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수술용 칼)를 쓰지 않고, 출혈이 없다. 전신마취도 없다. 그러면서도 뇌경색으로 막힌 뇌 혈관을 뚫고, 동맥경화로 막힌 심혈관을 뚫는다. 뱃속에서도 거침이 없다. 장기를 뚫고, 또 자른다.
이전엔 머리를 열거나 가슴, 배를 가르는 큰 수술 외엔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몸에 작은 구멍 한 두 개만 뚫으면 된다. 이를 통해 혈관이나 소화관에 특수관(카테터 catheter)를 집어 넣어 해결한다.
‘인터벤션’(Intervention, 중재술 仲裁術)이라 부르는 치료법. 수술하는 외과(外科)와 약물치료 하는 내과(內科) 중간에 있다. 이들을 중재해 수술하지 않으면서도 몸 속 깊은 환부에 약물을 바로 투입하거나 처치한다. 부담스러운 수술을 피하고 싶은 환자들 바람을 절묘하게 해결해준다. 메스로 절개하는 '수술'과 구분해 시술(施術)이라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때로는 암 조직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미세혈관을 찾아 막아 버리기도 한다. 색전술(塞栓術, Embolization)이다. 바로 그런 제3의 영역, 치료의 기적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이 바로 인터벤션영상의학 전문의들.

“인터벤션 시술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술법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요.”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전웅배 영남지회장(부산부민병원 인터벤션센터)은 11일 “최근 인터벤션 기술은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빠르게 분해되는 색전물질, 혈전 제거 기구, 약물 방출 스텐트 등을 활용한 새로운 시술법들이 바로 그것”이라 했다. 방사선 색전술, 근골격계 색전술, 림프계 색전술 등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것도 그런 덕분이다.
전 지회장은 “하지만 인터벤션은 숙련된 술자(術者)의 기술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 거기다 변화 속도 또한 워낙 빠르기에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같은 병원 의료진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소통과 협력, 경험의 교류가 그만큼 더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월, 영남지회장에 올라 전문의들 사이의 교류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 지회장은 "이를 통해 부산, 울산, 대구, 경남, 경북의 영상인터벤션 수준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했다. 부산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병원 인터벤션영상의학 전임의를 거쳐 양산부산대병원 기금교수를 지냈다. 다양한 배액술은 물론 중심정맥관 삽입, 혈액투석루 재개통 등에 두루 능하다.
영남권 인터벤션 영상의학 분야는 최근 어떤 변화가 특징인가?
대학병원들에서 여러 영상의학 전문의들이 지역 대형 병원들로 이동했다. 그로 인해 이전엔 대학병원에서만 이루어지던 고난도 인터벤션 시술들이 지역 중소병원들로까지 확산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방사선 색전술, 림프관 색전술 등 최신 시술들이 여러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고, 이에 환자 입장에서도 첨단 시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큰 변화다.
영남지회에도 그에 따른 전략 변화가 있겠다.
그렇다. 지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지역 의료진 교육, 워크숍, 집담회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7개 세부 연구회 활동과 연계하여 최신 치료 기술과 시술 노하우를 지역 의료진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려 한다.
혈관, 비(非)혈관 중재시술들, 환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이들 중재 시술은 최소침습 치료로 전신 마취나 절개 수술에 대한 부담이 적고, 시술 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과거에는 이런 시술들을 낯설게 여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술 대안(代案) 치료로 중재 시술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추세다. 특히 고령 환자나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각 병원 내에서 다른 의료진(외과, 간호사 등)과의 소통이나 협진은 원활한가?
인터벤션 시술 특성상 시술 전·후 환자 관리와 치료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다른 진료과 의료진, 간호사 등과의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갖춰 협력이 잘 이뤄지는 병원들도 많다.
다만, 시술 이후 환자의 상태 변화나 합병증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EMR 시스템 내 시술 후 환자 상태 보고나 관리 항목을 좀 더 표준화하거나, 의료진 간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강화하는 것이 협진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등 병원 너머와의 협력도 필요할텐데.
맞는 얘기다. 인터벤션과 색전술은 이들의 기술 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기업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신제품 정보나 최신 기술 동향을 수시로 받고,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니즈(needs)를 전달해 의료기기 개발에 반영토록 하는 시스템이 잘 가동돼야 한다. 영남지회 차원에서도 이미 일부 기업들과는 신제품 개발 및 임상 적용을 위한 공동연구를 준비하고 있고, 협력 네트워크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올해, 어떤 일에 매진할 생각인가?
일단, 자주 만나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킹을 활발히 진행할 생각이다. 올해는 특히 교육 프로그램, 학술대회, 워크숍 등을 통해 소통과 협업의 접점을 더 늘리려 한다. 상반기만 해도 3월 집담회(대구 계명대병원, 아래 사진)와 4월 집담회(부산 고신대병원)에 이어 5월 하순엔 부산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전국학회 학술대회 및 총회가 열린다. 이어 연말까지 거의 매달 집담회와 컨퍼런스를 또 연다. 영남지회 차원의 진료, 연구 역량을 더 키워 나가려는 우리 모두의 역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