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은 현재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다. 정부가 이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면서도 병원을 새 공제 대상에 넣지 않자 중소병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병원장협의회(회장 이상운)는 18일 ‘아스팔트 위에서 말라 죽어가는 의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협의회 측은 이날 통화에서 “주로 300병상 이하 중소형 병원장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은 300여명”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병원장협의회는 2018년 중소병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출범한 대한지역병원협의회를 전신으로 한다. 2022년 현재 이름으로 확대 개편됐고, 2023년 4월 대한의사협회 공식 산하단체로 편입됐다. 이어 같은 해 6월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았다. 대한병원협회와는 별개 단체다.
병원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병원 승계를 단순한 개인 재산의 대물림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병원이 문을 닫거나 매각되면 의료진과 직원의 일자리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에서 맡아온 진료 기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방 중소병원이 승계를 포기할 경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외과 등 지역·필수의료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장협의회는 “지방의 중소병원들이 문을 닫는 순간 지역과 필수의료의 심장도 함께 멈출 것”이라며 병원의 경영 승계를 단순한 개인 재산의 대물림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기관은 단지 물려받는 유산이 아니라 연속성이 담보돼야 하는 책임”이라며 “병원의 공공적 역할과 지역의료의 연속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승계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래도 대상 아니었던 병원…왜 지금 반발하나
이번 논란에서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병원이 가업상속공제를 받고 있는 업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은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국세청은 올해 1월 제도 안내에서 병원과 유치원, 여행사 등을 공제 대상이 아닌 대표 업종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 자체를 크게 손보기로 하면서 병원계의 요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안은 가업을 ‘전문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공제 대상 업종 727개를 선정했다. 병원과 약국,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등은 여기서 빠졌다.
공제 한도는 현행 최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높인다. 대신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은 10년에서 3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협의회는 바로 이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정부가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승계를 이유로 제도를 다시 짠다면, 오랜 기간 의료기술과 인력·진료체계를 축적해온 병원도 공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병원 승계가 막히면 지역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병원을 공제 대상에 넣지 않는 것이 실제 지방 중소병원의 폐업 증가나 필수의료 공백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검증해야 한다. 이번 성명에도 이를 뒷받침할 폐업 전망이나 재정 추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병원협회 이어 소아·분만병원도 가세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넣어달라는 요구는 대한병원장협의회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대한병원협회도 지난 11일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 국회에 의견서를 내고 병원을 공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수술 술기와 진료 프로토콜, 감염관리, 환자안전 체계 등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전문기술과 운영 노하우로 봐야 한다는 게 병협의 주장이다.
중소병원계는 공동 대응에도 나선다. 대한병원장협의회는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대한분만병의원협회와 함께 19일 오후 1시 서울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필수의료 지속성 파괴의 시작, 가업상속공제 대상 병원 제외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연다.
소아청소년병원과 분만병의원 단체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단순한 상속세 문제를 넘어 지역·필수의료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로 번지고 있다.
병원장협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중소병원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에 개편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아직 확정된 법률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4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으로 정부안 확정과 국회 입법 절차가 남아 있다.
병원계는 이 과정에서 병원을 새 공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