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6일 (일)

달리다 고관절 ‘삐끗’ 28세男⋯엑스레이 믿었다가 7개월이나 고생?

엉덩관절(고관절) 삐끗 후 ‘대퇴골두 괴사’ 발생한 사례
엑스레이 ‘정상’이어도⋯통증 계속되면, 즉시 MRI 검사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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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들이 함께 달리고 있다.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면서 공원·강변 등에서 떼지어 뛰는 러닝 크루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아픈 곳 없이 건강한 28세 남성이 달리기를 하다 오른쪽 엉덩관절(고관절)을 가볍게 삐끗했다. 그 직후 동네 의원을 찾아 엑스레이(X선)를 찍었지만 뼈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가벼운 부상으로 인한 근육·인대 등 연조직 손상으로 판단돼, 짧은 기간 동안 물리치료를 받았다.

이 환자는 엑스레이가 정상이라는 말에 마음을 놓았고,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집에서 안정을 취했다. 하지만 엉덩이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일상 생활을 하고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달리기를 하려고 하면 아파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고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환자는 규모가 다소 큰 전문병원(2차의료기관)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진찰 결과 관절의 가동 범위가 크게 제한돼 다리를 구부리거나 바깥쪽으로 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골반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엉덩관절의 퇴행성 변화와 함께 대퇴골두(넓적다리뼈 위쪽의 둥근 머리 부분)가 썩어가는 괴사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오른쪽 대퇴골두의 뼈 조직이 괴사하고 골수 부종과 관절 내 활막염, 관절액이 많이 차 있는 상태를 확인했다. 뼈는 외형 윤곽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내부 괴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피카-알레 2기)였다. 근육이나 힘줄 등 주변 연조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의료진은 이 환자 통증의 원인이 단순 근육통이나 인대 손상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밝혀내고, 정형외과에 관절 수술을 의뢰했다.

서울 하늘병원 재활의학과(과장·윤태희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이 사례 연구 결과(Delayed Diagnosis of Osteonecrosis of the Femoral Head After a Minor Running Injury in a Healthy 28-Year-Old Ma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사례는 단순 엑스레이 검사의 한계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차일피일 늦춰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이와 함께 달리기가 단순한 직선 운동이 아님을 보여준다. 달릴 때 발을 땅에 딛는 착지 순간 체중의 3~5배나 되는 충격이 골반과 엉덩관절에 실린다. 이때 동작이나 정렬에 이상이 생겨 회전력(비틀림)이 걸리면 뼈 잇는 힘줄(인대), 골반 소켓 테두리의 연골막(비구순), 관절을 감싼 주머니(관절낭)가 삐끗하게 된다.

달리다가 엉덩관절이 비틀리거나 접질리는 사고를 당할 위험 요인으로는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코너를 급하게 돌거나 장애물을 피할 때 발은 지면에 고정된 채 골반과 상체만 회전하면서 관절 조직 전체에 비틀림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둘째, 엉덩이 근육이 약해 착지 순간 무릎과 허벅지가 안쪽으로 꺾이면 넙다리뼈 머리가 골반 소켓 테두리를 압박해 인대가 늘어날 수 있다. 셋째, 보폭을 지나치게 많이 넓혀 몸보다 발을 멀리 뻗어 디디면 충격이 완충 없이 전달돼 관절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넷째, 빗길이나 턱을 헛디뎌 미끄러질 때 몸의 중심을 잡으려는 반사 작용으로 관절이 꺾이면 삠(염좌)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체중이 한쪽 다리에 실린 채 회전 충격을 받으면 관절 조직 전체가 가장 취약해지므로 무리한 보폭과 급회전을 피해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넓적다리뼈 상단의 둥근 머리 부위로 가는 혈류가 막혀 뼈 조직이 썩고, 방치하면 체중을 견디지 못한 뼈가 무너져 내려 관절 전체가 망가지는 대표적인 진행성 난치병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한국 고관절 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년 약 1만 4000명 안팎의 환자가 이 병으로 진료받는다. 인구 10만 명당 연간 발생하는 환자 수는 미국 등 서양에서는 약 6~7명인 데 비해, 한국에선 약 28~30명으로 훨씬 더 많다.  노인병에 속하는 일반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대다수인 서양과 달리, 한국은 신체 활동이 왕성한 30~50대 젊은 층과 중년 남성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혈관이 손상되거나 막히면서 발생한다. 그 원인으로는 과도한 음주나 스테로이드 제제 남용, 대퇴골 골절이나 고관절 탈구처럼 큰 충격이 가해지는 외상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술을 마신 적도, 스테로이드 약물을 쓴 적도 없는 건강한 젊은 남성에게도 골절 없는 가벼운 삠(염좌) 외상 후에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잠재돼 있던 무증상 괴사가 가벼운 부상을 계기로 드러날 수도 있다.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함정은 질병 초기 엑스레이 검사의 맹점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경우, 질병 초기 단계(1~2기)에서는 일반 엑스레이 검사로는 뼈의 이상이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단순 근육통이나 인대 삠으로 오인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뼈에 체중이 실려 관절면이 주저앉는 함몰 단계(3기 이상)가 되면 본래 뼈를 보존하기 어려워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반면 관절면이 붕괴되기 전인 1~2기에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조기 발견하면 골수 내 압력을 낮춰 혈류를 개선하는 다발성 천공술이나 코어 감압술 등 본인의 관절을 최대한 살리는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달리기나 운동 중 엉덩이·사타구니를 가볍게 삐끗한 뒤 엑스레이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더라도, 통증이 수주 이상 지속된다면 안심하고 방치해선 안 된다. 일반 방사선 검사만 맹신하지 말고 즉시 고관절 MRI 등 정밀 검사를 받아 뼈 속 괴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달리기 중 가볍게 삐끗한 것만으로도 대퇴골두 뼈가 썩을 수 있나요?

A1. 가벼운 외상 자체가 미세혈관에 손상을 줘 괴사를 일으켰을 수도 있지만, 평소 별다른 증상 없이 잠복해 있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가벼운 비틀림 부상을 계기로 통증을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가벼운 외상 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서둘러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엑스레이에서 정상으로 나왔는데 왜 MRI 검사를 따로 받아야 하나요?

A2. 일반 엑스레이 검사는 뼈의 전체적인 윤곽이나 골절, 관절면의 붕괴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유용합니다. 하지만 뼈 내부의 혈류 차단이나 초기 골수 부종, 미세한 괴사를 잡아내지 못합니다. 엑스레이에 이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관절이 무너져 내린 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연조직과 골수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MRI 검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Q3. 엉덩이가 아프면 단순 허리 디스크나 근육통과 어떻게 구별하나요?

A3.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주로 엉덩이 뒤쪽보다는 앞쪽 사타구니 부위에 묵직한 통증을 보입니다. 관절 가동 범위의 축소로, 양반다리를 하거나 다리를 안팎으로 돌릴 때 통증이 심해집니다. 걷거나 뛸 때 사타구니 쪽 통증이 수주 이상 이어지고 물리치료에도 차도가 없다면 전문의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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