단점을 보완한 ‘바이오베터 ADC’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첫 ‘사이언스&이노베이션 데이 2025’를 열고 애널리스트들에게 ADC신약 개발 현황과 비전 등을 공개했다. 또한 파트너사들이 참가해 공동 개발 현황과 기술 등을 발표했다.
ADC 시장은 최근 수 년 사이 항암제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를 표적으로 인식해 찾아내고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초기에는 독성으로 인한 실패도 많았지만 ‘엔허투’의 시장 성공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ADC는 2023년 112억9000만달러(약 15조5800억원)에서 2030년 240억1000만달러(약 33조원)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아직까지 승인된 ADC는 아직 20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셀트리온이 승부수로 띄운 것은 바이오베터다.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선한 약이다. 합성의약품으로 치면 개량신약과 비슷하다. 독자적인 특허로 보호받기 때문에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셀트리온은 이미 대표 제품 ‘램시마’를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경험이 있다. 단순 복제에 머무르지 않고 투여 편의성과 환자 접근성을 높인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이번 ADC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항체치료제에 새로운 약물을 결합해 기존 약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쌓아온 항체 개발·생산 경험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불확실성과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다.
셀트리온 신약 파이프라인 중 가장 앞선 CT-P70은 애브비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엠렐리스(성분명 텔리소투주맙 베도틴)’의 한계를 극복할 바이오베터 ADC 후보물질이다. c-MET(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과발현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ADC치료제 엠렐리스의 항체와 엔허투 링커를 사용하되, 약물(페이로드)은 피노바이오 ‘PBX-7016’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상반응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다. 지난달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1상시험에서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폐암 등 다른 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파이프라인인 CT-P71은 넥틴-4 표적 ADC 항암제인 아스텔라스의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내성 환자를 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파드셉은 항체가 암세포의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인 넥틴-4를 찾아가서 붙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특히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MMAE(미세소관 억제제)라는 약물이 사용된다. 셀트리온은 약물 부분에 PBX-7016을 적용해 내성 환자군에서도 효과를 내도록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CT-P73은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등에서 과발현하는 조직인자를 표적으로 한 ADC 신약후보물질이다. 앞선 파이프라인과 마찬가지로 PBX-7016이 적용되며 지난 6월 월드 ADC 아시아 서밋에 참가해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조직인자 표적 항암제는 화이자의 자궁경부암 치료제(ADC) ‘티브닥’이 유일하다.
셀트리온은 올해 세 가지 후보물질의 IND(임상시험계획) 신청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신약 파이프라인 총 13개를 임상 단계에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이중항체 ADC 등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자금력과 파트너십 등도 셀트리온 신약 개발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수의 바이오기업들이 외부 투자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여기에 피노바이오, 우시XDC 등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오랜 기간 항체 분야에서 쌓아온 셀트리온의 자체 경험과 노하우에 더해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항암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더 나은 치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을 개발해 빠르게 상업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애널리스트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지속적인 임상 데이터 발표가 예상된다”며 “CT-P70의 임상 초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페이로드로 사용되는 PBX-7016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고, 임상의 공격적인 확장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셀트리온의 예산 계획은 추가적인 조달이 아닌 자체적인 연구개발비 안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자금 안정성은 결국 신약의 속도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ADC의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DC 개발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링커 기술 보유 여부가 성공의 열쇠였으나 현재는 다양한 링커·항체·페이로드 조합과 임상적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기술 소유보다는 실행력·확장성이 중요해졌다”며 “따라서 향후 ADC 개발의 성패는 ‘실행력, 속도, 자금력, 인사이트’ 가 좌우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ADC 바이오베터 전략은 기존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험을 활용해 신약개발로 진입하기 위한 유효한 방안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