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잘 때 스마트폰 화면이나 디지털시계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도 가능하면 줄이는 것이 좋겠다. 수면 중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심장 근육이 두껍고 수축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툴레인대 비만연구센터 루 치 교수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1만 1071명을 대상으로 야간 빛 노출과 심장의 구조 및 기능의 관계를 분석했다. 치 교수는 “야간 빛이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밤에 빛 노출을 줄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심혈관 건강에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연구 시작 당시 심혈관질환이 없었다. 연구진은 이들이 7일 동안 빛 감지 센서가 내장된 손목 측정기를 착용해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잠자는 동안 3럭스를 넘는 빛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추정했다.
럭스(lux)는 일정한 면적에 도달하는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3럭스는 상당히 어둡지만 주변 사물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는 밝기로, 닫힌 방문 틈으로 불빛이 새어 들어오는 정도에 해당한다. 침실에서는 켜진 스마트폰 화면이나 디지털시계, 창밖 가로등 등이 빛 노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야간 빛 노출 높을수록 심장벽 두꺼워
약 3년 뒤 참가자들은 심혈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나이와 성별, 생활습관 등 여러 관련 요인을 보정해 비교한 결과, 자는 동안 3럭스를 넘는 야간 빛 노출이 많았던 사람은 빛 노출이 거의 없던 사람보다 좌심실 근육량이 2.4% 많고 심장벽의 평균 두께가 1.5% 더 두꺼웠다.
또 심장 근육이 혈액을 펌핑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더 낮았다. 심장 근육이 수축할 때 얼마나 잘 움직이고 변형되는지를 보여주는 다른 검사 지표에서도 불리한 차이가 관찰됐다.
좌심실은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내는 심장의 핵심 공간이다. 좌심실 벽이 지나치게 두꺼워지면 내부 공간이 좁아지고 심장 근육이 뻣뻣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이 혈액을 효율적으로 내보내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야간 빛 노출은 좌심실뿐 아니라 우심실과 좌심방의 일부 구조 및 기능 지표와도 불리한 연관성을 보였다. 빛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이러한 차이가 커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짧아진 수면시간이 일부 연관성 설명
연구진은 수면시간 감소가 야간 빛 노출과 심장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일부 매개한다고 분석했다. 심장 구조와 기능을 보여주는 지표에 따라 전체 연관성의 약 24~49%가 짧아진 수면시간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됐다.
밤에 빛을 받으면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흐트러져 잠드는 시각이나 전체 수면시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밤에도 교감신경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으면 심박수와 혈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생물학적 과정이 이번 연구에서 직접 확인된 것은 아니다. 야간 빛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심장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인과관계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 필요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의 생활을 관찰한 연구이므로 야간 빛이 심장벽을 두껍게 만들었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밤에 빛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은 교대근무나 생활습관, 주거 환경 등 다른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빛을 측정한 기간이 7일에 불과해 장기간의 수면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손목에 착용한 센서는 눈에 실제로 들어온 빛의 양을 직접 측정하지 못한다. 손이 이불 속에 들어가 있거나 몸의 방향이 달라지면 노출량이 실제보다 많거나 적게 기록될 수 있다.
심장 MRI가 빛을 측정한 시점으로부터 약 3년 뒤 한 차례 시행됐다는 점도 한계다. 연구 시작 당시 심장 MRI 자료가 없어 참가자들의 심장 구조가 원래부터 달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빛 노출과 심장 구조를 반복해서 측정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폰은 뒤집어 놓고 침실은 어둡게
밤의 빛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잠들기 전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가능하면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충전 중인 기기나 디지털시계의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면 가리거나 방향을 돌릴 수 있다.
창밖 조명이 밝다면 암막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사용하고, 방문 아래로 불빛이 들어온다면 복도나 거실 조명을 끄거나 틈을 막는 방법도 있다. 주변 빛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면 수면안대를 사용할 수 있다.
밤중에 안전을 위해 조명이 필요할 때는 밝기를 최대한 낮추고 시선보다 낮은 위치에 설치하는 편이 낫다. 푸른빛이 강한 흰색 조명보다는 따뜻한 색 계열의 희미한 조명이 상대적으로 수면 방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아침에는 커튼을 열고 햇빛을 충분히 받는 것이 좋다. 낮과 밤의 밝기 차이를 분명하게 만드는 것이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Nighttime light exposure and cardiac structure and funct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수면등을 켜고 자면 심장병에 걸린다는 뜻인가요?
A. 그렇지 않다. 이번 연구는 야간 빛 노출과 심장 구조·기능 및 심혈관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관찰연구다. 빛이 직접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Q2. 스마트폰의 작은 불빛도 문제가 될 수 있나요?
A. 얼굴 가까이에서 화면이 켜지거나 알림이 반복되면 빛 노출뿐 아니라 수면이 끊길 수 있다. 잠들기 전 화면을 끄고 뒤집어 두거나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 놓는 것이 좋다.
Q3. 밤중에 화장실에 갈 때는 불을 켜면 안 되나요?
A. 낙상 예방이 우선이다. 조명이 필요하다면 눈높이보다 낮은 곳에 밝기가 약한 따뜻한 색 계열의 조명을 설치하고, 다시 잠들 때는 끄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