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지는 제약업계 … 여성임원 영입 활발에 영향력도 커져
GC셀 전지원 마케팅 책임자, 한독 김미연 사장, 유한 이영미 부사장
남성중심의 보수적이라는 조직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제약업계에 굳건했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유리천장은 여성이 충분한 갖추고 있지만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invisible barrier)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여성 임원 영입과 승진 인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여성 임원의 업무도 기존의 학술 임상 부문에서 마케팅, 전략기획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그동안 여성 임원 배출이 그다지 많지 않고 남성 중심의 임원 인사를 실시해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최근 들어 활발해진 여성 임원 배출과 영입은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세계적 트렌드와 보폭을 맞추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을 비롯해 글로벌 빅파마들은 남녀 성별을 구분짓지 않고 능력에 맞는 인사를 실시한다.
GC녹십자 계열인 GC셀은 지난 2일자로 글로벌 사업개발(BD; Business Development)과 마케팅을 총괄할 최고BD&마케팅책임자(CBMO; Chief BD & Marketing Officer)로 전지원 前LG화학 항암/면역사업개발 리더를 영입했다.
전지원 CBMO는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에서 인체생리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셀트리온,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서 항암 분야(Oncology) 글로벌 사업 개발과 마케팅, 라이선스 및 인수합병 후 기업통합(PMI)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축적했다.
GC셀은 전지원 CBMO 영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완성하겠다라고 밝혔다.
한독은 지난 7월 1일로 경영·전략 전문가인 김미연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김미연 사장은 한국화이자에서 전략기획 매니저,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매니저, EP(Established Product) 사업부문 총괄을 거쳐 미국 화이자 본사 EP 사업부 부사장으로 미국 내 브랜드를 총괄했다.
또 한국노바티스 심혈관대사질환 비즈니스 총괄, 한국알콘 대표를 역임했으며,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의 통합법인 제뉴원사이언스 CEO 재직하며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했다.
한독은 김미연 사장이 경영 및 전략기획, 브랜드마케팅, 약가 및 급여 적용, 조직관리, 고객경험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독은 지난 6월 전문의약품 총괄로 김윤미 전무를 선임했다. 김 전무는 2001년 한독에서 영업,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으며, 한국화이자에서 비아그라, 챔픽스 마케팅 매니저를 거쳐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항암제 사업부에서 비즈니스 운영 전략 디렉터를 역임했다. 최근까지 BMS에서 혈액암 및 항암제 사업부를 총괄했다 한독으로 복귀했다.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지난 5월말 한미약품 글로벌 연구개발(R&D) 혁신 총괄을 지낸 이영미 前전무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영미 부사장은 서울대 대학원 제약학과 박사 출신으로 연세대 생명공학과 연구교수,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 연구소 연구위원(Research Fellow)를 거쳐 한미약품에서 연구센터 상무 및 수석연구위원, 해외 BD 총괄을 거쳐 지난해 말까지 글로벌 R&D 혁신 총괄 전무를 지냈다.
한미약품 그룹 창업주인 故임성기 회장의 장녀 한미약품 임주현 사장은 7월 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에 선임됐다.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은 그룹 전체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부서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임주현 사장의 전략기획실장 겸임으로 후계자 경쟁에서 오빠인 임종윤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사장을 앞서가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임주현 사장은 1974년생으로 미국 Smith College 음악과를 졸업하고 2007년 한미약품 인재개발팀(HRD) 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전무이사와 부사장을 거쳐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글로벌 HRD(인적자원개발) 사장을 맡아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의약품에 관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임원 승진과 배출을 제약하는 유리천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제약기업에게는 깨져야 할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 등 유리천장을 깨트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