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7일 (월)

심장 속 ‘작은 혈관’ 기능 떨어진 환자⋯사망·심근경색 등 위험 1.94배

한국 7개 병원 1003명 추적⋯미세혈관 기능저하군 2년 추정 발생률 18.2%, 기능보존군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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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초음파로 환자의 팔 혈관을 살펴보고 있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이 필요할 때 충분히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장은 온몸으로 피를 보내지만 심장근육도 스스로 혈액을 공급받아야 한다. 심장 표면을 지나는 큰 관상동맥뿐 아니라 심장근육 곳곳에 퍼진 작은 혈관까지 제대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이 미세혈관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심근경색 등을 겪을 위험이 약 2배 높다는 한국 다기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 환자의 향후 위험을 가려내는 데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이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를 7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주명 교수,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승헌·안준호·홍영준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 7개 의료기관 환자 1003명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8월 28일 온라인 게재했다.

큰 혈관만 봐선 설명 안 되는 흉통⋯미세혈관도 살펴야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CMD)는 심장근육에 피를 보내는 작은 혈관이 필요할 때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큰 관상동맥에 뚜렷하게 좁아진 곳이 없어도 미세혈관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액과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 이를 ‘심근허혈’이라고 부른다. 흉통이 생길 수 있지만 일반적인 관상동맥조영술만으로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동안 미세혈관 기능은 관상동맥 혈류 예비력(CFR), 미세혈관 저항 지수(IMR) 등을 이용해 살펴왔다.

최근 주목받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Microvascular Resistance Reserve)’이다.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필요로 할 때 미세혈관이 혈관 저항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치가 낮을수록 필요할 때 혈류를 늘릴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MRR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 만들어진 지표가 아니다. 2021년 개념과 초기 인체 검증 결과가 발표됐고, 후속 연구에서는 2.5가 미세혈관 기능 이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제시됐다.

이번 연구진은 MRR 수치가 실제 환자의 예후와도 연결되는지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살폈다.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주명 교수,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홍영준·이승헌·안준호·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MRR 2.5 이하 환자 33.3%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돼 관상동맥조영술과 생리학적 검사를 받은 환자 1003명을 분석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근육에 필요한 만큼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검사한 관상동맥 가운데 한 곳이라도 MRR이 2.5 이하이면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334명, 전체의 33.3%가 미세혈관 기능장애군에 들어갔다. 나머지 669명은 미세혈관 기능이 보존된 군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중앙값 1.9년 동안 추적했다. 이 기간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 치료가 필요해 다시 혈관을 뚫거나 우회한 경우, 심부전 입원을 합쳐 살펴봤다.

실제로 이런 문제가 발생한 환자는 미세혈관 기능장애군 47명, 기능보존군 49명이었다.

다만 단순히 환자 수를 나눈 비율은 아니다. 환자마다 추적 기간이 다른 점 등을 반영한 2년 추정 발생률은 미세혈관 기능장애군 18.2%, 기능보존군 8.6%를 기록했다.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이 2.5 이하인 미세혈관 기능장애 환자는 기능이 보존된 환자보다 사망·심근경색·재혈관화술·심부전 입원을 합친 위험이 1.94배 높았다. 2년 추정 발생률은 각각 18.2%, 8.6%였다. 자료=삼성서울병원

여러 위험요인 고려해도 1.78배 높아

미세혈관 기능장애군은 사망·심근경색·재혈관화술·심부전 입원을 합친 위험이 기능보존군보다 1.94배 높았다. 이 수치는 연령 등 환자의 다른 위험요인을 보정하기 전 결과다.

여러 임상 변수를 함께 고려한 뒤에도 차이는 남았다. 미세혈관 기능장애군의 위험은 기능보존군보다 1.78배 높았다.

MRR이 단순히 미세혈관 기능을 나타내는 검사값을 넘어, 앞으로 심혈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가려내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MRR이 낮기 때문에 사망이나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두 현상의 연관성을 살핀 관찰연구다. MRR을 기준으로 치료법을 달리했을 때 실제 사망이나 심근경색을 줄일 수 있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관상동맥 뚜렷한 협착 없어도⋯흉통 반복되면 미세혈관 살펴야

이번 연구가 환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관상동맥조영술에서 큰 혈관이 심하게 좁아진 곳이 없다고 해서 심장 혈관의 모든 기능이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큰 관상동맥에 뚜렷한 협착이 없는데도 운동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흉통이나 숨참이 반복된다면 미세혈관 기능 이상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고 흉통이 있는 사람이 모두 MRR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MRR은 일반 건강검진에서 측정하는 수치가 아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돼 관상동맥조영술과 생리학적 검사가 필요한 환자에서 확인하는 지표다.

5월 《란셋》 연구와 같은 1003명 다시 분석

이번 연구의 환자 1003명은 연구팀이 지난 5월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한국 7개 병원 다기관 등록연구 ‘FLOW-CMD’와 같은 환자군이다. FLOW-CMD는 관상동맥의 혈류와 미세혈관 기능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를 측정,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환자의 향후 예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는 연구다.

당시 연구에서는 기존 검사인 관상동맥 혈류 예비력과 미세혈관 저항 지수를 함께 이용했다. 관상동맥 혈류 예비력이 2.0 미만이면서 미세혈관 저항 지수가 25 이상이면 미세혈관 기능장애로 분류했다.

이 기준으로는 1003명 가운데 163명, 16.3%가 미세혈관 기능장애에 해당했다.

이번에는 같은 환자를 MRR 2.5 이하라는 기준으로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33.3%인 334명이 미세혈관 기능장애로 분류됐다.

그렇다고 33.3%가 16.3%보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MRR이 환자를 더 정확하게 찾아냈다고 볼 수 없다. 두 기준이 미세혈관 기능을 판단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승헌 교수는 “기존에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해 평가해 온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보다 간결하게 평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새로운 평가 지표가 실제 환자의 예후와도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주명 교수는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관상동맥조영술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환자가 흉통을 호소하더라도 원인을 명확히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고 위험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8월 2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6)의 ‘관상동맥 미세혈관질환 관리 최신 임상연구’ 세션에서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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