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0일 (목)

노바티스 1400억 생산기지 어디로⋯부산, ‘기장 1.7조 인프라’ 카드 꺼냈다

부산시·동남권원자력의학원·KAERI 5인팀, 7일 한국노바티스 첫 면담⋯방사성의약품 생산 후보지로 기장 산단 제안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노바티스 1400억 생산기지 어디로⋯부산, ‘기장 1.7조 인프라’ 카드 꺼냈다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로 글로벌 방사선리간드치료제(RLT)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스위스 노바티스가 한국 시장을 겨냥한 별도의 생산기지를 만든다. 이에 지자체간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노바티스 본사와 플루빅토. 사진=노바티스

노바티스(Novartis)의 1400억원 규모 방사성리간드치료제(RLT) 한국 생산기지를 놓고 부산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부산시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바티스㈜ 본사에서 고위 경영진을 만나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를 생산기지 후보지로 직접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가 이 문제로 한국노바티스와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수첩] ‘2.7조 플루빅토’ 생산기지 찾는데…‘1.7조 인프라’ 부산 기장 왜 조용한가(코메디닷컴 2026년 08월 24일자)(https://kormedi.com/2851526/)

부산시 투자유치과 외자유치팀 팀장과 주무관, 방사선산업을 담당하는 반도체신소재과 팀장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과장,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연구자까지 5명이 한 팀으로 움직였다. 한국노바티스에서는 전무·상무급 임원이 맞았다. 행정과 투자유치, 방사선산업, 핵의학, 원자력 연구 전문가가 한 테이블에 앉은 셈이다.

노바티스 한국 생산거점을 주목하는 이유

노바티스는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를 앞세워 세계 RLT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2025년 세계 매출이 19억9400만달러(약 2조7000억원, 전년 대비 43% 성장)였다.

올해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올 상반기에만 12억9300만달러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무려 57%나 된다.

또 다른 RLT, ‘루타테라’(Lutathera)도 있다. 플루빅토에 앞서 먼저 상용화했던 아이템. 위·장·췌장계 신경내분비종양(GEP-NETs) 치료할 때 쓰인다. 2025년 세계 매출은 8억1600만달러. 이 둘을 합하면 두 RLT만 연간 약 28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RLT엔 약점이 있다. 반감기가 짧아 원거리 유통이나 장기 보관이 어렵다. 이에 현지 생산망이 절실하다.

그래서 동아시아에선 일본(효고현 단바사사야마)과 중국(저장성 하이옌)에 각각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시장과 중국 시장에 쓸 물량은 현지 생산, 적시 배송(just-in-time delivery)체계를 갖춰간다는 말이다.

노바티스는 더 나아가 올해 7월, 약 1400억원을 투자해 한국 생산시설과 콜드체인 물류망을 구축하기로 보건복지부와 MOU를 체결했다. 한국에도 RLT 생산기지를 만든다는 것. 그러면서 "플루빅토 등 RLT 치료 가능한 병원을 30곳으로 늘리겠다" 했다. 현재는 10개 병원 내외다.

부산이 들고 간 카드는 ‘기장 1.7조 인프라’

이제 핵심 관심사는 해당 공장이 어디에 들어서느냐다. 그 향방에 따라 한국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생산·물류·연구 생태계와 클러스터 거점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

이날, 부산이 노바티스에 내민 카드는 기장이다. 기장에는 147만8772㎡(약 44만7000평) 규모의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이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드는 수출용신형연구로부터 서울대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방사성동위원소 관련 연구시설들이 집적해 있다. 내년이면 수출용신형연구로도, 서울대병원 중입자치료센터도 가동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사업비만 1조7000억원 넘게 들었다.

또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도 별도의 방사성의약품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이 있고, 코스닥 상장기업 퓨쳐켐의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도 산단에 자리잡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방사성의약품 연구·제조→GMP 생산→병원 치료를 한 지역에서 연결할 수 있는, 방사선의과학 클러스터다. 특히 RLT 분야는 수출용신형연구로 등 원료 생산 인프라,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민간 제약기업까지 한 공간에 묶을 수 있다.

부산 기장의 45만평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 사진=부산시

노바티스 “여러 지자체 관심 보여”경쟁은 이미 시작

현재 한국노바티스는 여러 지역을 놓고 시장성과 경제성, 그리고 경영적 손익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에 수반될 물류, 인력, 사업성 등도 따져야 한다.

경영진은 이번 면담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먼저 진행해야 할 절차들이 있어 생산기지 입지를 본격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여러 지자체가 생산시설 유치에 관심을 갖고 연락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전북 정읍과 인천 송도 등이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특히 정읍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를 기반으로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 국회의원 등 이해당사자들이 입체적으로 한국노바티스 공장 유치의 당위성을 전파해왔다. 조직적인 협업 구조다.

인천 송도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접근성이 좋다. 그리고 인재들을 공급할 대학, 연구기관, 빅5 등 대형병원, 바이오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 입지도 강점이다.

이에 부산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노바티스 공장 유치전이 단순한 ‘어느 지역에 시설이 더 많으냐’의 경쟁만은 아니라는 것. 부지와 인센티브, 전문인력, 물류, 규제 대응, 병원 접근성, 지자체의 실행력까지 종합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 기장이 인프라에서는 강한 카드를 쥐고 있더라도 그 카드를 얼마나 빠르고 설득력 있게 하나의 투자 패키지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인 이유다.

첫발 뗀 부산⋯다음 승부는 ‘조직력에서

부산도 이번 면담 이후 후속 대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투자유치과 김묘금 외자유치팀장은 9일 “여러 부서와 기관, 관련 전문가들이 사전에 함께 논의해 부산의 강점을 부각시킨 자료를 준비해 갔다”며 “앞으로 기장군을 포함해 추가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첫 단추는 끼웠고, 이제 두번째 단추를 채우려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유치전은 1400억원 공장 하나에만 초점을 맞출 일은 아니다.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RLT 기업이 기장에 생산거점을 두면 수출용신형연구로와 GMP, 병원, 산단 등에 들어간 투자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산업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것. 거기에 임상 현장에 쓰일 고가 의약품 생산과 고용, 후속 기업 유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 순간 부산과 기장은 ‘방사선 연구시설이 모인 곳’에서 '방사성의약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으로 내보내는 산업거점'으로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다. 인프라는 이미 있다. 이제 조직과 전략의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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