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더 흔하게 발견되는 면역 질환이 있다. 한국에서만 매년 1000여 명의 여성이 새롭게 진단 받는 전신홍반루푸스(이하 루푸스)다.
루푸스는 원래 외부 물질이 침입했을 때 막아야 할 면역체계에 이상이 일어나 자신의 정상 조직을 공격하면서 염증을 만드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학업과 직장생활이 활발한 젊은 연령층에게 발병이 흔하다.
여성 환자 많은 이유…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루푸스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환경·호르몬·면역체계 이상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루푸스는 가임기 여성의 발병 위험이 높은 병이다. 전체 환자 중 여성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9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여성 호르몬이 루푸스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도 나온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배상철 한양대병원 석좌교수는 25일 코메디닷컴과 전화 통화를 통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루푸스의 잘못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성 염색체가 과하게 활성화되었을 때도 이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XX 염색체를 가지는데, 이 때 세포 내 유전자 과다 발현을 막기 위해 보통 X 염색체 두 개 중 하나는 비활성화된다. 다만 어떠한 이유로 두 유전자가 모두 활성화되면 루푸스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외부 물질 침입에 더 민감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환경이라면 높은 저항성이 몸에 이롭게 작용하겠지만, 반응이 너무 강할 때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기나 관절 통증으로 잘못 알기 쉬워
루푸스는 진단이 매우 까다로운 질환으로 꼽힌다. 초기 증상이 이유 없는 피로감, 관절통, 근육통과 발열이라 몸살 감기 정도로 오해하기 쉽다. 여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와 탈모, 빈혈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피부 증상으로는 양 볼과 콧등에 붉은 반점이 퍼지는 ‘나비 모양 발진’이 있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루푸스를 강하게 의심해볼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전형적인 형태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는 햇빛에 노출된 후에만 피부 증상이 심해지는 등 다양한 유형의 증상이 생긴다.
이 밖에도 입 안에 궤양(점막 조직이 헐어버린 상태)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피부색이 하얗고 푸르게 변하는 현상을 겪는 환자도 있다.
배 교수는 “루푸스는 자가 진단이 어렵기에, 보통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가 발견되거나, 혈액 검사 결과 백혈구나 혈소판 수치 이상, 자가 항체 검출 등이 확인되면 루푸스를 의심하고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물론 원인 모를 통증이나 관절통, 탈모 등이 1개월 이상 지속되었을 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면역 체계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이 때는 늦지 않게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염증이 심장이나 뇌로 침범하면 위험
루푸스 증상이 피부에만 나타났을 때는 질병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는 전신 면역 반응으로 생긴 염증이 신장, 폐, 심장, 뇌 등 주요 장기에 침범했을 때다. 이 때는 다양한 합병증으로 발생할 위험이 크다.
신장에 염증이 생기는 루푸스 신염으로 진행하면서 단백뇨나 혈뇨를 유발하고, 심하면 신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폐와 흉막으로 침범하면 흉통이나 호흡곤란, 심근염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중추신경계로 염증이 침범하면 경련이나 인지기능 저하를 보이는 환자도 있다.
이에 보통 루푸스 치료는 질환 자체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두기보다는 염증을 조절하고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물론 병이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에 진단을 받고 조기에 개입하면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영호 고려대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역시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진단 이후에도 꾸준한 정기 진료를 통해 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루푸스는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약물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충분한 수면 등 꾸준한 생활관리를 이어가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