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어리석은 병'?... '인지증'으로 바꾸는 법안 발의
사회적 편견·환자 비하 등 인식 개선 필요
치매는 '어리석다'는 부정적 의미의 한자인 '치(痴)'와 '매(呆)'가 합쳐진 명칭이다. 의학계는 치매라는 단어가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환자 비하를 유발할 수 있기에 가치 중립적인 용어인 '인지증'이란 단어로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7일 국회에선 '치매'라는 공식 용어를 '인지증'으로 변경하는 치매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치매라는 용어는 '정신이상'을 의미하는 라틴어 의학용어인 'dementia'(디멘시아)의 어원을 반영해 어리석다는 의미로 번역돼 일본 학계에서 처음 사용돼 전파됐다. 2000년대 들어 '치매'라는 용어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같은 한자문화권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대만이 2001년 '실지증(失智症)'으로 가장 먼저 변경했다. 이후 일본은 2004년 '인지증(認知症)'으로 홍콩과 중국은 각각 2010년과 2012년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용어를 교체했다.
국내에서도 의학계를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중적으로도 공감대가 형성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에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선 국민의 43.8%가 치매 용어에 거부감을 보였다. 2021년 국립국어원 조사에서도 과반(50.8%)이 용어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서도 용어 변경을 위한 노력에 돌입했다.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는 '치매용어 개정 협의체' 회의를 처음 개최했으며, 앞서 제21대 국회에선 총 7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 때 '인지흐림증', '인지증', '인지이상증', '신경인지장애', '뇌인지저하증' 등의 다양한 대안이 제기됐으나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됐다.
서명옥 의원은 "2023년 국내 치매 환자 수는 100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치매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없애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고위험군·초기증상자 분들께서 센터·병원을 더 쉽게 찾아주시도록 심리적 문턱을 낮추겠다"며 "이번 법안을 계기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보듬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