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0일 (월)

자는 동안 소리 지르고 팔다리 휘두른다…파킨슨병 위험, MRI로 먼저 가릴까

렘수면행동장애 66명 분석…PET 이상군서 도파민 신경 손상 징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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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운 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남성. 렘수면행동장애는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크게 움직이는 증상이 특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다. 단순한 잠꼬대로 넘기기 쉽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렘수면행동장애’일 수 있다.

렘수면은 꿈을 많이 꾸는 수면 단계다.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하지 않도록 팔·다리 근육의 힘이 빠지는 것이 정상이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꿈에서 싸우거나 뛰는 행동을 몸으로 옮기기도 한다. 특히 다른 신경계 질환 없이 생긴 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등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환자가 모두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더 세밀하게 검사하고 지켜봐야 할지를 가려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서울병원은 신경과 주은연 교수, 영상의학과 김응엽·손범석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김재림 교수 등 연구팀이 방사선을 쓰지 않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NM-MRI)’로 정밀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먼저 가려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뇌 영상과 행동(Brain Imaging and Behavior)》 최근호에 실렸다.

렘수면행동장애, 모두 파킨슨병 되는 건 아냐

렘수면행동장애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과거 수면검사로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가 확인된 환자 1280명을 추적한 국제 연구에서는 12년 동안 73.5%가 파킨슨병·루이소체치매·다계통위축증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했다.

다만 이 수치를 흔한 잠꼬대를 하는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전문적인 수면검사로 렘수면행동장애가 확인된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다.

도파민 신경 손상을 살펴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도파민 운반체(DaT) PET 검사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물질로, 파킨슨병에서는 이를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줄어든다.

PET는 이런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방사성 물질을 사용해야 하고 검사 가능한 의료기관과 비용 등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PET 전에 MRI로 먼저 가려낼까

연구팀은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66명과 건강한 사람 30명을 조사했다. 환자 가운데 PET에서 도파민 신경 이상이 확인된 사람은 37명, 정상인 사람은 29명이었다.

연구진이 MRI로 살펴본 것은 ‘신경멜라닌’이다. 신경멜라닌은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에 쌓이는 색소다. 이 신경세포가 줄면 신경멜라닌을 반영하는 MRI 신호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분석 결과 PET 이상군에서는 건강한 사람보다 신경멜라닌을 반영하는 MRI 영역과 신호가 뚜렷하게 줄었다. 반면 PET가 정상인 환자는 건강한 사람과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모든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에게 처음부터 PET를 시행하기보다 MRI로 이상 가능성이 큰 환자를 먼저 추린 뒤 필요한 경우 PET를 시행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MRI 한 번으로 파킨슨병 예측? 아직은 아냐

다만 MRI만으로 앞으로 파킨슨병에 걸릴 사람을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연구 기간 실제 파킨슨병으로 진행한 환자는 2명뿐이었다. 모두 PET 이상군이었지만 숫자가 적어 MRI가 향후 파킨슨병 발병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 쓰인 신경멜라닌 MRI도 일반적인 뇌 MRI와는 촬영 방식이 다르며 아직 모든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는 아니다.

현재로서는 PET를 대신하기보다 “누가 PET 같은 정밀검사를 더 받아야 하는지”를 먼저 가려내는 보조검사 후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동 제1저자인 손범석 교수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는 방사선 노출 걱정 없이 반복 검사가 가능하고 기존 뇌 MRI와 함께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주은연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라고 모두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별 위험도에 맞춰 검사와 추적관찰을 달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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