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자궁절제술 후 갑작스럽게 폐경을 맞은 호주의 57세 여성 루이자. 폐경 이후 체중이 늘어 어느새 80kg에 달했고, 고혈압과 수면무호흡증 등을 겪으며 건강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2019년부터 채소 섭취를 늘리는 등 체중 감량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살은 빠지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식단에서 이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한 가지 영양소에 주목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바로 단백질이었다. 루이자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이를 하루 식사에 고르게 나눠 먹는 방식으로 식습관을 바꿨다. 여기에 운동을 병행한 결과 그는 9개월 동안 약 16kg을 감량해 체중을 64kg까지 줄였다.
폐경기가 되면 루이자처럼 체중이 늘어 고민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이럴 때 살을 빼려고 무조건 먹는 양부터 줄이기 쉽지만, 이 시기에는 얼마나 먹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폐경기 여성 10명 중 8명 “체중 늘었다”
최근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40~55세 여성의 체중 변화와 단백질 섭취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CSIRO의 체중 관리 프로그램인 토털 웰빙 다이어트(Total Wellbeing Diet)에 참여한 여성 13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10명 중 8명이 일반적인 폐경 전환 연령대에 체중이 증가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 90%는 폐경이 자신의 웰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5명 중 1명은 그 영향이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내 연구에서는 폐경이 진행되면서 단순한 체중 증가보다 근육과 체지방 등 체성분에 불리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갱년기 여성건강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42~52세 한국 여성 4766명을 약 9년간 추적한 결과, 폐경 전과 비교해 근육량이 적으면서 체지방이 많은 근감소성 비만 위험이 폐경 이행 후기에 49%, 폐경 후 67% 높았다.
반면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비만을 평가했을 때는 폐경 단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폐경기에는 체중이나 BMI만으로는 근육과 체지방의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10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발표됐다.
이처럼 폐경기에는 체중만큼 근육량을 비롯한 체성분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근육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폐경기 여성, 충분한 단백질 섭취 중요
CSIRO 연구원 길리 헨드리 박사는 이 시기 많은 여성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폐경 전환기에 체중이 늘면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려 하기 쉽지만, 이 시기에는 적절한 음식을 선택하고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는 식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근육량과 근력,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CSIRO가 호주의 2023~2024년 국가 영양 및 신체활동 조사(Nation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Survey) 자료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 시기 여성의 단백질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SIRO가 체중 1kg당 하루 1.2g을 ‘최적’의 단백질 섭취 수준으로 놓고 비교한 결과, 일반적인 폐경 전환 연령인 40~55세 여성의 실제 단백질 섭취량은 이보다 하루 약 35g 적었다.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 가운데 3명 중 약 1명만이 이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답했다.
다만 체중 1kg당 1.2g은 CSIRO가 이번 분석에서 적용한 기준으로, 모든 중년 여성이 반드시 이만큼 먹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한 단백질 양은 나이와 체중, 신체활동량,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단백질, 저녁 한 끼에 몰아 먹기보다 세 끼에 나눠 섭취해야
그렇다면 단백질은 얼마나 먹어야 할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체중 1kg당 약 0.8~1.2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 체중 60kg인 성인이라면 하루 약 48~72g에 해당한다.
단백질은 하루 필요량을 한 끼에 몰아서 먹기보다 세 끼에 나눠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과도하게 섭취하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해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끼니마다 약 20g 내외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단백질 약 20g을 섭취하려면 대략 닭가슴살이나 살코기, 생선 100g 정도를 먹거나 큰 달걀 3개 또는 두부 한 모(약 300g)를 먹으면 된다.
육류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생선과 달걀, 콩류, 두부,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활용해 매 끼니 단백질 식품을 적절히 포함하는 것이 좋다.
국내 영양 기준에서도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개정된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는 하루 총 섭취 열량 가운데 단백질에서 얻는 에너지의 적정 비율을 기존 7~20%에서 10~20%로 높였다. 이는 그간 축적된 단백질 섭취와 건강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한 것이다.
단백질은 근육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따라서 폐경기 체중 증가를 우려해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는 과정에서 단백질 섭취까지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선 국내 연구에서 폐경이 진행될수록 근감소성 비만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 시기에는 체중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근육을 유지하면서 체중과 체성분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폐경기가 되면 체중이 늘기 쉬운가요?
A. 폐경 전환기에는 호르몬 변화와 노화, 신체활동 및 에너지 소비량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체중과 체성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폐경이 진행될수록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이 많은 ‘근감소성 비만’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2. 폐경기에는 단백질을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A.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체중 1kg당 약 0.8~1.2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합니다. 체중 60kg이라면 약 48~72g입니다. 다만 필요한 양은 나이와 활동량,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3. 단백질은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이 좋은가요?
A. 하루 필요량을 한 끼에 몰아 먹기보다 세 끼에 나눠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끼니마다 약 20g 내외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육류뿐 아니라 생선, 달걀, 콩, 두부,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