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두다리 두손 잘라낸 30대男, 사연은?

원반 던지기 놀이하다 무릎에 상처...그냥 뒀다가 '연쇄상구균 독소 쇼크 증후군'에 걸린 30대 남성, 두다리 두 손 일부 절단 후 의족 차고 재활 중인 사연 공유

무릎에 난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두 다리를 절단하고 손까지 잘라내야 했던 한 3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빨간색 표시 손이 검게 괴사된 모습. 다리를 절단 한 후 손도 일부 잘라내야했다. [사진=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무릎에 난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두 다리를 절단하고 손까지 잘라내야 했던 한 3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미국 앨라배마주 출신 31세 딜런 라일리는 2023년 10월 어느 날, 원반 던지기 놀이인 프리스비(frisbee)를 잡으려다 오른쪽 무릎에 작은 상처를 입었다. 워낙 덜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작은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딜런의 어머니인 트리나 화이트는 감염병 간호사로, 당시 아들의 상처를 보고 감염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초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상처가 딜런의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릎에 상처가 난 지 2주가 지난 후, 딜런은 독감과 비슷한 증세로 잠에서 깼다. 상태는 빠르게 악화되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됐고, 결국 같이 살고 있던 룸메이트들의 도움을 받아 911에 신고했다. 11월 10일, 그는 오클라호마시티의 배프티스트 인테그리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병원에서는 그가 연쇄상구균 독소 쇼크 증후군(streptococcal toxic shock syndrome, STSS)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인후염을 일으키는 연쇄상구균이 혈류에 침투해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는 위험한 질병이다. 딜런이 연쇄상구균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을 했고, 그 세균이 당시 프리스비를 하다 입은 무릎 상처를 통해 혈류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진은 그가 도착했을 당시 상태를 "죽음의 문턱에 선 상태"라고 말할 정도였다. 만약 빨리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다면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 했다. 그의 생존 가능성은 약 10% 이하였다.

그날 저녁 병원에서 딜런의 어머니 트리나는 의료진으로부터 생명 유지 장치인 ECMO(체외막 산소 공급 장치) 장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긴급 통보를 받았다. 충격을 받은 트리나는 "다른 가족과 혼동한 것이 아닌가"라고 혼란스러워했다. 트리나는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그제야 심각성을 실감했다.

5일동안 혼수 상태에서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괴사 징후 나타나 

딜런은 ECMO 장치에 의존한 채 5일 동안 혼수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ECMO 장치도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원활히 순환시키지는 못해, 그의 손과 발 끝, 귀 끝이 검게 변하며 괴사 징후가 나타났다. 깨어난 후 딜런은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게 됐고, 팔다리를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202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딜런은 병원에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다. 양쪽 무릎 아래를 잘라냈다. 불과 한 달 뒤에는 손도 대부분 절단해야 했다. 다행히 오른쪽 손바닥과 왼손의 일부 손가락은 보존할 수 있었다. 이후 전신이 뱀처럼 벗겨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도 겪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올해 5월부터 딜런은 의족을 착용한 후 계단과 연석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회복 기간 동안 그는 자신의 긍정적인 태도와 유머 감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이후 그는 일상으로 복귀하며 리그 볼링과 프리스비 골프 같은 취미를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딜런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에서 수술을 앞둔 다른 절단 환자들을 찾아가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는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절망 대신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보도록 돕고 있다.

독감 같은 증상에서 시작해 전신 장기 부전으로 이어지는 STSS

딜런의 사례처럼 작은 상처 하나로 인해 사지를 절단하거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대부분 연쇄상구균 독소 쇼크 증후군(STSS)에 의한 것이다. 이 질병은 인후염을 일으키는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이 혈류에 침투하면서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신체를 공격하는 급성 질환이다. 감염 후 몇 시간 만에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STSS의 초기 증상은 일반적인 독감이나 감기와 비슷해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 극심한 근육통을 호소하다가 곧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쇼크 상태에 이른다. 저혈압으로 인해 몸 곳곳의 장기와 조직으로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손발 끝이 검게 변하며 괴사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이 심화되면 호흡 곤란과 심한 복통, 혼란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고, 결국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 질병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진단과 응급 치료가 늦어질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응급실 방문이 필수적이다.

연쇄상구균 독소 쇼크 증후군(STSS)의 주요 원인은 인후염, 피부 감염 등을 일으키는 A군 연쇄상구균이 혈류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균은 피부의 작은 찰과상이나 상처를 통해 침투할 수 있으며, 혈류에 들어가면 독소를 방출하여 면역 체계를 과도하게 자극하게 된다. 이는 면역 반응을 폭발적으로 일으켜 건강한 조직과 장기를 공격하게 만든다. 특히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STSS에 더욱 취약하다. 면역체계가 강하지 않으면 균의 침투를 막지 못해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존율 10%… 상처와 위생 관리로 STSS 예방 가능

STSS의 생존율은 약 10%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응급 치료를 위해서는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해 균을 빠르게 제거해야 하며, 저혈압을 방지하기 위해 수액 공급과 혈압 유지제가 함께 사용된다. 환자의 장기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 호흡기나 ECMO와 같은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감염이 심각한 경우에는 감염된 조직을 외과적으로 절제해야 한다. 이로 인해 손발 일부를 절단하는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응급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면 생명을 구할 가능성은 있지만, 빠른 판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관건이다.

STSS는 드물지만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작은 상처라도 깨끗하게 소독하고 감염의 징후가 보일 경우 즉시 치료해야 한다. 상처가 생기면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소독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또, 손 씻기와 같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 수단이다.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STSS 예방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과로는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므로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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