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 주도 폐암치료제 시장…렉라자, 패권 가져올까

국내 허가 앞둔 '렉라자+리브리반트', 글로벌 표준치료 등극 목표

렉라자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의 절대강자 '타그리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FDA 허가에 이어 표준 치료법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사진=유한양행]
국내 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글로벌 폐암 치료 시장 패권을 노린다. 현재 표준 치료요법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넘어 최우선 치료옵션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에 대해 지난 8월 FDA 허가를 획득했다. 국산 항암신약으로는 처음 거둔 성과로,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항암제가 국내에서도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임상 1~3상을 이끈 ‘렉라자의 아버지’ 조병철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치료 트렌드가 단독요법에서 병용요법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타그리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항암 트렌드 바꾼 병용요법, 대체 뭐길래?

암의 종류는 크게 고형암과 혈액암으로 나뉜다. 고형암은 종양이 단단하고 굳은 덩어리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특정 장기에 생긴다. 흔히 알려진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혈액암은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에 종양이 생긴 것이다. 백혈병, 림프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혈액암은 고형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진행 상황에 따라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가능한 고형암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항암제로만 치료해야 하는데, 혈액이 전신을 순환하면서 메스꺼움과 골수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생기거나 항암 작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2000년대 초반 기존의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이른바 ‘항암 칵테일 요법’이 등장했다.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에서 처음 시도해 유명해진 이 초기 병용요법은 당시 10% 내외에 머물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완치율을 50%로 크게 끌어올렸다.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한편 까다로운 암종의 완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고, 고형암에서도 비슷한 접근 방식의 치료법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폐암 치료에서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대표적이며, 표준 치료법 타그리소 역시 기존 화학항암제와 병용투여 임상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렉라자 병용요법, 생존율 개선 효과 입증

실제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생존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투약 24개월차에 병용투여군 생존율은 75%, 타그리소 투여군의 생존율은 70%로 조사됐다. 36개월차에는 두 집단의 생존율이 각각 61%, 53%로 그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전 세계 66개국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하며 압도적인 표준요법으로 인정받는 타그리소의 위상을 감안했을 때, 이를 상회하는 렉라자·리브리반트의 임상 결과는 분명 고무적인 지표다.

렉라자 임상을 주도한 조병철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항암 치료의 트렌드는 병용요법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타그리소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코메디닷컴 DB

여기에 리브리반트가 최근 피하주사(SC) 제형의 유효성을 입증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맥주사(IV) 제형은 2~3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 1시간 이상 투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SC제형은 10분 내외 투여가 가능하다. 투약 시간은 줄이고 환자 편의성은 높일 수 있다.

이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이르면 연내 유럽의약품청(EMA)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유력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중국, 일본 등에서 품목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폐암 시장 주도권 가져올 변수는?

다만 두 가지 항암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병용요법의 특성상 독성이나 부작용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의 임상에서 나타난 주요 부작용은 피부 발진과 손·발톱 주위 염증으로 대부분 조절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타그리소보다 추적 기간이 짧아 장기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국내 허가를 받고 나면 약가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타그리소의 병용요법에 사용되는 화학항암제는 이미 특허가 만료된 약물로, 약가 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진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생존율과 약가 등 다양한 요소를 두고 고민하게 되겠지만, 매년 5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시장에서 독점을 저지할 만한 우수한 대안이 생겼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수는 지난해 약 58억 달러(7조80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한 타그리소의 특허 만료다. 국내 기준으로 타그리소의 물질 특허는 2033년, 제제 특허는 2035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광동제약과 종근당 등 국내 기업들이 이미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위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오는 2032년 타그리소의 물질 특허가 만료되는 중국 시장에서는 벌써 허가를 받은 제네릭이 등장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들의 매출 추이를 고려했을 때, 제네릭 약물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타그리소 역시 매출 면에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며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반사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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