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를 평생 피우지 않았더라도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고난 사람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0배 이상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이 보고돼 비흡연 폐암의 원인을 유전체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다나파버암연구소와 23앤드미(andMe)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330만명 이상의 유전정보와 건강정보를 분석해 선천성 ‘EGFR T790M’ 변이와 폐암 발생 위험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EGFR이 뭐길래
EGFR은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T790M은 암세포에서 후천적으로 생기는 변이가 아니라 부모에게 물려받아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생식세포 변이(germline mutation)다.
분석 결과 선천성 EGFR T790M 변이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위험이 약 25배 높았다. 특히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에서는 변이 보유자의 위험이 비보유자보다 60배 이상 높았다.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약 10배 높았다.
다만 이 변이는 미국 인구에서 약 1만5000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매우 드물다. 함께 조사한 다른 17개 암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되면 유전자검사로 고위험군을 찾아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맞춤형 검진을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60배 이상’은 변이가 없는 사람과 비교한 상대적인 위험인 만큼 변이 보유자의 실제 폐암 발생률이 60% 이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도 비흡연 여성 폐암 관련 유전자 조사
이번 《사이언스》 연구 논문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비흡연 폐암에 유전적 요인이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서울대 의대 등 국내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13년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한국인 비흡연 여성의 폐암과 유전적 요인의 관계를 분석한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2번 염색체 2p16.3 영역의 ‘rs10187911’ 변이가 폐암 발생 가능성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이를 가진 사람의 폐암 오즈비(OR)는 분석 방식에 따라 약 1.37~1.54였다. 폐암 환자의 92.4%가 폐선암이어서 연구진은 이 변이가 한국 비흡연 여성의 폐선암 감수성과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성서울병원 등 공동 연구진도 한국인 비흡연자의 폐암과 관련된 유전자 영역을 확인했다.
비흡연 비소세포폐암 환자 446명과 대조군 497명을 분석하고 별도 집단에서 검증한 결과 18번 염색체 18p11.22 영역의 특정 유전변이가 폐암 감수성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2012년 국제학술지 《휴먼제네틱스(Human Genetics)》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