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노조, 허용돼야 하는가?

[박창범 닥터To닥터]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동 중인 의료진의 모습. [사진=뉴스1]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단체협약은 물론 때로는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도 불사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의사집단이다. 의사들은 병원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의사면허증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어 직장이동이 자유롭고, 거의 대부분의 병의원을 의사가 소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사용자의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노동조합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면 많은 대학병원교수들은 상황은 이해하지만 가뜩이나 병원경영도 어려운데 추가적인 임금인상이나 근무환경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픈 환자들을 도외시한다면서 도끼눈을 뜨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점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주요 이유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과대학교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경우 하루 24시간 365일 운영되기 때문에 교수들은 장기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전담하는 외상외과전문의, 뇌졸중 환자의 혈관 내 혈전용해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나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응급관상동맥 중재술을 담당하는 순환기내과 전문의의 경우 주중 일과시간이 끝난 후에도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상관없이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출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야간이나 심야에 응급환자를 진료한 다음날에도 수술이나 시술, 외래진료와 같은 일상적인 일과를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대교수들은 연구도 해야 하고,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준비해야 하며, 기타 행정적인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장기간 근로로 이어진다. 2006년 청년의사에서 시행한 조사결과 대학교수의 일일평균근무시간은 11시간 54분이었고 전임의의 경우 평균 13시간 14분이었다. 문제는 의과대학교수들의 장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이 대학병원의 관행이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교수들은 법으로 정해진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병원은 전례가 없다거나 법적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한 연가보상비 등의 보상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열악한 근로환경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하여 더욱 열악해졌다. 기존에 해왔던 주간근로 및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수술이나 시술과 함께 야간 및 주말당직도 함께 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주당 52시간은 고사하고 주당 100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업자인 병원은 물론 정부도 이러한 근로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의사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들을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의대교수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물론 의대교수가 노동조합을 만들더라도 교육자이기 때문에 단결권, 단체교섭권은 가지지만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권은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만들면 사업자인 대학이나 병원에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정당한 근로에 대한 대가를 요청하기 위하여 충분한 압박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대학이나 병원은 의대교수노동조합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이 문제가 된 가장 대표적인 곳이 아주대학교이다. 2021년 국내 최초의 의대교수노동조합이 아주대병원에서 설립되었지만 학교는 단과대학 교수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교원노조법 제4조제2항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경우 개별학교 단위, 시도단위 또는 전국단위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아주의대 교수노동조합은 이를 어기고 단과대학인 의대단위의 노조를 설립했기 때문에 합법적인 교수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이유이다. 1심 법원은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학교단위 노조가 아닌 단과대학인 의과대학으로 기재하고, 조합원이 모두 의대교원이고, 조합원 자격을 전임교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는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로 적법하지 않은 단과대 단위노조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다르게 판단하였다. 신고만으로 노조설립이 가능하게 한 것은 노조의 자주성 및 민주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노동청이 노조설립신고를 수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소송을 걸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각하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 노동조합은 합법적인 노동조합이 되었다. (의대 교수노조 가능해졌다… 아주의대 교수노조 ‘부활’, 메디게이트뉴스, 2024.9.4.)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하여 아주대학교는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한다.

이 판결로 의과대학이라는 단과대학 교수노동조합설립이 다시 가능해졌다. 아주의대 교수노조는 그간 중단했던 학교측과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전공의 집단사직속에서 교수들의 근로여건이 더욱 열악해졌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수노동조합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과연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과대학 단독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가능할까? 앞으로의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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