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8일 (금)

소화불량 시달리던 60대女⋯하반신 ‘마비’된 까닭은?

탄산칼슘 성분의 ‘제산제’ 2년간 입에 달고 살다가 마비 증상⋯중증 고칼슘혈증, 콩팥 기능 저하와 대사성 알칼리증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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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 시달리던 60대女⋯하반신 ‘마비’된 까닭은?
중년 여성이 소화불량과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소화제(제산제)는 과다 복용의 위험이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제산제 때문에 중증 고칼슘혈증으로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인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60대 여성은 최근 2년간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려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제산제(탄산칼슘)를 줄곧 복용했다. 그러던 중 수개월 전부터 자주 넘어지고 걷기도 힘들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았다. 마침내 어느 날 하반신이 마비돼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 환자는 검사 결과 혈중 칼슘 수치(4.83 mmol/L)가 정상 수치를 크게 초과해 '중증 고칼슘혈증'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콩팥 기능이 뚝 떨어져 있었고 부갑상선 호르몬(PTH)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억제돼 있었다. 환자는 심각한 대사성 알칼리증까지 보였다.

의료진은 당초 암이나 골수종, 육아종 등 치명적인 전신병을 의심해 정밀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와 골수 검사 등을 했다. 하지만 원인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양측 대칭성 말초 신경병증과 함께 중증 비타민 B12 결핍이 발견됐다. 특히 결정적인 원인은 약물의 상습적인 과다 복용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환자는 만성 소화불량을 해결하기 위해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반의약품인 제산제(레니)를 매일 6~12정씩 습관적으로 복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제산제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을 하루에 최대 8200mg(8.2g)씩 장기 복용한 것이 화를 부른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가 섭취한 탄산칼슘 8.2g 속에는 순수 칼슘(탄산칼슘 중량의 약 40%)만 해도 약 3280mg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일반 권장량의 4~5배나 된다.

연구팀은 64세의 이 환자에게 이 약의 복용을 중단시켰다. 그 대신 정맥으로 수액을 보충하고 비타민 D 및 B12 투여 요법을 시행하는 조치를 취했다. 환자는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영국 필그림 병원 종양학과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The Alkaline Trap: Severe Calcium-Alkali Syndrome Secondary to Chronic Calcium Carbonate Ingestion)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이 사례는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탄산칼슘 제산제의 무분별한 장기 복용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는 약물 자체의 독성 문제가 아니다. 일반의약품을 대하는 안일한 태도와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빚어낸 인재다.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은 너무 친숙해 과다복용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약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일반의약품을 가볍게 여겨 영양제처럼 많이 먹어도 별 탈이 없을 것으로 지레짐작하기 쉽다.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은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의 경고 신호다. 제산제는 위산을 중화해 당장 속을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만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임시방편에 그친다. 병원을 찾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속이 불편할 때마다 제산제를 입에 털어넣는 잘못을 되풀이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이 사례 속 환자처럼 수년 동안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는 탄산칼슘을 섭취하면 콩팥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대사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치명적인 ‘알칼리 덫’을 조심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파는 소화제·제산제를 오래 먹으면 다 이 환자처럼 되나요?

A1. 제품 설명서에 적힌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지켜 단기간 복용하면 안전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는데도 근본 원인을 찾지 않고 수개월 이상 습관적으로 과다 복용하면 큰일 납니다. 몸안 전해질과 칼슘 대사에 심각한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Q2. 속이 쓰릴 때 제산제를 복용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안전할까요?

A2. 제산제나 소화제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용으로만 짧게 복용해야 합니다.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마음대로 약을 늘리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 등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Q3. 평소 먹던 일반의약품에 대해 의료진에게 꼭 알려야 하나요?

A3. 그렇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처방약만 의사에게 알리고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산 제산제, 영양제 등 일반 의약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빠뜨립니다. 하지만 사소한 일반의약품의 과다 복용이 치명적인 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진에게 평소 먹는 모든 약을 상세히 알려야 진단 지연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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