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공기가 한결 선선해졌지만, 잠시 주춤했던 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최고 33도 안팎으로 오르고,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 이럴 때 더위를 피하면서 색다른 볼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동굴 여행지는 어떨까.
경기 광명동굴에서는 암벽을 수놓은 빛과 미디어아트가 몽환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강원 정선 화암동굴에서는 종유석과 석순이 빚어낸 웅장한 석회동굴이 시선을 압도한다. 옛 광산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동굴이 품은 역사적 의미를 되짚고, 오늘날 서로 다른 매력으로 탈바꿈한 동굴의 매력도 살펴보자.
폐광의 화려한 변신, 경기 ‘광명동굴’…암벽 수놓은 ‘빛의 공간’ 대표 포토스팟
경기 광명동굴의 옛 이름은 시흥광산으로, 1912년 일제가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곳이다. 당시 채굴된 광물은 일본으로 반출돼 태평양전쟁에 쓰이는 등 해방 전까지 자원 수탈이 이어졌다. 이처럼 광명동굴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과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이후 근대 산업화의 흔적이 남은 역사적 공간으로도 의미가 깊다.
동굴 내부는 연평균 기온이 12도 안팎이라 계절에 관계없이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1972년 폐광 이후 이런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를 활용해 40여 년간 새우젓 저장고로 쓰였다. 이후 2011년 광명시가 동굴을 매입해 개발하면서 역사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광명동굴 전체를 둘러보려면 30~90분 정도 걸린다. 관람은 네 갈래 동굴 길이 교차하는 웜홀광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을 지나 ‘빛의 공간’ ‘동굴 예술의 전당’ ‘황금폭포’ ‘황금길’로 동선이 이어진다. 특히 암벽 위로 LED 조명과 영상이 펼쳐지는 ‘빛의 공간’은 광명동굴을 대표하는 포토 스팟이다.
동굴 예술의 전당에서는 높은 암벽을 스크린처럼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공연이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빛과 영상이 암벽을 채우면 어두운 동굴이 화려한 공연장처럼 바뀐다. 금광의 역사가 담긴 황금길과 지하 암반수가 쏟아지는 황금폭포도 매력적인 볼거리다.

황금궁전을 지나면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에 참여한 뉴질랜드 특수효과팀이 만든 41m 길이의 대형 용 ‘동굴의 제왕’도 만날 수 있다. 판타지 영화 속 지하 세계를 옮겨놓은 듯한 거대한 이 조형물은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또 근대 역사관에서는 당시 광부들의 노동과 광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폐광 이후 새우젓 저장고로 이용됐던 흔적도 남아 있어 광산에서 관광지로 변모한 광명동굴의 시간을 되짚어볼 수 있다.
금맥 따라 걸으면 천연 석회동굴 장관…천연기념물 ‘정선 화암동굴’
강원 정선군 화암면에 있는 화암동굴은 옛 금광 갱도와 천연 석회동굴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금을 캐려고 뚫은 갱도와 광산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이 연결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갱도는 광물을 캐거나 운반하려고 뚫은 지하 통로를 뜻한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인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채굴했던 천포광산이 있었다. 1934년 금광 갱도 작업 중 석회동굴이 발견됐으며, 이후 금광의 역사와 자연경관을 함께 보여주는 국내 최초 테마형 동굴로 재탄생했다. 2019년에는 동굴 생성물과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57호로 지정됐다.

동굴에 들어서면 먼저 금광으로 사용됐던 갱도가 이어지는데, 벽면에 남은 실제 금맥과 채굴 흔적도 주요 볼거리다. 전시와 재현 시설을 따라가다 보면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금광석을 캐던 광부들의 고된 노동 환경도 엿볼 수 있다.
금광 구역을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면 천연동굴로 들어가기 전, 하부 갱도의 테마 전시 공간이 나온다. 이곳의 ‘꿈의 궁전’에서는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져 이색적인 사진 촬영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시 구역을 지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이 뚫은 좁은 통로 끝에 규모가 큰 천연 석회동굴이 펼쳐진다. 천장과 벽면에는 석회 성분을 머금은 지하수가 오랜 시간 흐르고 떨어지면서 형성된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채로운 형태로 발달한 동굴 생성물도 화암동굴에서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암벽을 타고 흐른 물속 석회 성분이 굳어 폭포처럼 보이는 ‘대형 유석’, 꽃이 핀 듯한 ‘석화’, 일정한 방향에서 벗어나 굽이치며 자란 ‘곡석’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인공 갱도에서 시작한 관람이 자연이 빚은 거대한 지하 공간으로 이어지면서 화암동굴만의 극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화암동굴을 전부 둘러보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매표소 인근에서 동굴 입구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모노레일은 동굴 입구까지만 운행하며, 내부에는 계단과 긴 내리막 구간이 이어진다. 유아나 노약자, 무릎이 불편한 사람과 동행한다면 모노레일 이용 여부뿐 아니라 내부 관람 난이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동굴 안, 서늘하고 바닥 축축해…겉옷·운동화 챙겨야
광산의 역사부터 미디어아트, 천연동굴 경관까지 감상하면서 한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광명동굴은 연중 평균 기온이 12도 안팎이고, 화암동굴은 14도 안팎으로 유지돼 서늘한 편이다. 특히 외부보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 오래 머물수록 춥게 느껴질 수 있다. 밖에서 흘린 땀이 식으면 체감온도가 더 낮아지므로 반팔 위에 걸칠 얇은 카디건이나 바람막이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신발은 밑창이 미끄럽지 않고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운동화가 적합하다.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과 높은 습도 때문에 바닥이 축축한 구간이 있고, 화암동굴처럼 계단과 경사가 많은 곳에서는 발을 헛디디기 쉽다. 슬리퍼와 굽 높은 신발은 피하고 계단에서는 난간을 잡고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화면보다 발밑을 먼저 살펴야 한다. 촬영하려고 뒤로 물러서거나 관람로 밖으로 발을 내디디면 미끄러질 수 있다. 종유석과 석순 등 동굴 생성물은 매우 느린 속도로 자라고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도 기본적인 관람 예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