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서 피가…치질이 아닌 암?

의사도 헷갈릴 수 있는 증상

항문질환 출혈은 배변 시에 주로 발생하고 이내 멈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뒤 변기가 붉게 물들어 있거나 휴지에 피가 묻어나는 일은 비교적 흔하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일시적 출혈이 변에 섞여 나오는 수도 있고, 치질이 원인일 수도 있다. 보통 피의 색깔이나 출혈 양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출혈이 항문에서 발생했다면 선홍색이다. 장 출혈이면 부위에 따라 검붉은색, 붉은색 등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항문 출혈은 피가 변에 묻어있거나, 변이 없어도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변에 피가 섞여있다면 장 출혈일 가능성이 있다.

항문질환 출혈은 배변 시에 주로 발생하고 이내 멈춘다. 주로 치핵과 치열에서 발생하는데 증상을 다르다. 강한 통증과 선홍색 출혈. 변을 본 뒤 10~20분 이상 통증 지속 등은 치열 출혈의 주 증상이다. 통증은 별로 없고 화장지에 붉은 피가 묻어나거나 변기가 붉은 색으로 변한다면 치핵 출혈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증상은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

악종종양인 항문암의 증상도 유사하다는 게 문제다. 항문암의 경우 미숙한 의사는 단순 치질로 치부하기도 한다. 항문암은 발생률이 전체 암 가운데 약 0.1%로 낮은 편이지만 1년에 수백 명이 진단되고 있다. 새로 진단된 환자는 2009년 178명, 2014년 234명, 2016년 253명, 2019년에는 322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유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교수는 “혈변이 있으면서 화장실에 자주 가거나, 변의 굵기가 가늘어졌거나, 잔변감도 있다면 직장 및 하부 결장의 암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암 중심에 궤양이 생기거나, 대변이 나올 때 암 조직이 벗겨지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직장 또는 왼쪽 결장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은 점액변, 변비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오른쪽 결장인 경우 증상이 거의 없거나 빈혈, 체중 감소 등 암과 무관한 걸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장 앞쪽에서 출혈이 있으면 선홍색을 띨 수 있으므로 출혈 양상만으로 구분하기는 힘들다. 이같은 증상이 있으면서 대장내시경을 받은 적이 없다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항문 출혈과 난치성 항문 질환이 지속되는 경우는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질환의 유무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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