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주들의 줄기찬 반대, '셀제 합병' 제동 걸릴까

소액주주연대 "설문조사가 합병 중단의 명분될 수 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의 합병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이 주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합병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는 2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 반대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광고를 주요 경제신문 두 곳에 게재했다. 셀트리온주주연대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주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하고, 셀트리온의 주주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될 뿐더러 당위성도 전혀 없다”며 “합병 여부 설문조사 사이트를 통해 주주들의 반대의견을 적극 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광고는 지난달 31일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응인 셈이다. 회사는 지난달 31일 양사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합병 추진 검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합병 시너지와 위험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첫 절차로 주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주주 설문조사’를 이달 12일까지 진행한다고 했다. 주주 피드백을 최종 검토 결과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제약과의 합병 이점과 리스크는

셀트리온은 홈페이지 공지글을 통해 “기업이 합병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사결정 참고자료로 활용한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며 “당사는 주주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육성하는 데 전념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공지글에서 ‘합병의 유익성과 위해성’을 자세하게 밝히기도 했다. 회사는 합병 이점에 대해 “바이오사업과 소분자 제약사업을 통합해 제품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며 “또한 생화학융합기술 연구개발 동향에 맞춰 고부가가치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역량을 제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무와 관리적 측면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산, 자본, 시가총액이 확대되면서 비용 효율성을 달성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일원화함으로써 의사결정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반면 리스크도 분명하게 언급했다. 우선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 품질관리기준에 대한 규제당국 대응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재무 영업 쪽은 더하다. 셀트리온은 “제약은 자회사로 연결된 관계로 합병 후 매출액과 이익 증가는 없다”며 “제약의 영업이익률 저조로 셀트리온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희석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셀트리온 34%, 셀트리온제약 9% 수준이다.

또한 관리 측면에서도 최대주주 지분율 감소에 따른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고 분석했다. 합병에 따른 노동 리스크 증가와 직원 처우 개선 등으로 이익률도 감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주 설문조사, 합병 중단의 명분 될까

이번 타당성 검토 절차에 대해 셀트리온 주주들과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주주는 반대 투표에 열을 내고 있지만, 합병을 기대하고 있었던 제약 주주들은 속았다는 반응이다.

오윤석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국내·국외 기관 투자자 대부분이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고, 회사도 이 부분을 감안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이번 절차는 제약과 합병하지 않을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정진 회장이 주주총회나 기관 투자자 간담회 등에서 합병 계획을 말했고, 셀트리온제약 주가가 올라갔는데 아무런 근거 없이 제약과 합병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회사가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판단되면 합병의 어려움을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오 대표는 “회사에서 주주들이 반대하면 합병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회사가 그 말을 지킬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제약 주가 [사진=네이버페이증권 캡처]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셀트리온제약의 종목토론방에는 “헬스케어와 합병 시 6개월 내 제약과 합병한다고 약속한 내용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주장은 서 회장에게 약속을 어기라는 협박이나 마찬가지”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합병 소식을 믿고 샀는데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실제 서 회장은 지난해 8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헬스케어 합병이 마무리된 후 6개월 안에 제약과 2단계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말 헬스케어와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자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기대감을 타고 올라갔다.

지난해 12월까지 8만원에서 9만원 초반에 거래되던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올해 1월 2일 30% 가량 치솟으며 11만9800원을 기록했다. 이 후 3월까지 10만원 선에 머물다가 4월 이후 9만원에서 10만원을 오르내렸다. 지난 31일 타당성 검토 소식이 나온 이후 10만4000원이었던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2일 종가(8만3800원)기준 17%가량 떨어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합병 추진에 대해 “셀트리온 주주의 반대가 심해서 무리한 합병 추진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특히 셀트리온제약 실적이 좋지 않아 합병 시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신약으로 인정받은 짐펜트라(자가면역치료제) 공급으로 실적 향상이 기대되고, 현재 시총도 제약과 약 11배 차이나는데, 굳이 합병이 논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2일 기준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42조99억원, 셀트리온제약은 3조4858억원이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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