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3명 추가 확진… “혐오·낙인이 유행 부추길 수도” 경계

약한 증상·유행 확대 가능성↓... 고위험 집단 대상 '포위접종' 논의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엠폭스 확진자가 지역언론 인터뷰에서 공개한 발진 증세 모습. [사진=유튜브/KRON4]
엠폭스(원숭이 두창) 확진자 3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는 34명이다. 방역 당국은 ‘유행 확대’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특정 성 지향성 등 대중적 ‘혐오와 낙인’이 방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국내 엠폭스 확진자 역학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이달 누적 29명 국내 감염… 약한 증상 그쳐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감염(추정)으로 모두 29명이 확진됐다.  내국인 27명, 외국인 2명이다. 거주지는 △서울 13명 △경기 7명 △경남 3명 △경북 2명 △대구 2명 △전남 1명 △충북 1명 등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28명은 최초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해외여행력이 없었고 1명은 해외여행 이력이 있었으나 증상 발현과 연관성이 없었다. 모두 국내 감염으로 볼 여지가 높은 것이다. 29명의 89.7%가 (감염) 고위험시설 등에서 익명의 사람과 밀접 접촉 이력이 있었다.

주요 증상은 항문과 생식기 등의 부위에서 통증을 동반한 국소적인 발진이었다. 궤양, 종창 등의 피부병변이 동반하기도 했다. 증상 발현 초기(전구기·질환 출현 전 불특정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엔 발열과 두통, 근육통, 오한 등이 불특정하게 나타나기도 했으며, 아무런 증상이 없던 사례도 있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엠폭스는 치명률이 0.13% 정도로 낮고 실제 국내 엠폭스 확진자는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대증치료로 2~4주 후 완치됐다”고 임상 특성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국내 첫 엠폭스 감염환자를 치료한 이력이 있다.

방역 당국은 엠폭스의 국내 유행 확대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특정 성지향성 등 감염자 특성에 대한 대중적 ‘혐오와 낙인’이 외려 방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규모 유행 가능성↓… 과도한 불안감·혐오-낙인 금물

이날 임 단장과 김 과장은 국내에서 엠폭스 유행이 퍼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면서 최근의 국내 감염 상황으로 인한 과도한 사회적 불안감 조성을 우려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와 같이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엠폭스는 호흡기 감염병과는 다르게 밀접접촉을 했을 때 감염되기 때문에 당분간 밀접한 피부접촉이 많은 고위험군에선 제한적인 전파가 지속될 수 있겠지만 일반 인구에서는 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엠폭스는 백신이나 치료제 등도 확보됐기 때문에 국내 의료 역량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면서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말고 예방수칙을 잘 지켜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엠폭스 신고와 문의 건수는 하루 200건 이상의 검사(24일 기준 진단 시약 4400명 분 보유)가 가능한 보건 당국의 관리 역량과 비교해 미미한 정도다. 관련 신고는 이달 첫 째주 당시 4건에서 셋 째주 102건 수준으로 늘었고, 검사 건수는 같은 기간 1건에서 43건으로 느는데 그쳤다.

엠폭스는 역학적 특성(피부 밀접 접촉)에서 ‘안전하지 않은 성행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고위험 집단은 소수에 불과하다. 방역상 유행 확산을 관리·방지하기 위해 성적지향성을 고위험 특성으론 추출하지만, 이것이 성적지향성과 안전하지 않은 성행위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결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방대본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오히려 엠폭스 방역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임 단장은 “엠폭스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환자에 대한 편견은 의심환자들을 숨어들게 해 방역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앞서 진료했던 첫 번째 확진자도 (환자 스스로가) 밀접접촉력을 알리지 않았다면 바로 진단하기 어려웠다”면서 초기 증상이 뚜렷하게 특정되지 않기에 감염 의심자(의심 증상자)와 의료기관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과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심 증상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대한 우려로 의료기관 진료와 (자진) 신고를 기피해서 엠폭스가 확산하지 않도록 의료계와 방역당국, 모든 국민에게 협조와 배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질병청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검사와 백신 접종을 위해 노력 중이다. 고위험 시설 내 접촉자 등 밀접접촉자를 대상에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고위험 집단을 추려 선제적으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포위접종’ 방안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8월 엠폭스 백신인 3세대 두창백신 5000명분(1만 도즈)을 도입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엠폭스(원숭이두창) 감염에 대한 주의 안내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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