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통증 때문에 전 세계에서 약 15억 명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존의 진통제들은 염증 유발 물질을 광범위하게 억제하는 과정에서 위장 장애 등 부작용 우려가 따르고,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주변의 따뜻한 온도를 느끼는 감각 기관이 통증을 일으키는 핵심 스위치 역할까지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이 감각을 잘 통제하면 만성 통증을 없애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워릭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은 신경 말단에서 따뜻한 온도를 감지하는 감각수용체인 ‘TRPM2 채널’이 염증 반응과 결합해 만성 통증 신호를 직접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염증 반응 과정에서 분비되는 특정 화학물질(프로스타글란딘 E2)과 자가항체는 신경 세포에 있는 온도감지 감각수용체(TRPM2)에 직접 작용해 전기적 통증 신호를 켠다. 지금까지는 이 수용체가 인체의 무해한 온기를 감지하는 센서로만 알려졌으나, 통증을 일으키는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이번에 밝혀졌다.
연구팀은 신경 세포에서 따뜻한 온도감지 수용체를 없앤 생쥐 모델을 관찰했다. 그 결과,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과 자가항체로 인한 통증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염 통증과 신경 손상에 의한 통증도 관절 자체의 염증 반응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도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절염에 걸린 생쥐에 따뜻한 온도를 감지하는 감각수용체(온각센서)를 차단하는 약물을 주사하자 단 한 번의 투여로 관절염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고, 그 효과가 이틀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기존 소염진통제 중심의 치료에서 벗어나 염증을 억제하지 않고도 통증만 효과적으로 잡는 새로운 표적 치료법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TRPM2 is a direct pain transducer)는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협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국내에서 퇴행성 관절염 등 만성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연간 수백만 명에 이른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만성통증 유병률은 남성 약 64%, 여성 약 88%나 된다.
만성 통증은 단순한 증상을 넘어 그 자체가 독립적인 병으로 분류된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은 환자의 신체적 활동을 제약하고 우울증과 수면 장애, 인지 기능 저하 등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나 바르는 파스 등은 체내에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생성을 광범위하게 억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 방식은 장기 투여 시 위장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워릭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염증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신경계의 감각 수용체 단계에서 통증 전기 신호만 정밀하게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따뜻한 온도를 느끼는 감각이 왜 통증을 일으키나요?
A1. 우리 몸의 신경 말단에는 외부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온도 센서(TRPM2)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관절염 등으로 신체에 염증이 생기면, 염증 물질이 이 센서를 엉뚱하게 자극해 온기 대신 극심한 통증 전기 신호로 오인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골자입니다.
Q2. 이 연구 결과에 따라 통증 치료제를 새로 만들 경우, 기존 소염진통제나 파스와는 결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A2. 기존 진통제나 파스는 통증의 근원인 염증 물질 자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어서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부작용 우려가 있었습니다. 반면 이번에 규명된 방식은 관절 등의 염증은 그대로 두더라도, 통증 신호가 전달되는 스위치만 정확하게 꺼버리는 차세대 맞춤형 통증 제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3. 이번 연구 결과로 새로운 통증 치료제가 개발돼 상용화되면 환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되나요?
A3. 따뜻한 온도감지 수용체인 TRPM2 센서의 작동을 국소적으로 차단하는 주사제나 약물이 개발된다면, 기존 소염진통제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부작용 우려로 복용이 까다로웠던 만성 관절염 및 신경병증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들 환자는 염증 억제 과정에서 오는 부담을 덜고 안전하고 지속적인 통증 완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