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진단 수년 전부터 혈액 속 대사체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대기오염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폐암과 연관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은 이미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환경적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실외 대기오염과 대기 중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 발암요인(Group 1)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에 노출된 뒤 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 폐암 발생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암학회(ACS)와 미국 에모리대 롤린스 공중보건대학원 공동 연구진은 대기오염 노출과 혈액 속 대사체 변화가 어떤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이후 폐암 위험과는 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미국암학회의 두 개 암예방연구 코호트에 참여한 1357명의 혈액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혈액을 채취할 당시 모두 암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가운데 이후 폐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671명이었다.
연구진은 혈액에서 1100종이 넘는 대사체를 분석하는 동시에, 혈액 채취 당시 거주지를 토대로 6가지 주요 대기오염물질의 노출 농도를 추정했다. 대사체는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지거나 사용되는 작은 분자로, 이를 분석하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변화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분석 결과, 8개의 혈중 대사체가 대기오염 노출과 이후 폐암 위험 모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4개 대사체는 미세먼지와 오존 노출이 이후 폐암 위험과 연결되는 과정에 일부 관여할 가능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들 대사체를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이 염증과 산화 과정 등에 관련된 대사 경로를 통해 폐암 위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 진단 수년 전 혈액에서도 대사체 차이 확인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폐암 진단 이전에 채취한 혈액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즉, 이미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혈액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암이 발견되기 전의 혈액에서 대기오염 노출 및 이후 폐암 위험과 관련된 대사체 차이를 확인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미국암학회 잉 왕 박사는 “실외 대기오염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분류돼 있으며, 역학 연구에서는 폐암과의 연관성이 비흡연자에게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아직 그 기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단 수년 전부터 몸에서 측정할 수 있는 변화를 살펴보는 이번과 같은 연구가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로 폐암 미리 찾아낸다는 의미는 아냐
다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대사체 변화가 폐암의 전조 증상이거나, 현재 혈액검사만으로 향후 폐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 노출과 특정 대사체, 이후 폐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으로, 이를 실제 위험 예측이나 조기진단에 활용하려면 추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 공동 책임저자인 에모리대 동하이 량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폐암이 진단되기 수년 전부터 대기오염 노출과 관련된 혈중 대사체 변화를 확인했다는는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통해 대기오염과 폐암을 연결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적인 검증을 거친다면 언젠가는 폐암 위험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고, 대기오염 노출을 향후 예방 및 검진 전략에서 고려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Blood metabolomic signatures linking air pollution to lung cancer in the Cancer Prevention Studi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대기오염에 오래 노출되면 폐암에 걸리나요?
A. 대기오염은 폐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된 환경적 위험 요인입니다. 다만 개인의 폐암 발생에는 흡연, 유전적 요인, 직업적 노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므로 대기오염 노출만으로 폐암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Q2.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혈액 속 대사체 변화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나요?
A. 아직은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는 폐암 진단 전 혈액에서 대기오염 노출과 이후 폐암 위험에 모두 관련된 대사체를 확인한 것입니다. 실제 폐암 조기진단이나 위험 예측에 활용하려면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Q3. 대기오염은 어떤 과정을 통해 폐암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대기오염과 관련된 일부 대사체가 염증과 산화 과정 등에 관련된 대사 경로를 가리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생물학적 과정이 대기오염과 폐암 위험을 연결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